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치아 Aug 27. 2024

"국장 탈출은 지능순"의 증거들

남들은 다 아는 '금융 투자 상식'

"국장(한국 주식 시장) 탈출은 지능순이다"


며칠 전에도 한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널리 사용돼 온 말인데요. 요즘 정치인뿐 아니라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교수 등 다양한 분들이 방송, 토론회 등 공개적인 자리에 앉기만 하면 즐겨 이용하십니다. 유행인가 싶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는 국내 증시 저평가 상황 탈피를 목표로 '밸류업 정책'을 마련했는데요. (대통령 지지율이 어떠하든) 정부가 띄우는 정책이다 보니, 정부도 주식 이야기를 하고, 정치권에도 주식 이야기를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밸류업 정책이 처음 공개된 게 올해 2월이었으니, 벌써 6개월이 흘렀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나름 성과는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융주가 많이 올랐다는 점.


금융회사들은 횡령 등 각종 비리도 많이 벌이지만, 때문에 금융당국 말도 척척 잘 듣기도 합니다. 금융회사들은 자사주 소각하고, 배당 늘리는 등 밸류업 정책 이행에 앞장섰죠.


그 결과 밸류업 정책이 공개되기 전인 1월 19일 주가가 4만 8900원으로 최저치였던 KB금융의 경우, 약 6개월이 흐른 8월 22일 8만 6500원에 마감했습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뛴 겁니다. 밸류업 정책이 가동된 올해 8월 2일 9만 2400원이라는 10년 중 최고가도 찍었죠.



다시 정치인이 한 말로 돌아가 봅시다. 아무리 밸류업 정책을 띄우고 밸류업 성과가 '찔끔' 있다 해도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다"라는 말이 아직도 나오는 상황인 건데요.


진짜 말하고 싶은 이야기. 남들은 다 아는 금융 투자 상식은 바로, 국장이 미장(미국 주식 시장)보다 못하다는 몇 가지 증거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째, 코스피(유가증권) 전체 시총(시가총액)은 애플 시총에도 못 미친다


맙소사. 이 말을 저는 얼마 전 한 대표님을 통해 처음 들었습니다. "증권부 출입 기자가 그것도 모르냐"는 애정 어린 질타와 함께요.


먼저 애플 시총을 보겠습니다. 현지시간 8월 22일 10시 36분 현재, 3조 4488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한화로는 약 4635조 원입니다.




자 그럼 국장입니다. 22일 코스피 전체 시총은 2215조 원. 애플이라는 회사 하나의 시총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IT기업들이 수두룩하게 포함된 코스피 전체 시총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은 놀랍고도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중소기업들도 많으니, 코스닥 시총이라도 더해 봅니다. 국내 코스피, 코스닥 전체 시총 합계는 2599조. 역시 애플 시총보다 적습니다. 결국 미장과 국장은 시장 규모 자체가 게임이 안 되는 것이죠. 우상향 하는 시장에, 돈도 많이 몰려 있다? 그만큼 미장이 안정성도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둘째, '블랙 먼데이' 폭락장에서도 미장이다


이 말도 충격받은 말이었습니다. 도대체 국장의 장점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러다 정말 다 떠나는 것 아닌가. 일자무식 나도 떠나고 싶은데...


증거를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납시다. 전 세계가 '식겁'한 '2024년 블랙 먼데이'의 그날로.


현지시간 8월 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 평균 지수는 전장보다 -2.60%,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3.00%,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3.43% 하락한 채 장을 마쳤습니다. 2~3%대로 빠진 건데,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2022년 9월 13일 이후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여러분도 보셨을까요? 저는 삼성전자가 그렇게 무섭게 빠지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는 "다시 못 볼 장면이니 사진 찍어"라고 말하실 정도로. 그날 코스피는 무려 전장대비 8.8% 급락했습니다.


미국의 블랙먼데이는 3%대, 한국의 블랙먼데이는 8%대. 국장의 또 다른 단점은 바로 하락장에서의 급격한 변동성입니다. 물론 미국 대형주들 중에도 변동성이 엄청 큼 게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폭락 사태가 주식을 담은 ETF 상품들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경쟁사 대비 삼성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이 유독 쑥 빠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이 경쟁사보다 국내 주식형 ETF 상품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폭락장, 즉 변동성 면에서도 국장보다 미장이 낫다"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이런 증거가 아니더라도 "미국 주식을 해보려 한다" "미국 ETF가 답이다"라는 말들이 자주 들리는 날들입니다. 미국 주식 열풍입니다. 동학개미운동 때 주식 이야기 한창 했잖아요, 그때 분위기 같다고나 할까요.


제발 국내 기업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주주환원 정책 등 '진짜 주가 띄우기'를 위해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국산 개미는 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