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으로 향하는 시간 속에서
집은 사적인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그 집은 공공재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신지 에세이
오랜만에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다. 몇 주째 침대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김신지 작가의 책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님의 책을 읽고 한창 기록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번 에세이를 읽으면서 집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작가님과 함께 산책을 하며 이야기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한 문장을 만난 것이다. 문장을 보자마자 오래된 주택에서 맞이한 수많은 시간들이 떠올랐다. 문장 속 표현처럼, 우리 집은 공공재에 가까웠다. 버스 정류장이나 게스트하우스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잠깐 들르는 사람들은 물론 하루 이틀 자고 가는 친구, 가족까지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혼자 대접했을까 싶다.
최근 엄마는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거나, 으레 들러서 편안하게 쉬기만 하려는 사람들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오랜 시간, 진심으로 쉼을 제공했지만 그런 마음을 이용해 자기 편의만 바라는 사람들로 인해 너무 오래 상처받은 탓이다. 가족에게 조차 많은 걸 허용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함께 나이 들지만 본인을 한창인 그때처럼 생각해 그저 가만히 머물다만 가는 이들에게 큰 실망을 한 것 같다.
신호다. 엄마의 나이 듦, 가족 구성원 간의 배려 같은 걸 잊지 말라는 신호. 나조차 그걸 종종 잊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 일상 공간에서처럼 배려해야겠다. 나의 부모를 예외로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참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남은 날들 중 우리가 만나 기쁨을 주고받으려면 꼭 꼭 되새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