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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Dec 28. 2016

나는 왜 불안한가.

알랭 드 보통 <불안> ②

독서 에세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글로 이동합니다.


1편 : 내 마음속 불안을 알아채다.

2편 : 나는 왜 불안할까.

3편 : 불안한 이 맘 어쩌면 좋지?


알랭 드 보통의 위트 넘치는 TED 강연을 참고했습니다.

TED 강연. A kinder, gentler philosophy of success 친절하고 부드러운 성공의 철학.

 


나는 왜 불안할까.


알랭 드 보통의  별명은 일상의 철학자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 당신의 일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당신은 불안함을 느끼곤 하는가? 느낀다면 보통 언제 불안함을 느끼는가? 사람들은 보통 잠에 들기 전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난 잘 해오고 있는 걸까…”

“성적도 올라야 할 텐데…”

“그(녀)가 아직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게 맞을까…”

“취업하기에 내 성적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다음 인사고과 때는 더 잘 나와야 할 텐데…”

“집 값이 떨어지면 어쩌지…”


이런 고민들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삶을 더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자양분 되어준다. 다만, 이 고민들이 당신을 지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는 고민으로 지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를 알아야 다. 그럼 이제 알랭 드 보통이 알려주는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를 들어보자.

알랭 드 보통 <불안>, 2004.


첫 번째 이유 : 속물적 사회로부터 겪는 사랑 결핍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첫 번째 이유이자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사회 속 ‘속물 때문이라고 한다. 속물이란 단어는 쓰이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알랭 드 보통은 속물을 ‘사람의 일부분을 가지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판단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속물의 독특한 특징은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그들의 차별은 단순한 차별이 아니다."

- 불안 29p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엔 속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떤 사람을 처음 소개받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일을 하세요?”라던지 “학교는 어디세요?”또는 “무슨 전공이세요?”같은 질문을 주고받는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질문해준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단편적인 대답에 따라 나름의 판단을 하고 그 사람과 얼마나 시간을 더 보낼지 결정한다.


속물의 반대는 무엇일까? 바로우리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내가 무엇을 하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건, 그리고 얼마를 벌건 간에 나를 사랑해 주신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 시절을 벗어나고, 점차 커가면서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세상의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다.  속물적인 세상은 어머니와 달라서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조건적으로 준다. 그리고 그 조건은 “나는 이 만큼 이뤄냈습니다.”하고 첫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할 까 봐 불안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 속물들이 지배하는 세계 이서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일용할 양식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속물들의 매우 조건적인 관심이다.
 - 불안 27p

우리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 불안 22p


두 번째 이유 : 희망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두 번째 이유로 ‘희망’을 든다.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가?희망은 좋은 것이다. 희망만큼 좋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망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희망이야말로 우리의 불안을 해소해 줄 것 같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역설적이게도 희망이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한다고 한다. 우선 희망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희망(希望) [히망] [명사]
     1. 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람.
     2.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


뻔한 말이지만 희망은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이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또한 17세기와 달리 현대 사회는 (겉으로는) 평등하다. 신분의 제한이 없어진 사회는 우리에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미래가 현재보다 더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신분제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17세기에 평민이 귀족이 되기 어려웠던 것처럼 평범한 시민이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 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디어는 놀라운 성공담들을 들려주며 “열정과 아이디어, 그리고 허름한 차고만 있으면”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기대처럼 항상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생각과 앞으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겨 우리 자신과 비교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질투할 사람도 늘어난다.
 - 불안, 58p


2016년 12월 4주차 YES24 베스트셀러. 자존감을 회복해 주는 <자존감 수업>과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는 <그릿>이 각각 3위와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서점  베스트셀러에 꼭 포함되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하나는 “너도 이룰 수 있어!”라고 성공을 말하는 책이다. 다른 하나는 “괜찮아, 넌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책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 실패가 자존감이 낮아지는 고약한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기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다.
- 불안 80p


세 번째 이유 : 성과주의


우리가 불안함을 느끼는 세 번째 이유도 좋은 것과 관련 있다. 바로 ‘성과주의’다. 많은 정치인, 뉴스, 사람들은 성과주의가 좋다고 말한다. 일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성과주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성과주의에는 무서운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성과주의는 기본적으로 “네가 잘하면 결과도 좋을 거야. 좋은 결과를 낸 너에게 포상을 줄게.”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의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있다. “결과가 나쁜 건 네가 잘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쁜 결과를 낸 너에게 포상이 없는 건 당연해.”


성공을 거둔 사람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면, 실패한 사람 역시 그럴 만해서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결과의 원인을 통제할 수 없다. 즉, 세상은 우연성으로 가득 차있다.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떨어질 수 있고, 나의 헌신에도 불구하고나의 파트너가 날 더 이상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단히 노력했지만 백수가 될 수도 있고, 오를 줄 알았던 집 값이 폭락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우연성을 고려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능력주의 체제는 성공을 거둔 사람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면, 실패한 사람 역시 그럴 만해서 실패했다고 설명한다.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게 된다.
  - 불안 108p와 114p

우연성을 배제한 성과주의는 속물들과 결합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중세시대 유럽에선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을 불운한 사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신의 가호가 미쳐 닿지 못해 그들이 가난하고 불쌍하게 산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그렇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은 패배자, 루저라고 불린다.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더라도 우리는 실패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실패했을 때, 세상은 우리에게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으며, 사랑, 인정, 관심을 주지 않는다. 즉, 세계는 우연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은 남아있으며, 우리는 그 실패할 가능성 때문에 불안해한다.



위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면서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사랑을 받길 원한다. 그리고 세상은 성과를 기준으로 사랑을 준다. 우리는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연이라는 것 때문에 노력한다고 해도 원하는 성과를 모두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세상에게 사랑을 받는 일은 불확실하다. 이 점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나는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졌다. 하지만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남아있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도, 불안을 떨쳐내고 싶었다. 책을 더 빠르게 넘겨가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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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내 마음속 불안을 알아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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