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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튜버 여우눈 FOXSNOW Oct 03. 2016

기도로 그린 그림 이야기

머리말


                                              기도로 그린 그림 이야기를 내놓으며

  

 어린 시절 해운대·광안리 앞바다가 보이는 부산에 살았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 언덕에 있는 김성종 추리문학관에 자주 갔다. 가족과 함께였다. 여기서 읽은 책. 창문 넘어 보이는 흰 모래사장. 파도치는 바다. 모두 설레는 기억이다. 내 그림에 담은 바다는 내면을 투영한다. 색감은 심상(心象)이다. 파도는 ‘희망’이며, 미래를 보는 열린 문이다. 빗방울이 냇물을 만든다. 냇물이 강으로 흐른다. 강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바다는 물방울이다. 물은 생명이다. 생명의 움직임을 점묘법으로 표현했다. 파도에 햇살이 스몄다. 빛났다. 


                                                                 - 파도(Waves) 시리즈 中 ‘파도에 스며든 햇살’ 작품 설명- 

 

  “난 왜 안 될까?”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서양화)를 2009년에 졸업했다. 이후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 경험을 살려 잡지사·온라인 미디어 일간지에 기자·리포터로 활동했다. 꿈꾸던 미술가의 길을 버리고, 기자의 길을 모질게 선택했다. 삶에서 온 장애·한계에 숨이 탁 막히는 순간이 있었다. 왜 꿈을 이룰 수 없는지 자문자답했다. 이 질문을 파고들 때마다 자신이 작아졌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할 힘을 다 쏟았다고 생각했을 때, 질문을 멈췄다. 있는 자리에서 글을 조각해 갔다. 그림을 그린 것처럼. 글을 써내려갔다. 마음속 진실한 문장을 손과 입으로 끄집어냈다. 서툰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곱씹고 되뇌어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과 일치시켰다. 조각할 때, 불필요한 덩어리를 떼어내듯 퇴고 과정에서 버리고 싶은 조사·명사·형용사를 지웠다. 원하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글을 조각했다.


 그림과 글은 내게 별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림과 글을 일치시켰다. 조각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맡은 지면을 기획하고, 레이아웃을 정하며 그림을 그려갔다.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5~8꼭지 정도를 맡아 기획하다, 나중에는 잡지 전체 기획을 맡았다. 그림은 연필·붓·물감으로만 그리는 행위가 아니었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얼마든지 꿈을 그릴 수 있었다. 


 삶의 이유라고 생각한 꿈이 좌절됐을 때, 위축된 어깨, 아픈 머리, 풀린 동공을 뒤로했다. ‘안 되는 것’에 집착을 버렸다.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집중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삶을 재해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이 달리 보인다. 나는 그 순간을 그림을 그리면서 맞이했다. 가치관이 달라졌다. 깨달음을 얻었다. 자기성찰을 했다. 나와 만났다. 그림·글은 나와 진솔한 대화를 하는 통로였다. 그림으로 하는 기도를 읽고 많은 사람이 한계라고 생각하는 자리에서 일어섰으면 좋겠다. 내 글과 그림이 삶에 지친 사람에게 쉼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2016년 10월 3일 밝고 화창한 개천절. 휴식을 즐기며 ··· 김 현 지 


김현지, 피어나다1(Bloom up1), pen on paper, 30×30cm, 2006


※ 여행 그림 크리에이터 유튜버 여우눈FOXSNOW 그림 영상 링크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wP1D9M1zCQI&list=PLvLQ7XCwp3RWUOFluhebG859lFPhKsK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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