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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진한 브라우니 May 05. 2024

가재가 노래하는 곳

책 이야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책을 완독하고 여운이 가시기 전에 영화도 보고 싶어서 봤다.
영화와 책 모두를 봤던 이들은 다들 비슷하게 느낄 텐데 영화는 책만큼 섬세하진 못하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만약에 영화를 먼저 봤다면 지금보다 감동이 컸을까?
책은 읽으면서 상상을 하게 된다. 책 속의 묘사와 더불어 독자들 각자의 고유함이 섞인 그림을 그리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카야(여주인공)와 테이트, 체이스, 카야의 아버지 어머니 카야의 오빠 조디... 등과 영화 속 인물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냥 영화를 좀 더 있다 볼 걸 그랬나? ㅎ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더 많은 생각이 들겠지만, 책이 정말 좋다는 건 지금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카야가 여덟 살 즈음 아버지의 주사, 폭력을 견디다 못해 엄마가 집을 나가고 뒤이어 오빠, 언니들, 그리고 가장 가까웠던 조디마저 나가버려서 아버지와 카야 둘만 남게 되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돈독한 부녀로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아버지마저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여덟 살짜리 아이가 엄마가 하던 대로 요리를 해서 먹으면서 슾지의 판잣집에서 살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입이 되니 자꾸 눈가가 뜨거워졌다.
학교를 갈 나이가 되었는데 아이가 등교를 하지 않으니 복지사가 찾아오고.. 그렇게 맛있는 점심이 나온다는 꼬드김에 학교를 가는데 카야는 맨발에 엄마의 큰 치마, 제대로 빗지 못한 머리를 하고 갔다. 아이들의 수군거림, 놀림... 이런 것들이 견딜 수가 없어서 하루도 채우지 못하고 뛰쳐나가 버리고 만다.
그리고 계속 마을과 떨어진 슾지에서 자연을 벗하며 이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워나간다.
이후 소녀가 되고 성인이 되면서...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테이트와 체이스.
이 두 사람은 영화에서 보면 누가 누군지 혼돈이 될 정도로 비슷하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을 때도 약간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내면은 천지차이였다.
사랑에 눈을 뜰 무렵, 상대방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간계도 번식을 위해 암컷을 쫓는 수컷 세계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카야는 자연 속의 삶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끼를 버리고 상대를 해치기도 하는 동물들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선과 악으로 구분되기보다 생존의 이치요, 순리라고 여기면 타인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커지지 않는다.
동물들처럼 사람도 무리를 지어 살아야 한다는 것도 그녀는 알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혼자서 살았고, 그렇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의 반 타의 반 외로운 삶을 산다.
'외롭게 사는 것과 불안을 안고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삶이다. '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암시하는 말이었다.
카야는 나중에 어릴 때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고 글도 가르쳐 주었던 테이트와 살게 된다. 테이트는 마치 성경에 나오는 보아스 같은 사람이었다.
외로운 소녀 곁에 테이트가 있었고,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며 도와줬던 점핑아저씨 내외가 있었으니.. 그녀도 아주 혼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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