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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Jul 29. 2021

그날. EP04-02화

의외의 해결점은 가까운 곳에서.

-EP04-01화에 이어집니다-


우리는 박 상사 주변에 모여 스톨을 먼저 생포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생각보다 지체된 시간에 마음은 더 급해졌고 우리 모두 적지 않게 대미지를 입은 상태였지만 시간을 더 끌게 된다면 인간 측이 불리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곳은 연구원들의 사무실과 숙소였어요. 그래서인지 각기 방에 우주복은 있지 않았던 것 같고요. 승무원들이 묵었던 방을 찾아봐야겠어요."


동현이가 먼저 의견을 냈다.


"승무원들이 묵었던 방은 어디에 있죠?"


내가 다시 물었고 동현이가 안내도를 보며 이야기했다.


"층간 안내도를 보면... 지하 5층이지 않을까 싶어요. 연구원 숙소라고 되어있긴 한데 지하 1층에도 숙소가 있으니까요."


이어 김 소장이 입을 열었다.


"동현이 말이 맞을 것입니다. 이 사항은 모두 극비이기 때문에 승무원들에 대한 정보도 역시 비밀로 되어있죠. 연구원 숙소로 되어있다면 그곳이 승무원들이 묵었던 곳일지도 모릅니다."

"그럼 바로 지하 5층으로 가죠."


그러자 이번엔 마크가 입을 열었다.


"박 상사님 움직이기에 어떤가요? 거즈 패킹을 다시 갈긴 했지만 너무 큰 움직임은 안됩니다."

"괜찮습니다. 빨리 이동하시죠."


박 상사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당한 통증이 있을 텐데도 신음소리 내지 않는, 박 상사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박 상사님 환부에서 열감이 나거나 체온이 높다 싶으면 말씀해주세요. 상처부위가 곪게 되면 큰일입니다. 우리가 처해있는 환경이 깨끗하지 못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야기하는 마크에게 미소를 날리며 박상 사는 이동할 준비를 했다.


"현재 위치는 지하 1층입니다. 다른 층에서 놈들의 번식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어디서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고요. 다들 무기 한번 확인해 주세요. 되도록이면 탄을 아껴야 합니다."


박 상사의 말에 우리는 소유하고 있는 총기류를 점검했고 각자 남은 탄창의 수를 확인했다.


"출입문, 열립니다."

"타박타박, 탁."


박 상사를 필두로 마크와 김 소장 그리고 동현과 내가 차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놈의 공격으로 계단의 벽은 곳곳이 부서져있었고 바닥에는 벽에서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와 유리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어 조심스럽게 이동해야만 했다.


"지직. 지지직."

"그르르릉."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계단에서는 무너져 내린 천장에 매달려있는 전등에서 전기 스파크가 일어났고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놈들의 그르렁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가 더욱 공포스럽다 했던가, 긴장감은 한층 더 올랐고 심장은 더욱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르릉. 쿵!"

"꾸르륵. 꾹꾹!"


어디선가 다람쥐와 같은 소리가 나고 있었고 그르렁대는 소리와 함께 쿵쿵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금 더 속도를 높여 내려가기로 했다.


앞에 있던 박 상사가 오른쪽 주먹을 들어 올리며 정지신호를 보냈고 갑자기 멈춰 섰다.


"저쪽 밑에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 4층까지 내려온 상태, 우리는 계단실에 있었다. 위쪽과 아래쪽 뻥 뚫려있는 상태였고 위험한 위치였다.


"제가 먼저 내려가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쿵!"


이번엔 위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위쪽과 아래쪽에서 놈들이 다가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박 상사님, 한꺼번에 같이 가시죠."

"휴. 그럼 최대한 빨리 붙으세요."


"쿠쿠쿵! 쿠쿵!"

"어어어어! 아저씨! 저기 뒤에!"


내가 박 상사와 대화하고 있는 사이 뒤쪽을 경계하고 있던 동현이가 소리쳤다. 놈이 다시 나타났다.


"쿵쿵쿵! 그르릉!"

"콰아앙!"

"으악!"

"후드득!"


위쪽에서 달려오던 놈은 우리 위에서 계단을 무너트리며 다가오고 있었고 바스러진 계단 콘크리트는 우리에게 쏟아졌다.


"빨리! 움직여요!"


박 상사의 외침에 우리는 모두 지하 5층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꾸르륵!"

"쿵! 그르릉!"

"쿠쿠쿵! 쾅쾅! 쿵쾅! 쿵쾅!"


한놈은 위에서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다른 한놈은 아래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달려요!"

"타타탁! 탁탁!"


빨리 이동해야만 했다. 나는 뒤에 있던 동현이를 앞으로 보내고 위에서 내려오는 놈을 주시했고 박 상사는 밑에서 올라오는 놈을 감당해야 했다.


"타탕! 타타탕!"

"김 소장님! 빨리 문을!"


박 상사가 아래에 있는 놈을 향해 총을 쏘며 소리쳤다.


"부우웅! 꽈아앙!"

"후드득! 쿵!"

"으악! 소장님 빨리요!"


그때 위에서 달려오던 놈이 계단 한쪽을 손으로 쳐 큰 충격을 가했고 계단 콘크리트 일부가 바스러져 달려 내려가고 있는 내 뒤쪽으로 떨어졌다. 놈은 성에 안찼는지 다시 한번 손으로 계단을 한번 더 쳤다.


"부우웅! 꾸아앙!"

"동현아 위험해!"

"꾸웅! 후드득"


나는 앞에 내려가고 있던 동현이를 향해 몸을 던져 감싸 안았고 파편들은 내 등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


"출입문, 열립니다."

"쉬이잉."


지하 5층의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김 소장이 소리쳤다.


"빨리!"

"타타타! 타타타!"

"퓨퓻! 퓨퓨퓻!"

"꽈아앙!"

"으읏! 놈들이 지하에서 몰려옵니다! 남수 씨 빨리 들어가요!"


박 상사가 밑에서 올라오는 놈들을 막으며 소리쳤다. 마크는 수류탄을 밑으로 던지고 있었고 박 상사도 놈들을 향해 소총을 쏘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놈들을 당해내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꾸아앙!"

"마크! 철수 준비!"

"네!"


박 상사는 마크를 지하 5층으로 철수하게 한 후 수류탄 두발을 꺼내어 들고 하나씩 안전핀을 뽑고 계단 사이에 수류탄을 놓고는 돌로 괴어놓았다.


"박 상사님! 빨리 들어오세요!"


박 상사가 있던 위치는 지하 3층 위치였다. 목적지인 지하 5층보다 두 계단 아래 있었고 층고가 워낙 높게 제작되어있어 거리는 상당했다.


"타타탁!"

"남수 씨! 동현이는요!"


"쉬이익! 꽈앙!"

"쿠덩 쿠덩 쿵쿵!"

"으아아!"


"남수! 얼른 뛰어내려요!"


나와 동현이를 뒤 쫓아오던 놈은 다시 한번 우리 뒤에서 벽을 내리 쳤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부서지며 계단을 타고 굴러 떨어졌다. 그때 마크가 우리를 향해 소리치며 유탄발사기를 조준했다.


"동현아! 뛰어!"


나는 동현이를 붙잡고 마지막 남은 계단을 날듯 몸을 던졌고 뒤 쫓아오던 놈이 보이는 순간 마크는 유탄 하나를 발사했다.


"쾅!"

"으악!"

"기이익. 쿵!"


마크가 날린 유탄은 놈의 상체에 명중했고 큰 소리를 내며 폭파되었다. 놈은 큰 충격을 받으며 앞으로 쓰러졌고 계단을 굴러 바닥에 엎으린 채 고개를 한껏 숙이고 있는 나의 다리에 다다라서 멈추었다.


"빨리 들어갑시다!"


박 상사가 지하 5층으로 뛰어 올라오며 소리쳤다. 마크는 나와 동현이를 일으켜 세우며 내부로 뛰어들어가며 김 소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 방 안쪽으로 들어갑시다! 수류탄 두 개를 설치해놨어요! 큰 충격이 있을 것입니다!"


박 상사는 소리치며 달려갔고 우리는 박 상사를 바짝 뒤 쫓았다. 마크와 김 소장은 출입문을 닫고 락 장치를 작동시키며 충격을 대비해 방화문을 닫아두었다.


"소장님! 빨리 이곳으로!"


"그르릉. 쿵쿵쿵!"

"그아아아아 앙!"


"쿵! 쿵!"

"꽈아앙! 꽝!"


박 상사를 뒤 쫓아오던 놈들은 어느새 지하 5층에 도착해 공룡과 같은 소리를 내며 입구를 부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수류탄이 터지지 않았지?


"어떻게 된 거죠? 놈들이 문을 막 부수고 있는데 수류탄이 터지지 않았나 봐요!"

"부서진 벽돌로 괴어놨는데 아직 그걸 건들지 않았나 봅니다. 계속 고개 숙이고 있어요!"


"그 아아앙! 꽈아앙!"

"쿵! 쿠쿠쿵!"


놈들이 입구를 부실 듯 칠 때마다 온 건물이 흔들렸다.


"문이 부서지겠어요!"


동현이가 두려움에 떨며 소리쳤다. 강화 유리문은 놈이 휘두르는 주먹 한방에 바스러졌고 철문은 찌그러지며

지하 5층 내부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한놈은 철문을 계속해서 두드렸고 다른 한놈은 옆의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있었다.


"마크! 유탄발사기 좀 주세요!"

"한 발밖에 남지 않았어요! 조심하세요!"


박 상사는 마크의 유탄발사기를 건내어받고는 숨어있던 방에서 뛰쳐나와 놈들이 뜯고 있는 철문을 조준했다.


"철컥. 끼릭!"


마지막 한발 남은 유탄이 박 상사가 쏜 유탄발사기를 통해 날아올랐고 박 상사는 그대로 몸을 돌려 우리가 있는 쪽으로 피신했다. 유탄은 30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를 날아가 철문에 명중했다.


"쉬이익 콰아앙!"

"우르르릉!"

"후드득!"


"콰앙 콰콰쾅!"

"기이잉 쿵!"


유탄은 엄청난 굉음을 내며 철문을 날렸고 박 상사가 수류탄으로 만들어 놓았던 부비트랩도 같이 터졌다. 놈들은 철문과 함께 날아갔고 아래쪽에서 올라오고 있던 놈들도 박 상사의 부비트랩에 나가떨어졌다.


"휴. 이제 괜찮을까요?"


나는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머리엔 온통 콘크리트 파편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입구가 완전히 파괴되었으니 놈들에게 노출되기 쉽습니다.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그런데 우주복을 입는다고 해도 어떻게 스톨을 찾죠?"


머리 위에 쏟아진 콘크리트 가루를 털어내며 동현이가 물어왔다.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그에 대해 아무도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스톨을 잡는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했고 움직여왔다. 하지만 잡아야 하는 대상에 대해서 어떻게 찾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스톨의 존재도 몰랐고 놈들의 본거지에 와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놈의 특성을 알아내야만 했다.


나는 우주센터 소장이 남긴 일기장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EP04-0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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