터프 머더
185cm, 72kg. 비보이로서는 거대한 체구였다. 하지만 몸집이 큰 만큼 남들과 같은 동작을 해도 더 크게 보였고, 무대에서도 그만 우뚝 솟은 것처럼 보였었다. 전 세계 어느 곳의 비보이들과 함께 서도 그는 돋보였다.
남자다운 이목구비에 까무잡잡한 피부. 고등학교 1학년 때 그가 속한 크루가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한 공연 영상이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됨과 동시에 그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가 공연을 다니는 곳마다 여중생 팬들이 몰려다녔고, 급기야는 각종 잡지의 인터뷰와 나아가 TV 프로그램의 출연 요청까지 쇄도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대회에 출전했었고 상금을 받으면 다 엄마에게 줬었다. 전국대회 1등 후에는 받는 돈의 단위가 달라졌다. 그래도 항상 형들과 함께했고 받은 돈을 1/n로 나누었었다.
고등학교 2학년 가을. 학교를 마치고 연습실로 가는 그를 어떤 남자가 불렀다.
“영욱 군?”
“네, 전데요.”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을까?”
처음에는 형들과 함께가 아니라 혼자라고 해서 거절했다. 그런데 출연료를 알게 되고 그걸 1/n이 아니라 혼자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흔들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렇게 그는 그가 속했던 크루를 나와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잡지에 실리는 화보촬영도 하고, 패션쇼 무대에 서기도 하고, 강남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되어 단독 공연도 하고, 뒤풀이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전화번호가 그의 핸드폰에 저장되었다. 비보이 국내대회가 아닌 세계대회에도 솔로로 출전하게 되었고 20살 가을에는 준우승, 21살 가을에는 우승을 하게 되었다. 한번 해외에 나가면 일주일, 열흘씩 있다 돌아오곤 했다.
어느덧 그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는 통장의 잔고가 늘어날수록 엄마가 기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오히려 불안해했다.
팀으로 공연할 때 비해 분량이 늘어난 것도, 차를 타고 지방을 오가는 것도,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를 오가는 것도, 인터넷에 그의 얼굴이 올라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