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BFirefly Sep 22. 2020

흰 떡

      흰 떡


얼마 전에 오랫만에 흰 절떡을 먹었다.

중앙시장 떡집 열두광주리에서 수 조각에 2천원 했다.

좋았다.


“세상에 맛 없는 게 절떡이에요”라고 말했던

우리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은

아직은 너무 젊으셨던 것이다.

흰 떡의 맛을 알기에는.


달도 없는 밤에 조용히 앉아 흰 절떡을 먹어보자.

쑥이나 뭐나 넣은 게 아닌, 그냥 흰 떡을.

엿물에나 뭐에나 찍어먹지 말고 그냥 먹자.

찬 물만을 동무로 해서 먹자.


이 떡을 처음 먹었던 꼬마가 되어 먹자.


어머니도 떠나신 이 세상에서

살아온 세월에 묻은 허물이 부끄러워

나는 뜨뜻한 하얀 떡을 천천히 먹자.


그 소박한 맛에 배부를 때까지.

작가의 이전글 별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