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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Feb 07. 2022

한국에 갑니다!

박사생이 감히, 휴학을 하게 되었어요.

많은 취업 준비생들은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하면서 취업을 꿈꾸다가도, 막상 취업이 되고 나면 그 꿈이 퇴사로 바뀌는 케이스가 많이 있다. 그러면서 휴직? 같은걸 생각하는 건 참 한국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 일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박사 공부를 하면서 이건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서 휴학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뭐 그냥 대학 다닐 때에야,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듣는 상황이니 휴학한다고 하면 학교에서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지만, 월급을 받고 연구하는 입장인 박사생은 휴학한다고 하면 그동안 하던 연구가 스톱되는 것은 물론, 내가 맡은 업무들(조교 활동 등)이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어야 하기도 하며, 5년으로 잡아 놓았던 계약 또한 변경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라오기 때문에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몰랐다.


물론, 정당한 사유 (육아휴직 혹은 큰 병이 걸렸을 때)가 있으면 당연히 가능하겠지만, 그냥 쉬고 싶어요!라고 했을 때 쉴 수 있을지는 정말 미지수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휴학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고, 이제 곧! 한국에 갑니다!


1. 휴학을 하는 이유?

내 예상으로 휴학을 한다고 하면, 먼저 왜 휴학을 해?라는 의문부터 들 것 같다. 거기엔 사실 많은 개인적인 이유와 적당한 표면적인 이유가 있다. 


개인적인 사유는 여기에 자세하게 얘기하기는 조금 그렇고... ㅋㅋ 대충 얘기하자면, 심적으로 그동안 힘든 일이 있었다. 혹시 자세한 이유를 듣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얘기하거나 한국에서 소주 한잔 사면 다 풀어드림!


그렇게 개인적인 사유는 넘어가기로 하고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가 계속 심해져서 아무래도 연구 활동이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박사 활동의 로망이라고 하면, 국제 학회에 참석해서 해외여행도 좀 다니고, 발표 경험도 쌓고 그러는 것인데 코로나로 여행이 제한됨에 따라 그런 것들이 전부 불가능해지고, 발표는 모두 온라인으로 하니 제한되는 점이 너무 많았다. 막말로, 박사생들은 학위 취득 이후에도 진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학회에 참석하고 이름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 그래서 얼마 안 남은 나의 남은 박사 생활은 이런 코로나 상황이 좀 종결되거나 완화되어 이런 나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길 바랬다.


그리고 그냥 연구 활동 그 자체로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좀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지만, 나는 재택근무를 잘하는 타입이 아니다. 나는 유혹에 쉽게 빠지는 성격이라 집에 있는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면서 연구에 집중하는 건 정말 힘들다. 내가 주변에 얘기를 몇 번 했지만, 나는 내가 딴짓할 때마다 누가 옆에서 뒤통수 한 대씩 때려주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한없이 나태해지기 때문이다. ㅠㅠ 그래서 나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걸 선호하고, 누군가 옆에서 같이 일하는 걸 선호한다. 그게 나에게 자극이 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 내 지난 코로나 시절의 연구 활동을 돌이켜보면, 너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내 박사 활동을 온전히 완료해서 학위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도 커졌다. 여담으로 내 실적을 돌이켜보면 지도교수님이 너가 그렇게 뒤처진 건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은 해줬다. 뭐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거 같긴 하지만... 내가 불만족스러운걸... 


그런 이유로 휴학을 고려하게 되었고, 꼭 휴학이 아니어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겠지만, 오랫동안 못 간 한국에 가고 싶기도 하고 그냥 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휴학을 하게 되었다.


2. 휴학하는 과정

처음에 내가 휴학을 생각했을 때, 나랑 가장 가까운 사이인 지도교수님께 먼저 얘기를 꺼냈다. 처음엔 이게 가능한지도 몰랐기에 조심스럽게 내 상황과 원하는 바를 설명했고, 휴학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처음에 말을 할 땐 좀 부풀려서 말한 감도 있다 ㅋㅋ 내심 휴학을 하고 싶었기에) 그런데 나의 쿨한 지도교수님은 흔쾌히 너가 원한다면 휴학 가능하고, 우리는 유연하게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나는 내심 생각보다 쉽게 얘기하는 것에 조금 놀랐다. 예상하기론 휴학보단 다른 쪽으로 생각하도록 돌려서 얘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다만, 휴학이 가능한 것은 둘째치고 이게 과연 너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일까?라는 얘기를 하셨다. 나야 사실 휴학하고 놀 생각이 가득하지만, 쉰다는 거 자체는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 아예 쉬는 것보다 업무량을 좀 줄여서 연구를 조금이라도 진척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가졌고, 결국 나는 놀고 싶은 생각이 뇌 속에 가득 찬 나는 한국에서 배달의 민족 영업이익을 올려줄 생각이 가득한 나는 소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고 싶어 휴학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그 이후에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실 스웨덴은 일처리가 느리기로 소문난 나라여서 큰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하루하루 진전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빠르니까 좋긴 한데... 이렇게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그동안은 왜... ㅋㅋㅋㅋㅋ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하면 교수님과 얘기를 한 이후에 HR팀의 우리 과 담당 직원과 상담을 가졌다. 그 상담은 스웨덴어로 tystnadsplikt, 영어로 professional secrecy, 한국어로는 직업적 비밀(?) 이란 게 존재해서, 내가 안내받은 바로는 HR팀의 직원과의 상담내용은 비밀로 유지할 테니 혹시 민감한 문제가 있다면 터놓고 말해도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나는 딱히 비밀로 할 만큼의 민감한 내용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박사생들 중에는 지도교수님과 트러블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조직 내의 말 못 할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존재하는 제도인 것 같다. 그래서 그분도 나에게 혹시 그런 문제는 없는지 확인을 하셨고,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을 했다. 그리고 뭐, 비밀로 해준다고는 하지만 딱히 말을 못 할 문제까진 없는 듯하여 그냥 지금까지 말 한 내용 전부 공유해도 상관없다고 말을 하며 상담을 마쳤다.


그 상담 이후에는 전산 작업, 휴학계를 신청하고, 그걸 승인하고, 처리하는 것으로 일은 마무리되었고, 내가 담당하고 있던 과목은 다른 박사생이 대신하는 것으로 처리했고, 조교 일은 다른 사람과 시간을 바꿔서 한국 가기 전에 좀 많이 하고 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래서 휴학 신청은 마무리되었고, 한국에 가는 일만 남았다. ㅎㅎ


3. 끝으로

막상 휴학을 신청하고 나니, 기분이 뒤숭숭 해졌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상황 속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만 쉬는 것 같은 느낌과 죄책감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가 좀 부족하다 싶으면 그냥 더 열심히 할 생각을 해야지 왜 쉬는 걸 생각했을까 하는 자괴감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사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뒤처져 있지 않은 상황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이제 여기에 지낸 지 5년이 넘은 상황에서 집을 오랜 기간 비우고 여행(?)을 간다는 게 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한국에서 내가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이상하다.


다만 동시에, 한국 음식이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을 만날 꺼란 생각에 하루하루 설렘으로 지내고 있다. 오랜만에 가는 한국은 얼마나 바뀌어 있을지 기대된다.


그럼 다음엔 한국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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