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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May 21. 2021

그날, EP03-06화

결국,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

- EP03-05화에 이음-


"킴! 위험합니다! 아무리 저쪽에서 놈들이 나오고 있다지만 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까 미사일을 쏘았을 때 확인 한 사항입니다! 이곳을 통과해야 놈들의 본거지를 알 수 있어요!"

"그, 그래도!"

"그래도 혹시 모르니 꽉 잡으세요"


"투타타타타!"

"쑤우욱!"



김 소장의 헬기는 텔레포트에 빨려 들어갔다. 충돌 직전 두 눈을 질끈 감았던 김 소장은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음을 확인하고 눈을 떠 창 밖을 바라보았다.


마치 황금색의 물속에 들어가 잠수함에 있는 것 같았고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듯 우주에서 유영하는 느낌이었다. 헬기는 조종이 불가능했으며 알 수 없는 힘에 계속 이끌려 어디론가 흘러갔다.



"키, 키이임. 이이게에 무우어언가아요오."

"마아아크으, 나아도  자아알 모오르으게엤어어요오."



말하는 것 까지 느려졌다. 마치 동영상을 늦게 돌려 늘어진 소리를 내는 것 같았고 움직임 조차 느려져 김 소장이 마크에게 손을 뻗치는 것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보는 것 마냥 천천히 움직여졌다. 놈들의 텔레포트 내부에는 하늘을 날던 갈매기도 떠다녔고 공군이 쏜 것 같은 미사일도 둥둥 떠 다녔다. 김 소장은 정신 차려야만 했다. 헬기는 마음껏 조종이 되지 않았지만 조종간을 끝까지 붙잡았다.


'정신 차려야 해.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르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큰일 날 수도 있어.'


뒤에 있던 마크 역시 김 소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계속해서 헬기 상태를 모니터링했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참을 텔레포트 속에서 유영을 하던 김 소장과 마크는 먼발치에서 괌에서 보았던 텔레포트 문양과 같은 빛을 확인했다. 그곳이 이 텔레포트의 끝 부분 같았다. 김 소장은 더욱 조종간을 꽉 붙잡았다.



"뭉클! 쁑!"

"으읏!"

"기이이이잉! 투투투투투!"

"위이잉! 위이잉!"





텔레포트 문양을 지나자마자 김 소장과 마크는 엄청난 중력을 느꼈고 갑자기 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헬기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고 김 소장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세를 잡기 위해 조종간을 움직였다. 헬기는 고도 이상을 감지해 온갖 경보음이 다 울렸고 동체는 심하게 흔들렸다.




"마크! 모니터는 어때요! 기계 결함은 안 보이나요?"

"킴!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빨리 동체를 바로 잡아야 해요!"

"으윽! 하고 있어요!"


"으아아아아!"


가까스로 동체를 바로 세운 김 소장은 순간 출력을 최대로 올렸고 헬기는 엄청난 양력을 일으켜 공중에 활공했다.


"투투투투투!"

"휴우, 다행입니다. 마크, 그런데 이곳이 어디일까요?"

"여, 여기는.."



김 소장과 마크의 눈에 폐허가 된 도시가 보였고 바로 헬기 앞에는 대부분 파괴되어있는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건물 입구에서 사람이 문을 열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괌이 아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었다.









"딸깍, 지이잉"



나는 먼발치에서 박 상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아파치를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것에 더 놀랬었다. 동현은 나의 뒤에서 건물 내부를 감시하고 있었고 아직 놈들의 특이 동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공군 작전 사령부 소속 김용준 소장이다. 지금 인원들은 생존자들인가?"

"상사 박관우, 맞습니다. 최초 생존자들을 피난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생존자들을 구출하여 집결지로 이동하는 중에 놈들에게 집결지가 파괴되었고 이후 저희만 남아 생존중에 있었습니다. 이후 서울 폭격이 진행되었고 지하 벙커로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김 소장은 자신이 직접 진행한 서울 폭격이라는 단어에 아픈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폭격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바라보니 더욱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고생 많았네. 아, 여기는 마크 대위. 미군이다."

"단결! 상사 박관우!"

"오, 팍. 반갑습니다."


박 상사는 우리에게 와도 된다는 손짓을 했다. 나는 동현을 데리고 김 소장 무리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 분들은 이번 사태에 생존하신 분들입니다. 몇 분 더 있었지만 그만 놈들의 공격에 희생되셨습니다."

"이남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가요??"

"아, 남수 씨. 그간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그건 저희도 놀랬습니다. 저희는 분명 괌에 있었거든요. 놈들과 교전 중이었는데 어떤 텔레포트를 확인했습니다. 놈들이 텔레포트에서 계속 투입되고 있어 전투가 많이 어려웠는데 도저히 텔레포트는 파괴되지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놈들의 근거지를 찾고자 그곳으로 진입했는데 이곳까지 왔네요."



김 소장이 말하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 괌이라고요? 그리고 텔레포트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건가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보시다시피 저희는 몇 분 전 까지만 해도 괌에서 교전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이곳으로 왔죠. 그러니 텔레포트는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저곳이에요."



김 소장은 하늘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와 동현, 그리고 박 상사는 김 소장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황금색의 무언가 빛을 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동안에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저희는 저희의 동료 한 명을 구하기 위해 흔적을 따라오다가 이곳까지 왔습니다. 솔직히 이곳이 무엇인지, 왜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곳이 놈들의 본거지 같다는 사실입니다."



박 상사가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을 김 소장에게 보고했다. 김 소장은 우리 모두에게 놀랄 만한 사실을 말해주었다.



"만약 이곳에 재가 생각하는 곳과 같다면, 이곳은 우리나라 우주 방위센터였을 것입니다."


나는 놀라 김 소장에게 다시 물었다.



"우주 방위센터요? 우리나라에 그런 곳도 있었나요??"



김 소장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아마 모르셨을 것입니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그런 연구기관이었으니까요. 이건 군 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조직입니다. 2020년대 초 중반 우리나라도 유인 우주선을 보낼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고 몇 년 뒤 우주정거장을 통해 대한민국 국적의 군인 몇 명을 달나라로 보냈었습니다. 그때쯤에 개발이 진행되었던 극 초음속 기술을 시험했었죠. 영화로 말하자면 스타트랙의 워프 기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튼 우리 군은 최종 목적지를 화성으로 잡았어요. 이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와 같은 우주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나라들과 같았을 거예요. 화성에 대한 개발을 진행하려고 했던 거죠. 다른 나라들은 이 극 초음속 기술에 대한 이론은 갖고 있었지만 실현하지는 못했어요. 그나마 기술이 제일 좋았던 미국은 달까지의 거리만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화성의 거리까지 할 수 있는 극 초음속 기술을 실험했고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김 소장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우리가 그런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아무도 몰랐던 우주 개발을 직접 실현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영화 속 이야기 같았다. 가장 놀란 사람은 마크였다.



"그, 그러면 우리가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견제는 없었던 거예요?"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모든 사항은 극비리에 진행되었어요. 우방이었던 미국에 조차 이 사항은 극비로 진행이 되었던 거죠."

"그런데 이 사태와 그 내용이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요?"



나는 김 소장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되 물었다.


"물론 이 상황까지만 본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현 사태의 발단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말씀드리도록 하죠. 지금은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네요."


김 소장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이미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더 이상 지체되다 보면 수연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남수 씨. 이야기는 차후에 듣도록 하고 먼저 수연이를 구해야 합니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더 늦으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박 상사가 더 들으려고 하는 나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러는 편이 나을 듯했다. 우리가 다시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



"쿠오오오!"

"으르르릉!"


마치 포유류가 울부짖는 소리와 같은 큰 소리가 나며 천지가 울렸다. 우리는 모두 바닥에 엎드려 헬기가 있던 부근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우르르르!"

"컹! 컹! 으아윽 컥컥!"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모두 놀라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100마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놈들이 건물 뒤편에서 날아올랐고 꽤 많은 드론들도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김 소장이 알려주었던 텔레포트 쪽으로 들어가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 저놈들이 왜 저리로 가는 걸까요?"

"흠. 이렇게 해서 놈들이 계속 투입되었던 것 같습니다. 괌에서 전투를 하고 있었을 때 아무리 해도 놈들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은 데다 놈들을 쓰러트리고 또 쓰러트려도 계속 추가되는 놈들로 인해 점차 미군들은 밀리고 있었죠. 그러다 이 텔레포트를 발견하게 되었고 몇 번이고 파괴하려 했지만 결코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본거지를 파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입했더니 이곳으로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놈들은 차례로 텔레포트를 향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수연이는 물론이고 괌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우리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로 했다.


하늘이 다시 밝아오며 잿빛 하늘이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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