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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 B Oct 03. 2016

#10. 인터뷰: 키르기즈스탄에서 하버드까지 (2)

개발도상국 이야기

현재 유럽부흥개발은행 (EBRD: 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에서 EBRD의 무역금융부서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으며 키르기즈스탄 최초로 하버드 로스쿨 수업료를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아 키르기즈스탄에서 큰 주목을 불러일으킨 아이자다 마라트 키지(Aizada Marat kyzy)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9. 인터뷰: 키르기즈스탄에서 하버드까지 (1)편에 이어서:



4) 소로스 재단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아이자다: 제가 소로스 자선재단에서 했던 일이 무척 흥미로운데요 프로젝트 매니저 겸 컨설턴트로서 사회적 기업에 관한 비지니스 컨테스트를 주최하고 수상을 한 각 개인의 비지니스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돕고 그 성과를 측정하여 비엔나에 있는 소로스 자선재단 본사에 리포팅을 하는 역활이었습니다. 수상을 한 개인들에게는 사회적 기업을 시작할 수 있는 약 $2,000달러의 자금이 주어지는데 수상자들을 뽑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정하는 일부터 영어 문서 작업까지 혼자서 모든 일을 주도하고 책임지는 역활을 수행했습니다. 수상을 했던 사회적 기업의 아이디어로는 키르기즈스탄의 저개발 지역에 컴퓨터 보급률을 높이고 IT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거나 키르기즈스탄 내의 여러 민족 간의 화합과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문화적 활동을 장려하는 아이디어 등이 있었습니다. 제가 했던 일이 급여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제가 늘 생각하고 있었던 사회에 대한 기여와 책임감의 비전과도 잘 맞아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업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어떻게 기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에 관해 잘 배우게 되어서 앞으로 제가 키르기즈스탄에서 구상 중인 사업과 관련해서 기반이 되어준 값진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궁금합니다.


졸업 후에는 로펌에서 기업 변호사 일을 시작했어요. 제가 배운 법률 지식이 어떻게 기업과 관련하여 실생활에 쓰여지는지 실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저의 소로스 재단에서의 활약을 높게 산 제 모교에서 새롭게 설립된 법률자문부서의 사무관 (Deputy Director)으로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부서는 키르기즈스탄의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개혁을 주도하고, 법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워크샵과 교육 등을 통해 국제법 기준을 알리고, 여러 국제기관과 연계하는 역활을 하였는데 그 부서에서 저는 다양한 활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희 언니가 터키인과 결혼을 한 것을 계기로 터키어를 배우기도 해서 저의 외국어 능력 (러시아어, 영어, 터키어) 또한 업무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터키어는 키르기즈스탄어가 같은 계열의 언어이기 때문에 키르기즈스탄인이 배우기 수월한 언어입니다.) 약 3년 정도 대학에서 일을 한 후 저는 제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국가 차원에서 실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키르기즈스탄 정부에서 일하는 것을 고려하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훗날 정부에서 좀더 유능한 인재로 일하기 위해서 먼저 국제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하버드 로스쿨의 LL.M과정에 지원하여 합격하게 됩니다. (LL.M: Latin Legum Magister의 약자로 "master of laws"라는 뜻입니다. 미국 외의 국가의 학부에서 법을 전공한 외국 학생들을 위한 1년 과정의 학위로 졸업 후 미국의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집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하버드에서 공부를 하기에는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하버드에서 장학금을 받기도 하고 은행에서 학자금을 융자받기도 했지만 필요한 금액의 1/3 ($25,000달러)이 모자랐어요. 제가 일하던 곳은 국립대학이어서 연봉이 크게 높지 않았고 제 밑으로는 동생이 세 명 더 있기 때문에 부모님께 도움을 구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었구요.    



6) 하버드 로스쿨의 학비를 어떻게 마련하였나요?  


 우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키르기즈스탄의 기업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그 어떤 기업도 스폰서가 되어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때 마침 미디어 포털 Kloop의 창업자분이 저에게 Kloop싸이트에 저의 프로필을 올리고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으로 학비를 모아보라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는 두말없이 찬성했고 저에 관한 비디오와 글이 싸이트에 올라오자 그 다음날부터 수많은 이메일과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어떤 분들은 친절하게 응원해주시면서 기부해주신 분들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키르기즈스탄의 수많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제쳐놓고 왜 그렇게 비싼 학비에 자금을 지원해주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의 찬반논쟁이 뜨거워지자 결국 키르기즈스탄 주요 언론들의 큰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제 가족과 생활 여건 등에 관해 많은 질문과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몇 달 동안의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학비 마련이 절실했던 저는 키르기즈스탄의 대통령에게 저의 학비를 지원해달라는 편지를 써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미 저에 관한 뉴스를 잘 알고 있었던 대통령 비서실측은 제가 하버드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저에게 약 $9,000을 지원해주었습니다. 이로써 저는 키르기즈스탄 최초의 교육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저를 도와주신 분들과 사회를 위해 이바지해야 겠다는 책임감이 더 커지게 되었어요. 제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에 반대하신 많은 분들이 제가 하버드에서 공부한 후 키르기즈스탄에 아예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냐하는 의문을 가지셨지만 저는 제 크라우드펀딩 싸이트에 반드시 키르기즈스탄으로 귀국하여 조국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비전을 공유하였고 그 약속대로 몇 년 후 키르기스탄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7)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국제개발금융기구인 EBRD에서의 경험은 다양한 국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과 함께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무척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역 관련의 법률 자문이라는 다소 특정화된 분야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전공한 법률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넓히고자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활용하여 미국의 로펌에서 몇 년간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키르기즈스탄의 사회와 정치를 개선하고 싶은 비전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 선진국에서 다양한 법률 경험을 쌓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익숙치 않은 새로운 일과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 저의 성장과 발전이 기대되고 또 그러한 가운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돕고 격려하며 제가 받은 혜택과 경험들이 값지게 쓰여지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 아이자다에 관한 소개와 비디오 등을 보실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웹싸이트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자다는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고 키르기즈스탄에서는 길을 가거나 카페에 앉아 있으면 모르는 분들이 다가와 힘내라는 응원의 메세지를 전해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훗날 키르기즈스탄 변혁의 주역으로 성장 할 아이자다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http://kloop.kg/blog/2014/06/12/sbor-sredstv-na-uchyobu-grazhdanki-ky-rgy-zstana-v-garvarde/


         

      


저자 약력: 런던 소재 국제금융기구인 유럽개발부흥은행  (EBRD) 근무. 유럽,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등EBRD의 약 30개 개발도상국 관련 업무 담당. 해외 투자 은행, 사모 펀드, 임팩트 펀드, 프랑스 OECD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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