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냥이 Jul 02. 2021

그날, EP03-14화

반격의 시작

-EP03-13화에서 이어집니다-


"덜컥. 덜컥."
"끙차."


나는 아파치 조수석을 돌아 앉아 응급 처치 키트를 꺼냈었다. 배낭으로도 멜 수 있도록 되어있는 키트였는데 간단한 수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구비가 잘 되어있는 키트였다. 나는 이머진시 케이스에서 신호탄 몇 개와 글로우 스틱들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오염된 물을 정화시켜주는 알약 봉지도 챙겨 넣고 있는 순간이었다.


"콰앙!"

"으악! 뭐, 뭐야!"

"콰아앙!"

"끼이이익"


갑자기 헬기 앞부분이 강한 충격을 받으며 찌그러졌고 헬기가 옆으로 약간 틀어졌다. 그 충격에 나는 조종석 밖으로 몸이 떠 올랐고 떨어지지 않도록 열려있는 윈드실드의 손잡이를 꽉 움겨쥐었다.


"그르릉!"

"콰아앙!"

"아아악! 이놈이 언제 왔지!"


다시 한번 놈은 헬기의 앞부분을 내리쳤고 육중한 무게의 아파치는 앞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졌다.


'다시 헬기를 타야 해!'


놈의 공격은 강했지만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나를 떨어트리려고 했는지 이제는 헬기의 앞부분을 부여잡고 좌 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으응! 그으응!"


헬기가 엄청난 힘으로 흔들릴 때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점점 힘이 빠져갔다.


'이렇게 있다가는 놈에게 당할지도 몰라. 그런데 왜 직접적으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지?'


지금까지 놈들은 우리에게 물리적인 충격을 주거나 물폭탄을 이용해 공격을 해왔다. 하지만 이놈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았다. 이상했지만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빨리 헬기 안으로 들어가야 해!'


난 잡고 있던 헬기의 윈드실드를 더욱 움켜쥐고 다리를 조종석에 걸치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쭈욱 뻗었다.


'으윽, 조금만 더.'


이를 악 물고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놈이 반대로 헬기를 돌려 난 다시 날아갈 듯 헬기에 매달렸다.


"부우웅!"

"악! 으윽! 한쪽은 걸쳤는데! 익!"


간신히 걸쳐놓았던 발이 떨어지며 나는 더 큰 힘에 몸이 날아갈 듯 날아다녔다. 한 손은 헬기의 윈드실드 손잡이를 붙잡은 채로 다른 한 손으로는 한쪽 어깨에 걸쳐있던 가방을 뒤젹였다. 놈의 시선을 분산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다.


"으으윽! 이놈의 주위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해!"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가방을 뒤적이자 가방 속 물건들이 후드득 떨어졌다. 개인 신호탄 하나가 손에 잡혔다. 길쭉한 막대 형태인 것으로 밑 부분에 충격을 주면 붉은색 불꽃이 타오르는 것이었다.


"탁! 파아아악!"


놈의 시선을 끌도록 눈앞에서 신호탄을 빙글빙글 돌렸다. 놈이 계속 헬기를 흔들고 있어 쉽지는 않았지만 점차 신호탄을 보며 움직임을 멈췄다.


"저쪽으로 가!"


신호탄에 시선이 빼앗긴 놈은 들고 있던 헬기를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찰나, 최대한 먼 곳으로 신호탄을 던졌고 놈은 그곳으로 뛰어갔다.


"타탁. 큰일 날 뻔했네. 헉헉."


잡고 있던 헬기를 놓고 바닥으로 뛰어내린 나는 가방에서 쏟아진 물건들을 주워 담고 건물 내부로 뛰어갔다.


"띠딕. 출입문 열립니다."

"마크! 퍼스트 에이드 키트 가져왔어요!"


지하 1층에 도착한 나는 김 소장의 신분증으로 입구를 잠그며 마크에게 뛰어갔다. 일행은 다행히도 별일 없어 보였다.


"마크. 이거 맞아요?"

"네! 맞습니다! 고생했어요 리!"


나는 마크에게 퍼스트 에이드 키트를 넘기며 옆에 앉아 박 상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사님. 어때요? 좀 참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그러자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마크가 말했다.


"리, 저 손좀 빌리겠습니다. 제가 지혈하고 있는 손을 잠시 뗄 거예요. 피가 튀길 수 있으니 조심하시고 이 새로운 거즈로 지혈 좀 부탁드릴게요."

"아 네."


나는 살짝 긴장한 채로 마크를 도왔다. 실제로 깊은 상처를 처음 보게 되는 것이고 피는 항상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마크는 의사답게 능수능란하게 진행했다.


"다행히 유리 파편이 근막 언저리까지만 박혔습니다. 상처 봉합만 하면 되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입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네. 그래도 처음이라 걱정되네요."


오히려 박 상사가 더 느긋한 듯 보였다. 항상 냉정하고 과묵한 성품의 박 상사였지만 자신이 다친 상황에서까지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그때 뒤에서 김 소장이 말했다.


"입구는 저와 동현이가 맡고 있겠습니다. 마크, 잘 부탁해요."


김 소장과 동현이는 지하 1층 입구 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경계를 시작했다. 나는 마크를 바라보며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팍! 후드득!"

"윽."


마크가 지혈을 하고 있던 손을 떼자 피가 팍 하고 솟구쳤다. 나는 건네어 받은 멸균 가제로 박 상사의 복부를 힘주어 누르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으세요. 팍. 마취는 할 수가 없어서 조금 아플 것입니다."

"상관없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마크가 봉합 도구들을 준비하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자 지혈하고 있던 손을 뗐다. 어느 정도 지혈이 되었는지 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럼, 시작합니다. 빨리 진행되지 않으면 다시 피가 나오기 시작할 거예요. 아프더라도 조금만 참으시고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리면 이 가위로 실을 잘라주세요. 10미리 조금 안되게 자르시면 됩니다."


"네."


나는 마크의 현란한 솜씨를 보며 감탄했다. 외과의였던 그는 전장에서 수많은 병사들의 긴급수술을 진행했고 전장에서 꼭 필요한 외상외과 전문의였다고 했다.


"컷."

"아, 네. 컷."


툭. 20여 바늘을 꿰매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크의 실력에도 감탄했지만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은 박 상사도 대단해 보였다.


"당분간은 정기적으로 소독해야 합니다. 움직임에 불편함이 있겠지만 조금만 참으세요."


수술 부위를 베타딘으로 소독하고 거즈를 덮어 반찬고로 마무리했다. 마크의 손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거침이 없었다.


"다 되었습니다. 역시 팍, 상남자입니다."


마크의 칭찬이 이어지자 살짝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아래에 둔 채 상의를 입고 있었고 치료 완료 소리를 들은 김 소장과 동현이가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제야 1층에서 발견한 가방이 생각났다.


"아. 이거 아까 1층에서 발견한 가방이에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스마트폰 같은 거랑 많이 적어놓은 책 같은 게 있더라고요."


나는 가방을 뒤적이며 하나씩 꺼내놓고 있었다. 박 상사는 책자를 집어 들었고 김 소장은 스마트폰을 들어 전원을 켰다.


"아직 배터리가 남아있네요."


가방을 더 뒤적이던 나는 신분증 하나를 발견하고는 이야기했다.


"김승현, 한국 항공 우주국 연구소장. 여기 신분증도 있네요."


나는 가방에서 꺼낸 신분증을 김 소장에게 건네였다. 김 소장은 건네어 받은 신분증을 한번 보고는 스마트폰 여기저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거, 이 사람 일기장인 것 같습니다."

"놈들을 없앨 수 있는, 그리고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상사가 건넨 작은 수첩을 받고 나는 수첩을 넘기며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고 스마트폰 여기저기를 보던 김 소장은 영상 하나를 틀었다.


[내 이름은 김승현이라고 합니다. 한국 항공 우주국 소속 연구소장으로 현재 우주개발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우주 탐사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우주 공동 개발로 점차 기술이 발전되었고 2020년대 중반부터는 단독 개발과 탐사를 시행해 왔습니다. 2020년대 말쯤 급격한 지구 환경의 악화로 전 세계적으로 우주개발은 활성화되어 몇몇 나라는 지구와 환경을 똑같이 만든 인공 우주 정거장을 만들게 되었고 아시아로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전 국민을 우주로 이주시킨다는 목표 하에 정거장 건립 사업을 시작했고 이와는 별개로 화성 탐사에 대한 비 공식적인 탐사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성공한 워프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 연합에서 개발한 것과는 속도면에서나 안정성면에서 10년은 앞선 기술입니다.


이 워프 기술의 개발로 우리는 화성 탐사를 시작했고 비 공식적으로 한 달 만에 화성을 오갈 수 있는 기술을 완성했죠. 레이저와 같은 직진성을 같고 있는 빛을 가둬둘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한 우리는 작은 공간에 완벽히 계산된 각도로 거울을 붙이고 빛을 반사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두게 되면 레이저 빛은 거울에 의한 반사를 지속하며 에너지를 응축할 수 있게 됩니다.


최고의 운동성을 가지게 된 레이저 빛을 한쪽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거울을 이용한 길을 터주게 되면 응축되었던 힘이 폭발하며 작은 공간은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이 기술을 이용해 우주선에 적용했고 실험은 대 성공해 우리만의 워프 기술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워프 기술로 이동을 하게 되면 그 순간 동안 시간은 멈추게 되고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정지된 상태로 한 달을 있어야 합니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워프로 이동시에 받을 충격은 전달되지 않지만 목적지에 도착이 가까워짐에 따라 급격히 변하는 속도로 인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성질이 발행하여 내부에 있던 사람이나 물건은 앞으로 튕겨져 나가게 되어 선체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워프시 우주선 내부에 작동하고 있던 중력은 무중력으로 변하게 됩니다. 중력이 없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 인해 우리는 워프 이동 카운트다운 시간을 설정하였고 정해진 시간 내에 선내에 존재하는 모든 인원을 동면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그럼으로써 우리는 안전하고 빠르게 화성까지의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화성에 도착한 우리는 화성보다는 작은, 지구보다는 조금 더 큰 크기의 행성 하나를 발견했고 이름을 제2의 지구라는 의미로 E02라는 지어주게 되었습니다. 탐사선을 착륙시키기 전 로봇을 먼저 보내 확인한 결과 지구와 환경이 90%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탐사대원 몇 명을 보내 E02의 흙과 물 그리고 그곳의 공기 등의 시료를 채취하던 중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체 하나를 발견해 지구로 귀환하였죠.


E02에서 발견한 생명체는 귀한 연구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다른 행성에서 발견한 최초의 생명체이고 이 생명체로 인해 지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항공 우주국 지하 10층에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기는 다람쥐 정도였고 눈은 얼굴의 반 정도로 컸고 동그란 귀를 가지고 있는, 성격은 온순했으며 호기심이 많아 연구원들이 주는 음식도 잘 받아먹었습니다. 하지만 물에 꽤나 집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물이요? 아, 맞아요! 놈들은 물에 닿으면 우리를 막 공격하다가도 물을 마시고 있거나 내리는 비를 보고 있었어요!"


동현이가 소리쳤다. 나도 동현이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네요. 박 상사님과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들렸던 건물에서 그런 장면을 봤어요."

"이유가 뭘까요? 놈들은 물에 어떤 반응을 하는 것 같은데."


김 소장이 이야기했다. 김 소장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받아 들고 나는 영상을 다시 틀었다. 이 영상 속에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밀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마크가 이야기했다.


"그런데, 우리 뭐 좀 먹어야 할 거 같은데요."


그러고 보니 며칠은 제대로 먹어본 게 없었다. 나는 동현이를 불러 놈과의 전투로 어지러 펴져 있는 식탁을 정리하고 동현이의 가방에서 긴급 식량들을 꺼내고 있었다.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에 살짝 마음이 설렜다.



-EP03-15화로 돌아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날, EP03-13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