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번역하는 책에서는 실패에 편안해지라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얼른 실패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다 며칠 전 샘플 번역에서 떨어지는 작은 실패를 또 했다. 실패는 정말 불안감... 아니 불길함을 주더라. 내 인생 이렇게 종치는 건가... 이런 느낌이 순간순간 들어서 참 기운 빠졌다.
사람 마음 속에는 여러가지 가닥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이런 실패와 불길함도 있고 어제 늦게 자고 오늘 일찍 자서 피곤하다는 마음도 있고 날씨가 맑아서 오늘 출근을 안 해서 좋다는 마음도 든다.
그치만 그 생각을 몽땅 잡아서 끝을 묶어서 라이터로 지져서 잘 싸매두고 오늘은 오늘을 보내야지.
오늘도 내 할일은 기차처럼 줄줄이 출발선에서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할 일이 생각나도 까먹을 때가 있어서 다이어리에 적어둬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그 기차를 하나씩 잘 보내고 좀 쉬기도 하면서 하루 잘 보내면 꿀잠이 찾아오겠지.
불길함은 그 자체로 뭔가 신선한 기분이었다. 그 작은 불씨를 활활 태워볼까도 싶었는데 저절로 꺼져버리네.
그럼 오늘아,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