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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May 26. 2021

그날, EP03-08화

누구도 몰랐던 사실.

-EP03-07화에 이음-



"엎드려요!!"

"투투투투! 타타타!"

"퍼퍼퍽!"

"그르릉!"



김 소장이 나에게 소리치며 MP5 기관단총을 쏘았다. 권총 탄환을 사용하는 작은 기관단총이라 파괴력이 너무 약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놈을 김 소장의 총은 소용이 없었다.



"어딜 들어오려는 거야!"

"쾅! 쾅!"


나는 바닥에 누운 채로 놈을 향해 산탄총을 쏘아댔다.



"끄으윽. 쿵!"


산탄총의 위력에 창문을 통해 들어왔던 놈은 그대로 쓰러졌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동현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


나는 몸을 일으키며 동현이에게 소리쳤고 바짝 얼어있는 동현이에게 달려가 어깨를 잡아끌었다.



"어억! 아저씨! 놈들이 더 몰려와요!"

"알아!"

"얼른 이리로 들어오세요!"


"키릭! 휙!"


김 소장은 나와 동현이가 방에서 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 수류탄 하나를 던져 넣고 문을 닫았다.



"쾅!"


건물의 모든 문은 강철로 되어있었다. 김 소장이 던진 수류탄이 폭발하고 나서 방에서는 더 이상 놈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놈들이 가까운 곳에서 이동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무엇 좀 발견한 게 있나요?"

"별건 없지만 일단 박 상사와 마크는 아직 이동 중입니다. 건물이 두꺼워서인지 우리가 벌인 전투 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몇 층에 있으신 건가요?"

"그 둘은 지하 10층에 내려갔습니다."




더 이상 분리되어 있어서는 안 되었다. 놈들의 능력은 점점 올라가고 있었고 흩어져 있다가는 화력을 집중하 수가 없었다.


"이걸 한번 봐주세요."


김 소장이 나와 동현에게 모니터 화면을 보도록 했다. 김 소장은 파일 하나를 꺼내어 실행시켰다.







[지금 이 영상은 극비리에 진행되었던 화성 탐사에 대한 영상입니다.]


- 2010년부터 우주 개발을 위해 진행되었던 스페이스 K 프로젝트는 그동안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 독자 발사체의 개발에 성공하였고 이후 유인 우주선의 발사도 성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달 착륙 성공에 이어 새롭게 지어진 세계 연합 우주정거장에도 한국인 우주인을 보내게 되었고 이어 우리 대한민국은 화성 탐사를 위해 최장 10년까지 우주에서 생활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를 제작하게 되었고 우주에서 워프와 같은 극 초음속 기술을 개발에 성공, 시험발사를 완료하였다. 우리만의 워프 기술로 화성에 도달하는 시간을 10%로 단축시킨 한국형 우주선은 화성에 도착하여 각종 연구자료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로의 복귀 2일을 남긴 시점 우리 연구진은 화성 뒤에 가려져있던 지구와 비슷한 모습의 작은 행성 하나를 발견했다. 새로운 별을 뜻하는 새별로 명명한 우리 연구진은 우주에서의 생활을 몇 년 더 연장해야 하는 위험이 있었지만 그곳을 새롭게 탐사하기로 했다.


새별은 지구보다는 약간 작았지만 대체적으로 지구와 같은 환경이었고 기압차도 지구와 비슷해 우주복이 없이도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보다 중력이 약간 낮아 몸이 살짝 붕 뜬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그곳에서 토양 연구를 위한 흙과 물 그리고 대기 중의 공기 등을 채취하고 있었고 지질 탐사를 위해 탐지 봉등을 이식하고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다람쥐만 한 작은 동물 한 마리를 발견했고 그 외계 동물은 인간의 등장에도 경계심이 그리 많지 않아 안전 케이지에 넣어 지구로 귀환하게 되었다. -






"오. 이 동물이 지금 이 놈들인가 봐요!"


동현이는 화면에 나온 다람쥐 같은 놈을 보고 소리쳤다.


"잠시 조용히 해봐. 아직 영상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까 뭔가 단서가 될 만한걸 찾아야 해."


이윽고 김 소장은 두 번째 영상을 틀었다.





-지구로 귀한 한 우리 연구진은 새별에서 가져온 각종 시료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작은 동물은 지하 10층 연구실 한켠에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그곳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지구에 온 며칠 동안은 신기한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꾸르륵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해 모든 연구원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다람쥐처럼 생긴 모습이었지만 꼬리가 있지는 않았고 주둥이가 길게 나오지도 않았다. 얼굴은 개과를 하고 있었고 네발로 기었지만 곰과 같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손과 발은 마치 원숭이와 같아서 손을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한 연구원이 물을 따라 주었더니 그릇을 양 손으로 잡은 채로 벌컥벌컥 마셨다. 며칠 후 그놈은 고양이 정도의 크기로 성장해 있었고 식욕이 왕성해지기 시작했다. 야채나 고기류를 주었지만 먹지 않았고 오로지 물만 마시고 있었는데 고양이 정도로 성장한 이후에는 덩치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지구로 온 지 열흘째 되던 날에는 북극곰 정도까지 성장했고 10평 정도로 만들어 놓았던 놈의 우리가 너무 작아 우리는 연구실의 1/3을 놈에게 내주어야 했다. 공사를 마치고 이소를 하기 전날 기이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직이었던 연구원 중 한 명이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연구실과 사무실 모두를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 지하 10층 놈이 있던 곳에서 연구원이 입고 있던 옷가지만 발견되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벗어놓은 흔적이 아닌 입은 채로 몸만 사라진 형태였다. 그리고 그 옷은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옷가지를 수거해온 우리는 연구실에 마련해 두었던 CCTV를 되돌려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곰처럼 커진 그놈이 순찰을 돌던 연구원을 공격했고 무언가를 맞고서 넘어진 직원을 향해 올라타 무언가를 빨아먹는듯한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당장 비상벨을 울렸고 상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비상벨이 울리 고난 후 곧바로 진압반이 출동했으나 놈을 제어하지 못했고 엄청난 힘에 몰살당하고 만다. 이후 놈은 사람들에게 어떤 물 풍선 같은 것을 쏘아대었고 액체로 변한 사람들을 모두 흡수했다. 그리고 놈은 더욱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하 10층을 폐쇄하였지만 엄청난 힘으로 잠긴 문을 뜯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한 마리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번지게 된 것은 놈이 가지고 있던 자가 번식이 주요 요인이었다. 놈은 번식 능력이 가능한 시점에서부터 자가 번식을 시도하고 있었고 놈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액체의 내부에는 놈의 DNA가 복제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놈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연구원을 탈출하기 시작한 놈들은 주변 사람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어미 역할을 하는 놈에게서 복제된 일부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드론처럼 진화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아기새처럼 살짝살짝 날아다니는 수준이었지만 몇 시간이 지난 후에는 개체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하늘을 나는 놈들도 진화를 해 사람들을 공격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우리의 보고에도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합참과 국방부 그리고 청와대는 지상으로 올라온 놈들의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고 언론에서 긴급 뉴스로 타전하기 시작하자 대피 계획을 세웠다.


전 군에 수도 방어 명령이 떨어졌고 VIP를 비롯 정계와 경제계의 중요 인사들 그리고 사회 지도자들을 피신시키기로 했다. 이후 서울 시민들에 대해서 이동 명령이 떨어지게 되었고 우리 연구원 사람들과 수도방위사령부 1개 중대가 이곳에서 최대한 놈을 묶어두기 위해 투입되었으나 얼마 가지 못해 놈들에게 당했다.


지금까지 저희 연구진이 놈들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은 놈은 외계에서 왔다는 것, 물에 대한 집착이 있다는 것, 물에 노출이 되고 나서는 진화를 한다는 것 그리고 물 풍선을 이용해 인간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 영상이 생존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영상을 마친다.




영상을 다 본 우리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박 상사와 마크가 위험했다. 빨리 지하층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놈들의 본거지가 된 지하 10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이곳에서 놈들은 계속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었고 텔레포트를 통해 어디라도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가 이곳을 파괴해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도 몰랐던 이번 사태에 대한 전말을 알게 되었다.



"잠시만요. 지하로 가기 전에 더 확인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김 소장은 첫 번째 영상과 두 번째 영상을 다시 돌려보았다. 첫 번째 영상의 놈의 모습과 지하에 마련해 둔 놈의 공간을 확인했고 두 번째 영상에서 놈의 공간을 넓힌 후 영상을 확인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연구원들이 만들어 놓은 듯한 인공 나무와 바닥에 깔아놓은 인공 잔디 그리고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이후 조금씩 이곳은 놈의 군락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두 번째 영상을 재생한 김 소장은 더욱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김 소장님, 어떤 찾는 것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음 네, 일단 지하 10층은 놈이 머물렀던 곳입니다. 이미 그곳은 놈의 집같이 되어버렸을 거예요. 그리고 놈은 거기서 번식을 했습니다. 그랬다는 건 그곳 어디엔가 성체가 되기 전의 유아기의 놈들의 또 있을 것이고요. 그 방법이 어떤 것이고 얼마나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면 우리는 놈들을 전부 없앨 수가 없습니다."

"그렇겠군요. 저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겠습니다. 동현아 넌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모아줘. 무기면 더 좋고 그리고 혹시 모를 놈들의 침입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네, 아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와 김 소장은 계속해서 영상을 돌려보았다. 하지만 영상 분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빠르게 돌려보던 김 소장이 입을 열었다.



"이곳을 보세요."



나는 침침해진 눈을 한번 비비고는 말했다.


"아 네, 네."


"이쪽 화면 뒷부분. 그러니까 놈이 곰처럼 커진 상태에서 보안요원들을 공격하는 순간 말이에요. 뒤쪽 화면을 보면 무슨 정글처럼 된 곳에 다른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 네! 발 한쪽도 보이는 것 같고요!"

"네. 다른 집기류에 가려져있어 정확히는 보이지 않지만 한 사람은 액체로 만들어서 흡수했고 다른 사람은 저렇게 두었습니다. 왜일까요??"



나는 김 소장의 말에 소름이 끼쳤다.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을 공격해 액체로 변하게 한 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었다.


"그, 글쎄요. 혹시 이게 놈들의 번식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 이곳에 사람들이 더 있다는 말일까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빨리 가야 합니다. 박 상사와 마크가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놈들은 사람을 이용해 번식하는 것이 분명했다. 액체로 변하게 만든 건 사람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서였고 번식을 위해서는 척추동물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 자가 번식은 세포분열과 비슷한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척추동물에게 이식이 되어 세포분열 후 형태를 갖출 수 있는 DNA를 부여받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형태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사람의 경우 임신 후 10개월이 걸리게 되지만 놈들의 경우 세포 분열 후 꽤나 빠른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개체수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하 연구실의 상황은 어떨지 알 수는 없다. CCTV를 통해 확인이 가능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복도 쪽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이 사실을 빨리 박 상사와 마크에게 전달해야만 했다. 그래야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생기고 괌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지하로 갈 채비를 하며 동현이에게 물었다.



"동현아! 뭐 좀 찾은 게 있니?"

"아뇨. 여기서는 별로 없네요."

"그래. 빨리 움직이자. 소장님! 이제 내려가야 합니다."



김 소장은 보고서로 만들어진 놈들에 대한 연구자료들을 챙기며 나에게 다가왔다.


"네. 이제 움직이시죠."




이번엔 내가 앞장섰다. 계단 문 앞에 선 우리는 깊은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문을 열었다.

눈 앞에 위험을 표시하는 빨간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우리는 인류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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