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내 옷을 입고 움직일 때야 비로소 내 옷은 완성된다
주름은 누군가에게 있어 콤플렉스이고 감추고 싶고 매끈하게 펼치고 싶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류는 다리미 , 보톡스를 발명했겠죠. 그런데 이 '주름'이 누군가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또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아니 그게 가능한가? 네 가능합니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에 있는 브랜드는 여럿 있지만, 소재의 힘으로만 그 경지에 오른 것은 아마도 이세이 미야케가 유일해 보입니다. 주름진 한 장의 천으로(박음질을 최소화하여) 우아하게 떨어지는 실루엣. PLEATS PLEASE입니다.
이세이 미야케의 A-POC(A piece of cloth)라는 작업 방식은 바로 옷의 ‘단독성’을 위한 것인데요. 하나의 천으로 한 벌의 옷을 만들자는 것이죠. 기술이 발달하고 소재가 발전하면서 섬세한 패턴과 여러 조각을 붙이고 박음질해 만들지 못할 옷이 없는 이 시대에 이세이 미야케는 한 장의 천 조각으로 몸을 감싸고 두르는 법을 고수합니다. 2차원의 옷을 3차원의 입체적인 실루엣으로 만드는 비밀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늘 한 장의 네모난 천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옷의 가장 기본 형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곱고 예쁜 옷도 움직이다 보면, 접어 놓다 보면, 혹은 여행용 트렁크에 넣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이 주름입니다. 아쉬운 대로 탁탁 털고 입는 것이죠. 하지만, 애초에 주름진 옷이라면? 주름 잡힌 원단은 가볍고, 여행용 트렁크에 접어 넣어도 구겨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재단이 애초에 몸을 감싸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입체적이고 구김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움직이기도 편하죠.
2000년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 검은색 터틀넥은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인입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단순히 그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이세이 미야케의 철학과 가치관을 존중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 듭니다.
잡스는 일상의 편리함과 자신의 특징적 스타일을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세이 미야케에게 자신의 유니폼 격인 검정 터틀넥 몇 벌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이세이 미야케는 한꺼번에 무려 100여 벌의 터틀넥을 보내왔다. 잡스가 이세이 미야케에게 반한 것은 그의 혁신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디자인이 단순함을 추구하는 애플 디자인 철학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철학과 실행력이 두 명장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https://japeau.com/issey-miyake-zeitloses-modedesign-auf-hoechstem-niveau/a-poc-ma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