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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Jul 14. 2021

그날, EP04-01화

유일한 희망

-EP03-15화에 이어집니다-


"그럼, 스톨을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직접적인 접촉은 절대 피하라고 했잖아요. 어떻게 잡죠? 그리고 그놈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어떻게 아나요?"


나와 센터장의 일기장을 같이 읽고 있던 동현이가 물었다.


"일단 무언가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게 필요할 거 같아. 여기는 우주 항공 센터니까... 아! 우주복이 있지 않을까?"


내가 무릎을 탁! 치며 소리를 질렀다.


"오! 맞아요! 머리가 좋은데요? 리!"


마크가 나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우주복은 개인 지급품이기에 이곳 지하 1층 숙소에 있을지도 모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와 동현이가 각 숙소를 수색하기로 했다.


"동현아, 내가 먼저 들어가서 옷장을 찾아볼게. 넌 뒤에서 날 엄호해줘야 한다. 알았지?"

"네, 아저씨."


소장님과 마크는 식당을 지키기로 했고 아직 움직임이 어려운 박 상사는 뒤쪽에서 우리를 엄호하기로 했다.


"남수 씨,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무전을 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식당을 나섰다. 숙소와 식당은 같은 위치에 있었지만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조금 전 놈의 공격이 있었던 터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내가 아파치에 다녀오면서 입구를 잠갔지만 놈들의 힘으로는 쉽게 뚫고 들어올 수 있을 터였다.


"그럼, 간다."

"네."


나는 동현이를 따라오게 하고 앞장섰다. 군 복무 시절 수색 정찰을 나섰던 상황이 생각났다. 그때와 다른 건 나이가 들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실전이라는 것. 가상의 적을 두고 수도 없이 훈련했지만 여전히 떨리는 마음은 없어지지 않았다.


"타박. 타박. 탁탁."


나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간결하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 젊어서인지 동현이도 나를 잘 따라왔고 어느새 1호실 앞에 다다랐다.


'내가 먼저 들어갈게'


동현이에게 먼저 들어간다는 수신호를 보내고 유리 창문으로 내부가 비어있음을 확인했다. 천천히 손잡이를 힘을 주며 문을 열기 시작하자 정체되어있던 공기에서 나는 퀴퀴함이 코를 자극했다.


"꿀꺽."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5평이 조금 넘는 공간 내부는 원룸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침실은 안쪽에 따로 구비되어 있다. 침실까지 공간을 사용한다면 8~9평 정도 되는 공간이었다. 개인 욕실과 샤워실이 준비되어 있었고 휴식 혹은 작업 정도를 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었고 바닥은 카펫을 깔아놓았지만 놈들의 인간 배양의 흔적들로 더럽혀져 있었고 곳곳에 나뭇가지와도 같은 줄기들이 흩어져있었다.


"동현아 발 내딛을 때 조심해."


동현이는 알았다는 듯이 내 오른쪽 어깨를 살짝 잡아주었고 우리 둘은 곧장 침실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벌컥!"


옷장의 내부에는 빈 옷걸이 몇 개만 찰랑거리고 있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렇다면 이곳에 없는 건가? 어디에 있는 것이지?"

"이곳은 연구원들이 사용하던 방이잖아요? 우주복이면 승무원들이 입는 옷 아니에요?"


이 방은 연구원들의 방, 우주복을 얻기 위해서는 승무원들이 묵는 방으로 가야만 했다.


"그으응! 콰아앙!"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엄청난 힘이 나와 동현이를 덮쳤고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으악!"

"후드득."


동현이와 나는 미사일이 떨어진 것만 같은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전쟁 등을 대비해 기본 골격이 두껍게 만들어진 콘크리트 철골 건물이었지만 벽면을 한방에 부실 정도로 큰 힘을 받은 나와 동현이는 살아있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남수 씨! 동현아!"


식당 쪽에 있던 김 소장과 마크 그리고 박 상사가 우리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쉬이익! 콰아앙!"


다시 한번 무언가 날아왔고 건물은 큰 충격을 받아 벽에 금이 가며 흔들렸다.


"쿠르르르릉! 후드득!"


건물 잔해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하 1층 내부를 가득 채웠고 그 충격이 김 소장과 마크를 덮였다.


"으윽! 모두들 괜찮아요?"


뒤 따라오던 박 상사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그르르 릉! 콰아앙!"


층수로는 지하 1층이지만 뒷부분은 지하 10층까지 외부에 노출된 구조의 건물이었다. 우리의 인체 신호를 감지했는지 놈은 외벽에 붙어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었다.


"콰아앙! 후드득!"

"남수 씨! 소장님! 으윽!"

"쿠당! 퍽!"


박 상사는 남수와 김 소장에게 달려오다 놈이 벽을 치는 순간 건물이 흔들리며 전해지는 엄청난 힘에 밀려 벽 쪽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으윽. 이, 이놈은 또 어떤 놈이길래!"


붕대로 감아놓은 박 상사의 배에서 붉은 피가 진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박 상사는 엄청난 통증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지만 이번에 받은 충격에 점사 정신이 아득해져가고 있었다.


"남수씨이. 소장니임.. 여보오.."


창문 넘어 검은색 물체가 벽에 붙어 엄청난 힘으로 콘크리트를 박살 내는 모습이 아련하게 보였고 박 상사의 눈은 점점 아득해져만 갔다. 이윽고 벽 한쪽이 구멍이 나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점차 구멍은 넓어져 놈의 손이 내부로 들어와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있었다.


외벽 두께만 50센티가 넘는, 철골이 20미리 간격으로 촘촘히 박혀 있는 건물이었지만 놈의 집요한 공격에 점차 콘크리트는 바스러져갔고 외부의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던 그때.


"꾸르륵. 꾸꾸루루룩."


어디에선가 다람쥐가 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희뿌연 유리창 너머 커다란 덩치의 검은색 물체 위에 다람쥐 크기의 작은 형체가 걸어 다녔다.  


"꾸꾸꾹. 꾸루루룩."

"그르릉!"


벽을 뜯어내던 놈은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대화를 나누는 듯 같이 소리를 냈고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박 상사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박 상사는 정신을 잃었다.


"리! 이봐요! 리! 정신 차려요!"


귓가에 치는 메아리처럼 나를 불러대는 소리에 눈이 슬쩍 떠졌고 시야를 가리고 있던 흙무더기가 치워지며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마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으윽! 어떻게 된 거죠?"

"아직 움직이지 말아요! 리. 놈인 것 같은데 건물을 공격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소리에 끌려 공격을 멈추고 가버렸고요."

"아악!"


마크가 내 어깨를 잡고 일으킬 때 나는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그나마 이 정도인 게 다행인 건가?


"다행히 어디 골절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리 쪽은 타박상인 거 같네요."

"끄응. 그렇군요. 모두 무사한 건가요?"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인원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김 소장은 동현이를 챙기고 있었고 제일 뒤쪽 벽면에 쓰러져있는 박 상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박 상사님! 으윽!"


나는 다리를 절며 박 상사에게 다가갔다. 그때 마크가 나에게 와 이야기했다.


"큰 부상은 없습니다. 우리에게 달려오다 놈이 쳐버린 벽의 파편들을 맞고 쓰러진 거 같아요. 다행히 보호장구도 하고 있었고 방탄복도 입고 있었으니 약간의 타박상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는 거예요!"

"봉합수술을 했지만 무리해서 움직이는 바람에 상처부위에서 다시 피가 배어 나왔어요. 그리고 박 상사는 며칠 음식을 잘 먹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피로 누적이에요. 몸이 견뎌내지 못했던 거죠. 잠시 잠들어있는 것입니다."


나는 박 상사의 옆에 다가가 다친 무릎은 굽히지 못한 채로 힘겹게 앉으며 박 상사의 손을 잡았다.


"상사님. 일어나야 해요. 강하신 분 이신대 이러고 있으면 어울리지 않았아요."


이 사태가 일어나면서부터 나와 함께 해 왔고 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알게 모르게 난 박 상사에게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 뭡니까.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는데. 으힉 왜! 왜 손을 잡습니까!"


박 상사가 눈을 뜨며 잡고 있는 내 손을 징그럽다는 듯이 뿌리쳤다. 나는 살짝 촉촉해진 눈으로 박 상사를 바라보며 와락 안았다.


"다행입니다! 박 상사님! 어디 다치신 곳은 없는 거죠?"

"아, 왜, 왜, 징그럽습니다!"


내 품을 벗어나려 아등바등 대는 박 상사를 더욱 꽈악 끌어안자 몸에 힘을 풀고 박 사도 내 등을 안으며 톡톡 두들겨 주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스톨을 찾으러 가야 했지만 부상자가 너무 많았다.


"빨리 움직여야겠습니다. 놈들의 세력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네요."


김 소장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동현아. 동현이는 괜찮니?"


나는 뒤 따라오는 동현이를 보며 말했다.


"네 아저씨. 저 아직 젊잖아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동현이가 웃어 보였고 우리는 모두 박 상사 주변에 모여 다음 계획을 만들기로 했다.


"꾸르륵."


창 밖에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던 작은 스톨 한 마리가 건물 위로 튀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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