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플 때 엄마의 마음가짐
아이가 아프다.
오지 않았으면 했지만 올 수밖에 없는 그 일이 생겼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접종열도 없을정도로 별 탈 없이 지내온 아이인데, 코로나도 가볍게 넘긴 아이인데, 이번 감기는 아니었다.
낮동안에 재미있게 놀고 활력이 좋아서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근데 밤에 자는 사이에 불덩이가 된 아이에 놀라 남편이 나를 깨우러 왔다. 열을 재보니 39도에 가깝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두려워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급하게 미온수 마사지를 하고 구비해둔 열패치를 이마에 붙이고 해열제를 먹였다. 아이도 아픈지 칭얼칭얼대고 잠도 깊게 들지 못한다. 평소랑 다른 아이 모습에 두렵고 걱정되고 불안했다. 아빠도 성심 성의껏 돌보지만 아이는 엄마인 나만 찾는다.
아기를 낳고 2개월 반만에 뛰쳐 나가서 일을 시작한 워킹맘이라 집도 자주 비우고 오래 시간을 같이 못 보내는 게 내심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래도 나를 엄마로 생각하는 구나... 생각에 애틋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너와 나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신기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다 한다(?).
그리고는 어떤 것 때문에 아이가 아프게 됐을까.. 너무 춥게 입히고 외출을 자주 해서 그런 걸까, 청소가 부족했을까, 손을 더 자주 닦아줬어야 했나 등등...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책으로 이어지고 남편을 탓하게 되며 답답함과 미안함 그리고 화도 나게 한다.
그러다 이내 생각을 멈춘다. 어떻게 했더라도 아이가 아프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아니 사실은 아이는 아파야 성장한다. 치명적이지 않은만큼의 아픔은 오히려 감사한 것이고 아이를 더 건강하게 해줄 기회다.
이미 아는 사실임에도 막상 진짜 아이가 아플 때는 두려움, 불안, 죄책감의 감정에 휩싸여 합리적인 생각을 못한다. 근데 그마저도 당연한 과정이다.
내 삶을 살 때도 그랬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당연한 어려움, 당연한 불편한 감정, 당연한 문제들을 더 여실히 마주한다.
근데 그때마다
당연한데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당연한데 아이가 슬프거나 속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당연한데 아이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당연하데 아이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낳은 새끼라 그런지 그 당연함을 거스르고 싶은 강도와 확신은 나에게 적용되는 것보다 훨씬 강해진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아기라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그렇지만, 뭐랄까 나의 감정이 전이되어서, 내가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이 투사되어서 그럴 것이다.
'내가 경험해봐서', '내가 어릴 때 이래서', '이런건 위험하고..', '아플 수 있으니까'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더 몰입하고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감정들, 생각들은 나의 것이라는 것.
아이는 응당 다가온 그리고 다가올 힘듦과 어려움, 부정적인 감정과 고난, 아픔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
이런게 부모됨이구나 새삼 느끼며, 내 마음의 해결되지 못한 응어리들로, 아이에게 필요한 경험들을 막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아이는 잘 이겨낼 것이라 믿자!
그럴 것이다.
Bloori,
2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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