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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맘 Aug 29. 2021

Pen to mine

자존감 높이기

"엄마도 예쁘고 날씬하면 좋겠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후 아이가 대뜸 내게 건넨 말이었다. 어디서 들은 말을 자기 생각인 양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어린아이의 순수한 표현인지…


그냥 웃으며 흘릴 수도 있는 말이 그날따라 마음에 박혔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나의 일상은 아이가 중심이 되었던 거 같다.


아이의 먹거리에는 유난을 떨면서 정작 나의 끼니는 거르기 일쑤였고 피곤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빈속에 카페인 수혈과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이겨냈다.


결혼 전에 드라마에서 엄마들이 샘플을 탈탈 털어 쓰는 장면을 보고,


"왜 저렇게까지 궁상이야."


했던 내가 아이 화장품은 떨어지지 않게 여분을 항상 구비해두면서 정작 내 화장품은 언제 떨어졌는지, 떨어졌다는 사실조차 잊고 샘플을 대충 바르고 지냈다.


아이와 외출이 늘어나면서 아이만큼은 항상 예쁘고 깔끔하게 입히기 위해 복합쇼핑몰을 돌며 발품을 팔고 인스타나 블로그 공구 때 예쁜 옷을 쟁이고 브랜드 세일 기간에 맞춰 부지런히 옷을 샀다. 그러면서 정작 내 옷 한 벌 사기는 망설여졌다.


그렇게 저편에 잠시 미뤄뒀던 나라는 사람을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 조금씩 자각하게 된 거 같다.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부터.. 나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자각하고 있던 사실을 아이의 말로 확인 사살하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아이를 위해 희생했다거나 원망하는 일은 없길 바랬는데 지금까지 아이 하나만 건강하게 잘 크길 바라며 용썼던 시간들이 조금은 헛헛하게 느껴졌다.


나를 좀 아끼고 돌보아야겠다. 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지켜야겠다. 두 가지 다짐이 일었다.


그러기 위해서 첫 번째 외적 자존감 높이기!

작심삼일이던 홈트레이닝 대신 6개월짜리 운동을 등록하였다. 겉모습이 다는 아니지만 나 스스로 내 몸이 가볍고 체력이 좋아져야 일상도 육아도 조금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거 같았다. 더불어 세끼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의식하며 천천히 먹기. 기본적인 나의 식생활을 육아를 병행하는 틈에도 보장해주자라고 다짐했다.


두 번째 내적 자존감 높이기!

글쓰기 모임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라고 되뇌었다.

도서관도 정기적으로 가고 읽고 싶던 책도 손에서 놓지 않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매일 미루기만 하던 글쓰기도 조금은 의욕적으로 꾸준히 써야겠다고..

나 자신을 위해 좋아하는 노래 한곡쯤은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정도는 바쁜 일상 속에서 꼭 내어주자고..


남은 올해는 잠깐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돌보고 아끼며 나의 다른 역할들도 균형 있게 해 나갈 수 있는, 나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일상을 살아가는 기초를 다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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