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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Jul 12. 2021

그날, EP03-15화

드디어 알게 된 해결책.

-EP03-14화에서 이어집니다-


"식사는 간단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나타났던 놈도 그렇고 제가 아파치에 갔을 때도 한놈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이곳은 놈들의 본거지입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식사를 청하는 마크의 이야기에 나는 간단히 먹을 것을 이야기했다. 동현은 메고 있던 배낭에서 그간 모아 온 전투식량을 꺼내어 크래커를 나누어주었다. 박 상사는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으며 이야기했다.


"남수 씨. 아까 1층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특이사항은 없었습니까?"

"이상한 게 있긴 했어요. 지금까지 놈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어요. 힘으로써 공격을 하거나 놈들이 쏘는 물폭탄을 사용했죠. 그런데 그놈은 달랐어요."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크와 김 소장이 눈을 번뜩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과 눈을 한번 마주친 후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놈은 나에게 물리적인 공격을 하지 않았어요. 물폭탄을 쏘지도 않았고 뭐라고 해야 하지? 애완동물의 느낌이었어요."


그러자 박 상사가 다시 물었다.


"애완동물 말인가요?"

"네, 분명 힘은 무지 세요. 아파치 앞부분을 들어 올릴 정도로 말이에요. 하지만 좌 우로 흔들거나 손으로 헬기를 쳤을 뿐 저에게 직접 공격은 하지 않았죠. 오히려 저와 놀아달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모두들 먹던 음식을 입에 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이야기했다.


"레이더가 있는 헬기 앞부분을 한번 세게 치고는 좌 우로 흔들었어요. 그때 전 부조종석에 앉아 뒤편을 바라보고 퍼스트 에이드 키트를 꺼내고 있었는데 쾅하는 소리와 충격으로 헬기 밖으로 떨어질 뻔했거든요."

"이상한 일이네요. 지금까지 놈들과는 다른 방법인데.."


김 소장이 식사를 마쳤는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놈에게서 어떻게 빠져나왔죠?"

"주의를 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조정석에 매달린 채로 가방을 뒤적여보니 신호탄이 있더라고요. 밑 부분에 충격을 주면 빨간색으로 연소되는 것 말이에요."


이번엔 마크가 나에게 물었다.


"아 네, 그 후에는요?"

"순간적으로 빨간색 불이 타오르자 놈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더군요. 그래서 전 놈의 시선을 신호탄에 묶은 채 멀리 던졌더니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나는 입 주위에 묻은 음식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이야기했다.


"킴. 아까 그 영상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크는 김 소장에게서 스마트폰을 건네받고는 바로 영상을 켰다.


"아마 이곳까지 봤던 것 같습니다."


마크가 조금 전까지 봤던 부분으로 영상 테스크바를 끌어당겼고 이내 영상은 다시 재생되었다.


[처음에 연구원들은 놈에게 스트로마톨라이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최초의 미생물 화석 이름이었는데 처음 발견한 행성에서 찾아낸 첫 생명체였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고 평소에는 스톨이라고 불렀죠. 스톨의 공격성이나 성향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귀여웠던 외형에 외계에서 온 동물이라는 생각이었고 성격은 온순해 보였으니까요.


시간이 없으니 본론부터 드리겠습니다. 스톨을 보게 되면 절대 접촉을 하지 마십시오. 아주 어린 개체였을 때에는 괜찮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난 뒤부터는 스톨의 몸속에 있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 인체에 붙게 되죠. 끔찍한 건 그 이후입니다.


인체에 달라붙은 박테리아는 점차 세포분열을 하며 나무줄기와 같은 형상으로 자랍니다. 그 속도는 매우 빨라 순식간에 사람의 몸을 감싸게 되고 강한 충격으로 기절시킵니다. 그 단계가 되면 그 사람의 몸은 더 이상 자신이 제어할 수 없게 되죠.


이후부터 사람은 이제 박테리아의 것이 됩니다. 외형은 스톨과 비슷하게 털북숭이처럼 변하게 되지만 사람과 같이 직립보행을 할 수 있고 인간의 10배가량의 힘을 낼 수 있어요. 그리고 특이한 점은 오른손에서 물과 같은 무언가를 쏠 수 있습니다. 그 물을 맞으면 사람은 물로 변하게 되는데 그 물은 농축 원액처럼 사람의 양분이 가득하죠. 놈들은 그것을 마시며 에너지를 축적하게 되고 축적된 에너지가 일정 수치 이상 상승하게 되면 점차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처럼 변이를 시작합니다.


저는 이곳의 책임자로서 인류를 망하게 만든 놈들에 대한 퇴치법을 연구해야만 했습니다. 연구실 내부에서 최대한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어요. 우리의 생각보다 놈들은 똑똑하고 진화가 빠릅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두려움이 없어요. 놈들의 목적은 단 하나, 다른 행성으로 퍼져나가 자신만의 행성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을 숙주처럼 이용하게 될 것이고 점차 진화하게 되어 인간으로서는 상대할 수 없는 종자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먼저, 스톨을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스톨과 직접적으로 접촉을 하면 안 됩니다. 닿는 순간 박테리아가 순식간에 퍼질 거예요. 점차 몸이 딱딱하게 굳어갈 것이고 이후엔 놈들과 같이 변하게 되니 명심하세요.


그리고 스톨을 잡았다면 숨 구명이 뚫려있는 작은 유리로 된 케이지에 가두세요. 우주에서 스톨을 데려올 때 사용했던 케이지가 지하 10층에 있을 것입니다. 그걸 이용하세요. 그리고 퀸 역할을 하는 놈이 있을 것입니다. 퀸은 놈들에게 명령하고 컨트롤하는 존재이면서 스톨을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본거지에서 어린 스톨들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며 자신만의 행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퀸의 외형적인 특징으로는 2미터가 넘는 큰 키에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으면서 몸의 앞부분에는 인간을 부착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살아왔던 행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모든 호흡과 신진대사에 대한 부분을 위해서는 사람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 퀸을 잡아야 놈들을 잡을 수 있습니다. 퀸을 잡기 위해서는 스톨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퀸을 유인하고 일시적으로 약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톨입니다.


제가 알아낸 부분은 여기까지 입니다. 저희는 실패했지만 이 영상을 보고 있으신 분들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렇게 영상은 끝났다. 지하 10층에서 우리가 본 것이 퀸, 퀸은 수연을 앞에 매달고 있었고 수연을 이용해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곳에서 마주했던 퀸은 우리가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고 우리에게는 놈들의 공격을 막아낼 만한 무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지원군이 필요했다.


"소장님, 아까 텔레포트를 이용해 이곳으로 오셨죠?"

"네, 마크와 함께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건 왜.."

"한 가지 생각이 있어서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보며 이야기했다.


"영상에서 이야기 한 대로 퀸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톨이라는 놈을 먼저 확보해야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재 무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지하 10층에서 퀸과의 전투 때 너무 많은 소진을 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이어나갔다.


"먼저 스톨을 생포해야만 해요. 영상 속 이야기를 토대로 유추해 보면 아까 제가 아파치에 갔을 때 만났던 놈이 스톨인 거 같습니다. 저에게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힘은 대단했고 크기도 다 큰 곰 정도였죠. 방법은 지하 10층으로 유인해서 원래 있던 케이지에 넣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문제는 퀸입니다. 수연이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공격을 하기가 어려워요. 영상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스톨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네요. 스톨을 생포한 뒤에 생각해봅시다."


잠자코 듣던 동현이가 입을 뗐다.


"문제는, 스톨도 그렇고 퀸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지 않을까요? 만약 그들이 나타난다면 어떤 방법으로 유인을 해야 하죠?"


가장 큰 문제였다. 이들을 유인하자고 큰 소리를 내었다가는 무더기로 덤비는 놈들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각자 흩어져서 놈들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톨의 습성을 알아야만 했다.


나는 연구소장이 가지고 있던 수첩을 한 장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2029년 1월 15일, 오늘은 너무나도 기념비적인 날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한 차세대 극 초음속 엔진인 워프-K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하였고 생명체 대신 인간과 똑같이 만들고 생체 신호까지 똑같이 재현해 낸 더미를 탑승시킨 우주선의 시험 운행에서도 모든 더미가 대미지를 입지 않은 채로 왕복 운행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워프 기술로 우리나라가 드디어 우주 산업에 있어 가장 선봉에 서는 기념비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앞으로 남은 1년, 실제 우주인을 태워 보내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짧은 기간일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만 한치의 실수도 없이 준비하도록 하자.


아 그런데 집에는 뭐라고 이야기 하나. 근 10년간 집에는 거의 못 들어갔는데 몇 년 또 못 들어갈 수도 있겠다. 오늘은 꼭 집에 들어갔다 와야겠다.


2029년 1월 30일, 계획은 착착 진행 중이다. 발사 준비는 이상 없는 상태고 선발된 우주인들에 대한 훈련도 잘 진행되고 있다. 약간의 걸리는 건 냉동 캡슐에 대한 동작 부분이다. 산소를 공급하는 호흡기에 대한 부분이 살짝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 동면 진행은 탑승 인원이 모두 압박을 버텨낼 수 있도록 제작된 슈트를 입고 입과 코를 가리는 호흡기를 착용한 후 특수용액으로 채운 캡슐에 들어간다. 이후 잠들게 되면 그 용액은 영햐 30도 이상으로 얼어 탑승자를 동면의 상태로 만들게 되고 모든 생체신호는 모니터링되며 이후 워프가 자동으로 진행되게 설계하였다. 몇 차례의 시뮬레이션에서도 오차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불규칙으로 전달되는 산호 호흡기는 일정하게 공급되도록 회로기판을 수리했다.


집에 못 들어간 지 보름째다. 마지막으로 집에 갔을 때 안아보았던 막내딸이 보고 싶다.


2030년 2월 1일, 오늘은 발사 한 달 전 최종 점검을 하는 날이다. 우주인들이 가는 동안 해야 하는 식사들과 의복 그리고 연구에 사용될 용품들과 기기들이 입고되었다. 그리고 우주선에 탑승하는 인원들에 대한 모든 바이탈 정보를 입력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과거 병력과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정보들을 입력하고 생체리듬에 대해 우주선 내 메디컬 센터와 싱크를 맞춘다. 해당 데이터는 지구 관제센터에서 모두 모니터링하게 되고 승무원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지구에서도 알 수 있게 된다. 우주선 내에는 응급 의료키트가 구비되어있고 수술 또한 진행되며 집도는 의료 로봇인 메딕이 진행하게 된다.


우주여행 중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모든 승무원들의 대소변은 특수 봉투에 모아지게 되며 이는 향후 화성 개발 시 우주로 보내지는 국민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이제 한 달 남았다.


2030년 3월 3일, 발사 날. 우주로 보내질 예정인 승무원의 수가 10명에서 1명이 탈락한 9명이 되었다. 최종 건강 검진에서 의심증상이 발견되어 중도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다. 워프 때 진행되는 동면 시 심장 박동에 대한 리듬이 약간씩 불규칙한 구간이 발견되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후보 중 차순위의  우주인을 선발하기엔 시간적인 무리가 있어 최종적으로 9명을 보내기로 했다. 우주센터의 모든 인원들과 관계자분들에 대한 노고를 치하한다. 그리고 너무 떨리는 날이다.]


나는 우주센터장이 써 내려간 일기장을 한 장씩 정독하며 읽어 내려갔다. 분명 이 일기장 속에 스톨의 특징과 약점 그리고 퀸과 놈들에 대한 단서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그렇게 2033년의 여름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EP04편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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