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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Mar 21. 2022

그날, EP04 - 03화

홀로 남은 소나무.

-EP04-02화에 이어집니다-



"지직. 파지직"

"딸그랑. 딸그랑"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놈들은 어디선가 나타나 우리의 삶을 한순간에 없애버렸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전 세계가 무너져버렸다. 지옥이 되어버린 이 땅에서 우리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고 크고 작은 전투를 치르며 간신히 버텨나갔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식량이 전적으로 부족했다.


도시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버린 지 오래,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던 우리들은 다시 과거로 회기 되어버렸다. 생활에 편의를 주었던 전자기기는 전기 공급이 끊어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종이로 된 책이나 나뭇가지 등을 구해와야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은 잠시나마 한숨을 돌리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타닥. 타다닥"

"팟! 화르륵"


"달그락, 찰칵"


마크는 어디선가 나무로 된 부서진 가구들을 모으고 일부를 잘게 부수어 불이 잘 붙도록 섬유화 했다. 그리고는 파이어 스틱을 꺼내어 불을 붙였다.


"좀 도와드릴까요?"


내가 몸을 일으켜 마크 옆으로 다가갔다.


"아 네, 무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너무 먹은 게 없어요."

"이 난리통에 그럴 정신이 있었나요. 박 상사님은 괜찮으신지 봐야겠습니다."


어디서 찾았는지 냄비 하나를 주섬주섬 꺼내어 물을 끓이고 있는 마크를 뒤로하고 여전히 벽에 기대어 밖을 경계하고 있는 박 상사에게 다가갔다.


"박 상사님 몸은 좀 어떠신가요? 거즈를 갈아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놈들이 너무 조용한 게 좀 이상하군요. 아까까지는 그렇게 죽도록 좇아오던 놈들인데."

"그 덕에 잠시나마 우리가 한숨을 돌리고 있는 거 아닐까요? 우리도 잠시 정비를 해야 다시 싸워나가죠."


나는 박 상사의 겉옷을 들어 올려 상처부위를 확인했다. 피가 조금 배어났지만 더 이상의 출혈도 없어 보였고 오염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박 상사의 복부에서 거즈를 떼어내 환부를 소독했고 새로운 거즈로 교체했다. 다행히 환부에 열감도 없었고 박 상사도 약간의 미열이 있었지만 괜찮은 듯했다.


"스톨을 찾을 방법이 있을까요?"


박 상사가 나에게 물어왔다.


"아뇨.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소장이 남긴 일기장을 보긴 했는데 정확한 단서 같은 건 못 찾았습니다. 일단 잠시 휴식을 취하 고난 다음 생각해보죠."


"어디선가 퀸이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놈들이 세력을 더 키우기 전에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그럼요. 그래야죠."


"이리로 와서 뭐라도 드세요"


마크를 도와주고 있던 동현이가 우리를 불렀다.


"가시죠."


나는 먼저 일어나 박 상사에게 손을 내밀었고 박 상사는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크가 가지고 있던 비상식량을 넣고 끓였어요. 맛은 없겠지만 이거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요."


동현이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박 상사에게 숟가락을 건네었다.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잡탕을 한 숟가락 뜨며 말했다.


"우리나라는 완전히 무너진 건가요?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분들 그리고 군 수뇌부에서 생존자는 아무도 없을까요?"


"누군가는 살아있지 않을까요? 비상대응계획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통령과 수뇌부는 지하 벙커로 들어갔을 거예요. 이후 국가 위기 상황이 심각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대통령과 그 가족들 그리고 최소한의 경호팀과 지휘관들은 우주 정거장으로 이동하게 되어있습니다."


"우.. 우주정거장이요?"


나와 동현이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 박 상사를 바라보며 되 물었고 마크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네, 일반인들은 우주 왕복선으로 로켓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떠나겠지만 대통령을 모시는 공군 1호기는 다르게 설계 되었죠."


 2020년대 말 본격적인 우주여행이 시작되었고 10년 뒤인 2030년대부터는 일반인들도 우주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국의 정상들은 지구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될 경우를 대비해 우주정거장에 각국의 정상들과 군 수뇌부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어 각국 정상들은 해외 순방이나 전쟁 시에 사용하는 1호기들을 우주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제작해 우주공간에서 아무런 외부 지원 없이 최장 10일을 버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그.. 그럼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도, 각국의 대통령들도 모두 우주정거장에 있을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나는 다시 한번 박 상사에게 물었다.


"우주로의 이동이 실패하지만 않았다면,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왜 아직도 아무런 군사적인 지원이나 생존자들을 구원하는 등의 행동이 없는 거죠?"


약간은 격양된 목소리로 묻는 나에게 가만히 듣고 있던 마크가 입을 열었다.


"한국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지금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는 짐작할 것 같네요."


우리는 모두 마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박 상사님의 말씀은 모두 사실입니다. 미국을 주축으로 UN에 가입되어있는 모든 국가들은 기금을 마련해 유사시 우주정거장으로 피난을 갈 수 있는 계획을 마련했어요. Escape to the cosmos plan. ECP라고도 하죠."


"모, 모든 국가들이요? 그, 그래도 아직 아프리카나 아직 UN에 가입되어있지 않은 국가들도 있잖아요!"


나는 허탈한 마음에 조금은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계획은 인도주의적인 성격으로 모든 국가들이 합의를 해 진행된 일입니다. 그리고 남수 씨 말씀대로 개발도상국가와 UN에 가입되어있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그 비용을 펀딩해 지원했죠.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지하지원과 인적 지원을 펀딩의 조건으로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 세계의 인류가 놈들에 의해서 초토화되었고 우리 같은 생존자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니..



"지금 우리도 그들의 상황을 모르긴 마찬가지이지 않나요? 어쨌든 이들은 우주에서 온 것이 맞으니 그동안 우주정거장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크흠."


그 말도 맞다. 지금 우리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고립되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구에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놈들은 그들의 고향과 교신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각국의 정상들이 피신해 있다는 우주정거장의 상황도 모르는 실정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톨을 찾는 일이다.



EP04-04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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