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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May 14. 2021

그날, EP03-04화

새롭게 알게 된 사실.

-EP03-03화에서 이음-



"덜컹, 덜컹덜컹, 부아아앙"

"뚜. 뚜. 뚜뚜. 뚜뚜."

"응?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가 달라졌어요."



타이어를 교체하고 수연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자국을 따라가던 우리는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의 패턴이 달라짐을 느꼈다.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었다.


"박 상사님. 이 흔적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저곳은.."

"헉."



먼발치에 보이는 그곳은 조금 전 폭발이 일어났던 그곳이었다. 박 상사는 트럭의 속도를 올렸다. 만약 그곳이 수연이 잡혀있는 곳이라면, 게다가 폭발이 일어났던 곳이라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금 더 빨리 가 보겠습니다."



나는 산탄총의 장탄 상황을 확인했고 소총의 탄창을 꺼내어 탄 수를 확인했다. 그리고 여분의 탄창을 확인하여 작은 가방을 앞으로 착용했다. 종희에게는 경찰들이 사용하는 삼단 봉을 주었고 동현이에게는 권총 한 자루를 쥐어주며 말했다.



"동현이는 종희를 꼭 지켜줘야 해. 그리고 넌 20살이니까 자신은 물론 옆에 있는 사람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주는 거야. 권총 사용 방법은 아니?"

"아뇨 아직 한 번도.."

"그래. 아저씨가 알려줄게. 여기 부분을 누르면 안전장치가 해제돼. 그때부터 방아쇠를 당기면 발사가 될 거고 여기를 누르면 탄창이 나오게 되어있어. 권총탄은 많지 않으니까 최대한 아껴야 하고 정말 위험할 때 사용해라. 조준 방법은..."



내가 몸을 뒤로 돌려 동현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있었을 때, 박 상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무언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박 상사의 모습을 읽은 나는 돌아 앉으며 물었다.


"박 상사님. 표정이 많이 어두워보여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닙니다. 단지.."

"가족분들이 걱정되시죠? 그러고 보니 박 상사님께 한 번도 여쭤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가족분들 잘 살아계실 거예요."

"일단 수연양 부터 구출합시다."


박 상사는 고개를 한번 젓고는 운전에 다시 열중했다. 그때였다.



"뚜뚜뚜. 뚜뚜뚜뚜. 뚜뚜뚜뚜뚜."


무전기에서 나던 소리가 조금 더 빨라졌고 시설에 가까워지자 더욱 소리가 빨라졌다.


"이곳에 있는 게 맞나 봐요! 박 상사님! 빨리!"

"네."



박 상사는 시설에 다 다르자 정문에서 살짝 돌아 측면에 주차를 했다. 아무래도 정문 쪽은 공격의 위험성도 있고 트럭을 숨기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



"천천히 내리시죠. 최대한 소리는 나지 않도록 이동하겠습니다."


"딸깍. 턱"


나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마스크를 올렸다. 그리고는 차 문을 살짝 열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내렸다.


박 상사를 필두로 종희와 동현이는 중간에서 박 상사를 따라가도록 했다. 나는 제일 뒤에서 이들을 엄호할 목적으로 이동했다. 입구에 다다르자 박 상사가 걸음을 멈추고 게이트가 있는 벽에 붙으라는 신호를 했다. 모든 건 수신호로 이루어졌다.


'제가 건물 입구 쪽으로 먼저 가 확인을 하겠습니다. 이상이 없을 경우 신호할 테니 조용히 넘어오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박 상사와 자리를 교체했다. 박 상사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문에 다가갔다.


아이들은 살짝 겁먹은 듯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종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아이들을 한번 확인하고는 종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을 거라는 표정으로 눈을 한번 깜빡였다. 이에 종희도 살짝 눈웃음을 보여줬다.


"딱. 딱."



박 상사 쪽에서 돌을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나는 게이트 안쪽을 한번 살피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문쪽으로 다가갔다.


"후웁, 후웁"

"헉. 헉."


50여 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가 500미터는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평상시였으면 아무리 조용한 밤이라도 벌레소리와 간간히 다니는 자동차 소리에 이 정도의 움직임은 묻혔겠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모든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 너무나도 조용했다. 흔했던 벌레소리는 아예 없었고 이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우리가 전부인 것 같았다. 마치 무음의 방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조용히 다가간 나는 박 상사의 뒤에 붙었고 박 상사의 어깨를 살짝 잡아줬다. 도착했다는 표시였다. 이윽고 박 상사가 조용히 말했다.


"이쪽 내부를 들어가야 하는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내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로 문을 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저쪽 위에 있는 창문 틈으로 제가 넘어가 보겠습니다. 그리고는 안에서 문을 열어드릴 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저 창문이요? 너무 작아요. 박 상사님이 들어가시려면 저 문을 떼어내야 하는데 잘못하면 놈들에게 발각될지도 모르잖아요."


"아저씨, 제가 할게요."


종희가 조용히 말했다.


"응? 안돼 너무 위험해 종희야. 그리고 저기는 너무 높아서 올리는 건 아저씨가 올려줘도 반대편에 뛰어내리기 어려울 거야."

"아녜요. 이래 봬도 예전에 저 기계체조 선수였어요."

"맞아요. 아저씨. 종희 기계체조했었어요. 저 정도 높이쯤은 껌이에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박 상사가 진입하기엔 창문은 너무 작았고 문을 열어내기에 아무리 폭탄을 작게 쓴다고 해도 소리와 충격은 발생할 것이다. 박 상사와 나는 종희를 믿어보기로 했다.


"알았어 종희야. 하지만 정말 조심해야 해. 착지할 때 조심하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문만 열어주고 아저씨 뒤로 와야 한다."

"걱정 마세요."



나는 종희를 어깨에 올리고 작은 창문 앞으로 갔다. 박 상사와 동현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고 종희는 살짝 문을 열어보았다.


"끼릭!"

"읏!"


오래된 창문이고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때문인지 창문이 열리며 살짝 소리가 났다. 잠시 굳어버린 우리는 박 상사의 괜찮다는 표시를 확인하고 다시 창문을 살짝 열기 시작했다.


"올라갈게요."



종희는 창문틀에 손을 걸고 내 어깨를 밟고 있던 발 한쪽을 뗐다. 그리고는 다른 발의 반동을 이용해 단숨에 창문틀에 몸을 집어넣었다.


"읏차."


종희는 내부를 살짝 확인하고는 창문틀에 쭈그리고 앉았다. 이상 없다는 듯이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고 착지할 곳을 확인한 후 공중에 몸을 던졌다.


"빙글, 탁."


공중에서 한차례 제비돌기를 하고 아무런 소리 없이 착지. 문 틈으로 보고 있던 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를 보듯 속으로 '우아악!" 하며 박수를 쳤다.



"딸깍. 끼익"



이윽고 종희가 문을 열며 방긋 웃어 보였다. 그때 종희 뒤에 검은 물체가 크게 나타났다.


"몽글, 둥글 탁!"

"읍!"


"종희야!!"



종희는 둥근 물방울 같은 곳에 갇혀 공중에 떠 오르고 있었다. 물속에서 종희는 탈출하려 애를 썼지만 점점 기운이 빠지고 있었다. 나는 종희를 구해내려고 물방울을 잡으려 했지만 손에 계속 미끄러지기만 했다.


"탁! 부욱! 쑤아아!"



박 상사가 내 비명을 듣고 급히 뛰어와 종희가 갇힌 물방울을 대검으로 찔러 잘라버렸다. 나는 쏟아지는 물을 맞아가며 떨어지는 종희를 품에 앉았다.


"종희야! 종희야 괜찮아?"



종희는 입술이 파래지고 있었고 숨을 쉬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급하게 땅에 눕히고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종희야 힘을 내야 해!"

"하나! 둘! 셋! 넷!"


파래진 입술을 열고 기도 확보를 한 후 있는 힘껏 내 숨을 불어넣었고 흉부압박을 시작했다. 그렇게 소생술을 시도한 지 1분, 종희는 깨어났다.


"컥! 쿨럭!"

"아! 종희야 정신이 들어?"

"으으. 네. 아저씨 어떻게 된 거예요??"

"모르겠어. 분명 놈이 나타난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물방울 같은 게 널 덮쳤어."

"아. 아저씨 몸에 힘이 없어요."




나는 종희의 다리와 팔을 연신 주무르고 있었다. 박 상사와 동현이는 계속해서 주변을 경계하며 보호하고 있었다. 그때 동현이 소리쳤다.



"아저씨! 저쪽! 무언가가 움직여요!"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몸을 숨길 만한 곳으로 가야 해요!"

"으흑! 종희야! 일어날 수 있겠니?"

"해.. 해볼게요."



나는 종희를 일으켰지만 종희는 힘을 주지 못했다. 종희의 발이 서서히 투명하게 변해가고 있었지만 나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놈들과의 교전을 준비하며 몸을 숨기고 있었다.



너무나도 길고 어두운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EP03-05화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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