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잃은 30대 중반..
어느 순간부터 ' 잘 모르겠다' 상태다.
답답한 마음에 사주를 보러 가면 이상하게도 이 말도 맞는 거 같고 저 말도 맞는 거 같다. 결혼도 하지 않은 80년대(... 흑) 생이다 보니 어딜 가면 굿을 해야 한다라던가 본적인 곳의 유명한 산 주변 사찰의 산신각(이건 정말 생소한 방법)으로 가서 초를 켜라!라는 답변이었다.
답답하다.
답답함의 이유가 무엇일까? 난 무엇이 답답한 것일까?
예전에는 그래도 알았던 거 같다. 지금은 버티는 때라던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를 가야 한다라던가, 현재 일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한다라던가...?
스스로에 대한 앞날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그리고 행동까지 거의 혼자서 결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던지듯이 이야기한다. 모든 것들이 다 끝난 후에. 물론 결정하기 전까지 많은 분들 (친구, 동생, 선배, 가족 등) 에게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결정은 내가 하고 그 결정의 감수는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털어놓기가 어렵다.
나에게 회사란 의외로 90%이다. 꼭 성공하고 싶다!!! 라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은 좋은 동료가 되고 싶었고, 일의 성패에 따라 나의 희로애락과 동료애가 느껴졌다. 일에 몰입할수록 살아있는것 같았고 삶도 금방 지나갔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눈짓 하나에 퇴근해도 회사를 떠나지 못했고, 상대방의 잘잘못보다는 내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무엇을 더 잘해야 되는지에 채찍질하기 바빴다.
30살 즈음에는 퍼스널 브랜딩이 떠올라 이제는 회사가 아닌 개인의 히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야 한다고 한다.맞는 말 같았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안정적이였지만 늘 연봉을 올리고 싶었고 더 좋은 동료를 만들고 싶었다. 기존의 인사 시스템은 나에게 꿈을 꾸게 하지 않았다.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래서 나만의 브랜드, 나의 히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으로 이직 방향을 바꿨다. 더이상 업무에서 오는 신선함도 없었고 이제 더이상 수직적인 구조는 나와 맞지 않았다 생각했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있는 회사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동적 주파수에 맞춰져 있던 나의 태도는 기존 시스템에서는 빠릿빠릿한 최적의 사람이였지만,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적응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그 업무의 책임과 그 나름의 주인의식으로 만들어가는 체계에 익숙해 질때쯤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쌓아올린 회사는 점점 어려워져 갔고, 이제는 회사의 적응 보다 모든 매체들이 부업 혹은 재테크를 해야하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삼아 N잡을 해야하고 나의 상황과 걸맞는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라며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게 만들었다. 특히 80년대생인 나는 IMF를 격은 세대라 직업에 대한 불안, 즉 회사는 개인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잠식되어 그 생각은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더욱 더 강해졌다.
회사 내 개인이 가지고 있는 SKILL (회사 내 전문성)과 개인사업자로서 살아가는 사회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순간, 회사를 다니는 이 순간에도 불안은 내 마음속에서 점점 확대되었다.
내 90%가 흔들흔들거리고 있는데, 불안하겠지.
열심히 살았으나 난 내가 전문성이 없다고 느껴진다. 전문성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인데, 없던 업무 이름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기이지만 내가 내 업무의 전문가라 외치기엔 나의 간이 작다. 회사에 충실해도 앞이 안 보이고, 개인적으로 무엇을 해보자니 막막하다고 해야 하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던 내가 이제는 누가 방향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부쩍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