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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May 24. 2021

그날, EP03-07화

드디어 밝혀진 진실

-EP03-06화에 이음-


"타박, 타박."

"아직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조심해야 합니다."



박 상사를 필두로 우리는 건물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연은 어디에 있을지 감 조차 잡을 수가 없었지만 이곳에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살아있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아, 그런데 괌에서 전투 중에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가던 김 소장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소리를 낮추라는 표시를 하며 되 물었다.



"네? 그게 무엇인가요?"

"전투 중에 갑작스럽게 비가 내린 적이 있습니다. 꽤나 많은 비가 순식간에 내렸는데 놈들은 비를 맞으니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그 비를 받아마시고 있었죠. 혹시 물과 관련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이놈들은 사람을 액체로 변하게 해서 흡수합니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 같아요. 그 장면은 저도 본 적이 있어요. 갑자기 비를 맞으니 움직이지 않았었죠."

"그렇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김 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 저희가 집결지로 돌아왔을 때 보게 된 것인데 무슨 물방울 같은 곳에 들어가서 공중에 떠 있었죠. 그 속에서 살짝살짝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고요. 마치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음. 아직 전 그 부분까지는 목격한 적이 없네요. 이렇게 해 봅시다."



김 소장은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움직이기로 했다.



"박 상사와 마크는 한조가 되어 수연을 찾아주세요. 저와 남수 씨 그리고 동현이는 연구실을 찾아봅시다."

"연구실 말인가요?"

"네, 이곳은 제 생각이 맞다면 이 사태가 시작된 곳입니다. 그렇다면 이 놈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해서 이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를 알아야 해요. 이렇게 계속 방어만 하고 있다가는 이 지구에서 인류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마크, 저와 무전기 주파수를 맞춰봅시다."


우리는 각자 무전기를 나누어 받았고 각자 주파수를 맞추고는 통신 확인을 완료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무전기로 알려주세요. 그리고 박 상사님은 수연을 찾게 되면 상황 전파를 해 주시고 아파치 앞으로 와 주세요. 저희도 뒤 따라가겠습니다."

"아, 박 상사님 이거 가져가세요. 수연이랑 종현이가 사용하던 무전기예요. 찾는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박 소장은 마크와 함께 지하부터 수색하기로 했다. 연구소는 겉으로 보이는 면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지상 3층 건물에 100평 남짓 되었고 지하는 10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상은 일반 사무실로 보일 수 있도록 되어있었고 지하에 각종 연구실과 콘퍼런스룸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지하에 엄청난 크기의 창고가 존재했는데 이곳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내부 인원을 제외하면 아무도 몰랐다.



"박 상사님과 마크의 주요 임무는 수연의 구출입니다. 지하 상황이 어떨지는 예상할 수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저와 남수 씨 그리고 동현이는 지상 사무실로 가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놈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우리는 계단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박 상사와 마크는 지하로 내려갔고 나는 김 소장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탁. 탁."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움직여요."

"네."


나는 동현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도 나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아직 종희를 잃었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다. 이 난리통에 겉으로는 티격태격했지만 서로 마음으로는 의지하고 있던 상대였을 것이다. 그런 동현이를 보니 더욱 마음이 쓰였다.


"철컥."


김 소장은 3층에 올라 입구 문을 살짝 열었다. 아직 내부가 어떻게 되어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김 소장은 박 상사에 비해 움직임이 둔했지만 오랜 군 생활로 다져진 몸이었다.


"제가 오른쪽을 확인하겠습니다."

"네."


"하나, 둘."

"셋!"


"차착!"

"오른쪽 이상무."

"왼쪽 이상무."



다행히 3층에는 놈들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적어도 복도까지는 말이다. 우리는 천천히 내부로 진입했고 문 옆에 있는 이정표를 확인했다.


"이곳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소장이 이정표에 표시된 사무실 하나를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연구 팀 지원 상황실]



나와 동현이는 김 소장을 따라 상황실로 이동했다. 복도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무실 내부는 모두 보안장치로 잠겨 있었지만 겉으로 봐서는 평범한 사무실로 보였다. 바깥쪽 창문은 모두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고 콘크리트는 상당히 두꺼워보였다. 이윽고 상황실 앞에 도착했다.



"모두 보안장치가 되어있는데 우리가 열 수 있을까요?"

"공군 소속 소장 이상의 신분증으로는 모두 열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김 소장은 자신의 신분증을 키패드에 인식시켰다.


"삑, 인증되었습니다."

"철컥."



김 소장의 말 대로 한 번에 열렸다. 이윽고 김 소장이 말했다.


"자, 들어갑시다."

"네. 그런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요. 이곳이 놈들의 본거지라면 무언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놈들을 만난 적이 없잖아요."

"놈들이 있다고 해도 이쪽 사무실 쪽은 아닐 것입니다."

"네? 그건 무슨.."

"자세한 건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해 봅시다."



김 소장과 우리는 내부에 들어가 불을 켰다. 자체 전력인지 아직까지 건물은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박 상사에게 무전을 했다.



"박 상사님. 저희 3층 상황실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그곳 별일 없나요?"

"지직."

"박 상사님."

"지지직"



박 상사에게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점차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었다.



"빨리 확인하고 우리가 합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박 상사님이 연락 안 되는 게 조금 이상하네요."



김 소장은 상황실 내부에 있는 메인 화면의 컴퓨터에 전원을 올렸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첫 번째 화면은 CCTV 영상이었다.



"보안이 상당히 잘 되어 있네요."



그때, 화면 오른쪽에서 박 상사와 마크의 모습이 보였다. 지하 9층으로 표시되어있고 아직 놈들에게 공격을 받은 모습은 아니었다. 나는 다시 박 상사에게 무전을 했다.



"박 상사님! 안 들리시나요? 마크!"

"지지직"


"너무 깊은 곳까지 내려가셔서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지상 3층이잖아요. 12층 차이가 나는 거니 아마 무전으로는 안되는가 봅니다."

"그, 그럼 어떻게 하죠?"

"흠."


김 소장과 내가 이야기를 나눌 때 동현이가 마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저씨 이건 마이크 아닌가요? 건물 내부에 스피커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그래요! 그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방법을 알아내 기쁘다듯이 김 소장에게 말했지만 김 소장은 차분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이크로 방송을 하는 건 놈들을 자극할 수가 있어요.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 일단 남수 씨와 동현이는 의심 가는 서류나 어떤 문서들이 있으면 모두 찾아주세요. 그동안 저는 박 상사님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김 소장은 CCTV를 여기저기 돌려보았고 계속해서 이동하는 박 상사와 마크를 체크하고 있었다. 혹시나 공격받을 것을 대비해서였다. 나와 동현이는 널브러져 있는 모든 서류들을 가져와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월말 보고서, 지출 결의서, 영수증. 그냥 평범한 서류들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나는 김 소장을 보며 손에 쥐고 있는 서류들을 보이며 말했다.



"아닐 거예요! 파란색의 두꺼운 바인더에 묶여 있을 거예요! 이 프로젝트는 극비사항이라 파란색의 바인더에 제목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아저씨! 여기요!"


순간 동현이가 우리에게 소리쳤다. 나는 동현이에게 달려가고는 동현이가 건네는 묵직한 파일을 건네 받았다. 파란색 바인더에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았다.


"김 소장님! 이리 와서 보셔야겠습니다!"



"구르릉!"

"우우웅!"

"쿵! 턱!"


갑자기 온 건물이 울리며 요란한 소리가 났고 건물 옥상을 무언가가 세게 밟는 소리가 났다. 나는 창문가로 다가가 블라인드를 살짝 걷어보았다.


"쿵! 턱! 쿵 쿵!"

"우우웅!"

"지이잉!"


눈 앞에 황금색의 텔레포트가 펼쳐져 있었다. 눈 앞에는 덩치가 더욱 커진 놈들이 건물 옥상을 밟고 텔레포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작은놈들도 연달아 포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상당히 많은 수의 놈들이 또 한 번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줄 지어 포트로 사라지던 놈들 중 작은놈 하나가 순간 뒤를 돌아 나와 눈이 마주쳤다.


"히익!"


나는 놀라 블라인드를 놓치며 벽에 기대어 몸을 숨겼다. 건물은 계속해서 놈들이 밟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고 나는 놈들에게 들킬세라 몸을 숙이며 동현이에게 소리쳤다.



"동현아! 어서 불을 꺼!"

"아! 네네!"


동현이가 달려가 벽의 스위치를 내리는 순간 내 머리 위에서 창문이 부서졌다!


"촤아앙!"

"후드드득!"


"남수 씨!"


김 소장은 CCTV 화면에서 벗어나며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고 동현이는 권총을 들어 창문가를 조준하고 있었다. 나는 쏟아지는 유리 파편을 맞으며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창문을 통해 작은놈 하나가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한 번의 놈들과의 전투를 벌여야 했다. 이곳은 놈들의 본거지였다. 우리에게 승산은 없어 보였다.



-EP03-08편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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