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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맘 Apr 24. 2024


"아, 또 여행 가고 싶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

"아, 또 여행 가고 싶다."

저번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지 또 여행 가고 싶다고, 호텔 또 언제 가냐고 노래 부르는 너


호텔이 왜 좋았냐고 물어보니


"엄마랑 아빠랑 빈이랑 다 같이 호텔에서 아이스크림 먹었잖아. 그때 너무 좋았어."


거창한 이유를 기대했던 탓인지, 아이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말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느 날, 훌쩍 떠난 여행에서 다 같이 호텔방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손에 쥐고 앙 베어 물며 웃던 모습, 

느긋하게 다 같이 손잡고 밤산책을 하던 그날의 공기, 거품목욕을 하고 포근한 이불에서 노곤하게 잠들던 너


어쩌면 네가,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딘가를 떠나서 발견한다기보다 그곳에서 잊고 지내던 마음속 행복을 꺼내어 보는 것.


어느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한 말이 떠올랐다.

아이와의 여행에서 아이는 이 호텔이 얼마나 좋고, 어느 멋진 곳에 왔는지 보다 수영장 햇살 너머로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던 엄마의 얼굴을 오래오래 기억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맞는 거 같다. 결국 바쁘고 반복되고 지친 일상에서 아이가 부르는 데도 아이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날들이 늘어갔다. 


큰 마음먹고 떠난 여행에서는 집안일이든, 업무적인 일이든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우리는 가족에게 집중한다. 그곳의 풍경과 시간을 함께 즐기고 추억하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자주 보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와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


아이가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자꾸 아이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주려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거, 진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거, 혼자가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닐까.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 언제든 누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아이와 나의 행복은 항상 있다는 걸 흘려보내지 말아야지.


오늘은 하원 아이와 어느덧 초록빛으로 변한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며 달리기 시합도 했다가 놀이터도 기웃했다가 개미도 구경했다가 서로가 좋아하는 과자 하나를 골라 집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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