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보소, 나도 널 보리니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여행은 따로 행선지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와중에 꼭 들르고 싶었던 몇개의 지점들이 있었으니
그 중의 하나가 밀양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밀양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동경같은 것이 있었다.
무엇에 기인했는지는 명확치 않다.
<밀양>이나 <곡성> 처럼 지명을 제목으로 한 영화에서 받은 감흥같은 것도 아니었고
내가 밀양 손씨라는 생래적인 조건에서 오는 귀소본능같은 것도 아니다.
그저 밀양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던 그 어느날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밀양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만일 지방에 가서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한다면
아마 밀양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들른 곳은 위양지이다.
位良은 백성을 위한다는 뜻으로, 신라때에 만들어졌으며 주변의 논에 물을 대는 저수지였다고 한다.
연못 주위에는 이팝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는데, 아쉽게도 꽃이 피는 시기는 지나버려서 하얀 쌀밥처럼 보이는 흐드러진 이팝나무의 장관은 보지 못했다.
거기서 가까운 곳에 밀양 아리나가 있었다.
이곳은 예전에 연극촌으로 불렸던 곳인데,
1999년 정동극장에서 열린 ‘어머니’ 공연에 이상조 밀양시장을 비롯한 밀양시 교육장과 밀양시의회 의원들이 공연을 관람한 것이 계기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폐교된 구 월산초등학교에 ‘우리극연구소 밀양연극촌’ 을 세우게 되었다.
그 이윤택 감독의 '연희단거리패'가 자리를 틀고 활동한 곳으로 유명해진 곳이었다.
그러나 이윤택씨는 그 명성과는 다르게 지난 2018년에 미투운동이 한창일때 그간의 추악했던 성범죄와 추행, 각종 갑질 등이 폭로되면서 결국 7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그후 밀양시에서 이곳을 '밀양 아리나'로 이름 바꾸고 지역의 공연과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코로나의 여파로 평일 오후의 이곳에는 문은 열려있었지만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콜로세움을 얼핏 떠올리게 하는 커다란 야외무대는 관객을 그리워하듯 조용히 정돈되어 있었다.
나도 최근에 아마추어 연극극단에 가입을 해서 공연을 두 차례 한 엄연한 연극인(?) 이기에
역시 아리랑의 도시인 밀양에서 쓸쓸한 무대를 바라보며 여러가지 감상을 느낀다.
밀양아리나 근처에는 커다란 연꽃단지와 가산저수지가 둘레길을 이루고 있다.
초여름의 햇살을 느끼며 내친김에 둘레길을 걸어본다.
밀양아리랑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본듯이
날 좀 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연극 무대에 선 배우도
인생의 무대에 서있는 우리들도
연기를 하며 산다.
나를 봐달라는 몸부림의 연기로 살아간다.
혼자 태어나서
여럿이 살다가
다시 혼자 돌아가야 하는
삶이란 무대의 룰을 알기 때문이다.
네가 나를 보아주기를 내가 바라매
이제는 나도 네 얼굴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