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의 기록(上)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아, 이 여행은 정말 좋았다'라고 기억되는 여행이 있다. 6월의 프로방스가 그랬다. 밝고, 따뜻하고,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나는 일반적인 관광 여행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파리 여행 역시 프로방스로 가는 문에 불과했다. 프랑스의 시골 마을이 궁금했고, 그 풍경 속에 내가 있고 싶었다. 그 꿈을 이뤄냈고 무려 1년이 지났지만, 한 번 글로 옮겨본다. 이 글은 기록용이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6월의 프로방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여태 경험해 본 유럽 중 최고로 기억될 정도로. 프로방스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니스에서 마르세유로 가거나, 마르세유에서 니스로 향하거나. 우리는 프로방스를 조금 더 꼼꼼히 보기 위해 니스에서 렌터카를 빌려 쭈욱 서쪽으로 갔다가 다시 니스로 돌아오는 루트였다.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고르드 마을!
마을이 참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르드 마을을 한눈에 품을 수 있는 뷰포인트에 올라서면 주변의 너른 평야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혹시 가는 길이 급하더라도 잠시 이 뷰포인트에서 이 유서 깊은 중세 마을을 눈에 담아보는 것을 추천!
https://goo.gl/maps/iqtfJqQTsmWmqJ3o7
보기만 해도 시원한 이 물줄기는 쏘호드강인데, 이 마을이 쏘호드강의 수원지이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고, 강바닥에 초록색 수초들 덕분에 꽤나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마을 중심부에서 조금 올라가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강물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을 추천한다.
중간중간 이렇게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있고, 강물에 발을 담가볼 수도 있다. 정말 시원하다. 마을 이름은 쉽게 입에 달라붙지 않지만, 그 풍경과 시원함 덕분에 1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작은 시골 마을, 퐁텐 드 보클뤼즈.
https://goo.gl/maps/gTskELoi5gnPkgy3A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 자신의 작품을 1점밖에 팔지 못했지만, 이곳 프로방스에서 지내는 동안 무려 2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그중 하나도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인데, 아를에서는 이 론 강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흐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아를이다.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밤의 카페테라스'를 지나고 있거나 고흐가 머물던 병원(지금은 문화센터로 사용 중)을 거닐 수 있다. 이곳에서 고흐의 흉상을 찾아볼 수도 있는데, 당시 고흐의 눈에도 이렇게 정원이 아름답고 화창해 보였을까...
아를에는 고흐만 있는 게 아니다. 고흐의 흔적을 찾아오는 수많은 관광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인지 다양한 갤러리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우환 작가의 갤러리이다. 이우환 작가의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과 조각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가이드 투어도 받을 수 있다. 나는 서양화를 전공한 아내의 설명을 들으면 작품을 감상했는데, 방문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작품을 정말 가까이서 꼼꼼하게 관찰할 수 있다.
https://goo.gl/maps/km5UDqKVYMjnahQ9A
아를은 2000년이 넘는 역사와 예술의 도시이다. 아를은 기원전 2세기 로마군의 기지가 세워졌던 도시이고, 16세기 프랑스 남부의 중심이 마르세유로 옮겨가기 전까지 그 역할을 하던 마을이라고 한다. 로마의 지배권이었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원형 경기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2만 명을 수용하는 이 로마식 원형 경기장이 마을 가운데 있는데, 아직도 이곳에서 매년 투우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https://goo.gl/maps/tBFUiLnk5PpDzNDd9
무스티에 쌩트 마리 마을은 큰 바위산을 등지고 있다. 바위산 아래 자리한 이 예쁜 마을은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위산, 시원한 물줄기와 너른 평야, 그리고 아기자기한 골목들까지. 베이지색 벽과 연주황빛의 지붕이 마을 밖의 평원과 아름답게 어울려 감성을 자극한다. 굳이 느낌이 비슷한 도시를 찾자면, 이탈리아의 시에나..?
이 마을 위에는 노트르담 보부아르 성당이 있는데, 유럽의 도시마다 있는 대성당과는 거리가 있는 굉장히 검소하고 수수한 매력이 있다. 이 성당에 가기 위해서는 262개의 돌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돌길이라서 운동화를 꼭 신어야 한다. 미끄럽기도 하고 가파르기도 하고. 그럼에도 꼭 올라가 보기를 추천하는데, 돌담길 사이사이 예쁘게 숨어있는 다육 식물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https://goo.gl/maps/nH5gcAfU3gYtEp3Y7
이곳은 꿀과 맥주, 과일 주스를 판매하는 곳이다. 프로방스 지역이 라벤더와 꿀이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이 마을이 바위산을 끼고 있어서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데, 중간에 목을 축이기 딱 좋은 곳. 여유가 있다면, 라벤더 꿀이 들어간 맥주를 한 잔!
https://goo.gl/maps/AqQD2BKqtpJ8SAUM8
워낙 작은 마을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훌륭한 레스토랑이 많다. 그중에서도 이 피자 가게가 기억나는데, 굉장히 터프한 외모의 아저씨가 혼자 영업하는 가게인데, 뭐 지역 신문에도 났다고 하고 동네 주민들이 전화로 예약해서 피자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니 믿고 먹어도 될 듯하다.
https://goo.gl/maps/59WtjZhNgB68f4348
비록 마을은 작지만 이곳에서 1박을 꼭 추천하는 이유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관광객이 빠진 조용한 마을에서 맥주 한 잔 하는 여유를 느껴보시길. 마을 한쪽에서는 시원한 계곡 물이 흐르고, 저 멀리 성당에서 들리는 종소리는 운치를 더한다.
내가 머물렀던 곳은 Hotel de la Ferme Rose라는 곳인데, 조식이 훌륭하고 수영장은 더할 나위 없다. 비록 차가 없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지만, 굉장히 친절하고 편안히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남프랑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될 정도로 정원이 예쁘고 사이프러스 나무가 입구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한다. 추천 두 번 해본다.
https://goo.gl/maps/QjjtWEygtTEJM7x97
남프랑스 여행기를 모아놓은 영상은 여기에서
생 폴 드 벙스, 니스, 에즈, 모나코 얘기는 프로방스의 기록(下)편에 이어서 써봐야지 프로방스의 기록(上)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