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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Dec 27. 2016

내 마음속 불안을 알아채다.   

알랭 드 보통 <불안> ①

독서 에세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글로 이동합니다.

1편 : 내 마음속 불안을 알아채다.

2편 : 나는 왜 불안할까.

3편 : 불안한 이 맘 어쩌면 좋지? 



내 마음속 불안을 알아채다.


스무 살 봄, 인생에서 가장 풋풋한 시절이라지만 나는 도서관 한편에서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나는 재수생이었다. 애써 간 대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다시 한번 입시에 도전했다.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일은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일이었다. 하지만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나의 청춘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엔 성취해내리라고 매일 같이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풀고 있던 나는 문제 앞에 막히고 말았다. 글을 읽고 제목을 추론하는 영어문제였다.


"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실제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요구를 버리는 것은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만큼이나 행복하고 마음 편한 일이다. 젊거나 늘씬해지려고 애쓰기를 포기하는 날은 얼마나 즐거운가. 자아에 더해지는 모든 것은 자랑거리일 뿐만 아니라 부담이기도 하다.
"

정답 : "행복의 방정식:적게 바랄수록 커진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도저히 풀 수가 없었다. 글의 요지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게 바랄수록 행복해진다니. 나는 크게 바라면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고 학교를 자퇴했는데, 높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길이야 말로 행복해지는 방법일 거라고 생각하고 매일매일 이렇게 노력하는데, 적게 바랄수록 행복해진다니.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아니,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저 문제 속 글이 내 삶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내 마음을 괴롭히는 저 문장들과 한 바탕 싸움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저 글을 사람은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였다. 나는 도서관 서재로 내려가 그 책을 찾아보았다. 책을 찾아내 “논리적 근거도 없는 못난 책”이라고 한 바탕 비난을 해주고 싶었지만, 작은 동내 도서관 이였던 터라 그의 책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윌리엄 제임스의 책을 인용한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이란 책을 찾게 되었다.

알랭 드 보통 <불안> 2004.

마침 <불안>에는 위와 같은 내용을 윌리엄 제임스의 글을 통해 보여주며, 불안의 원인 중 하나가 ‘기대와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꿩 대신 닭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꺼내 들었다. 내가 너희들의 말이 틀렸음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나는 <불안>이 던지는 이야기들을 쉽게 비판할 수 없었다. 동의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불편한 감정을 마음 한편에 담아둔 채 <불안>을 차근차근 읽어 나갔다.




1편 : 내 마음속 불안을 알아채다.

2편 : 나는 왜 불안할까

3편 : 불안한 이 맘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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