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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그린 그림 <피어나다2> 이야기

제10장 피어나다

김현지, <피어나다2 (Bloom up2)>, watercolor on paper, 135× 135cm, 2009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방향 잃은 열정이 그저 피어나기만을 기다리며 빨간색 물감을 붓털에 묻혀 붉은 점을 종이 위에 한 점 한 점 찍었다. 땅바닥에 가로 135cm, 세로 135cm 종이를 펼쳐 놓고 그 위에 몸을 던져 온몸으로 그렸다. 피어나길 원했다. 내 꿈이 사그라지지 않고 피어나길 염원했다. 꿈꾸고 기도하면 당장에라도 이뤄질 줄 알았다. 그러나 신은 기다림을 원했다. “기다려라” “인내해라” “기도해라”. 오랜 기다림이 지침으로, 지침이 탄식으로, 탄식이 무감각함으로 변할 때까지 행보했다. 


 열정은 ‘현실’이란 벽에 부딪혔다. 결국, 난 꿈 하나를 잠시 미루기로 했다. 언제 피어날지 모르는 꿈.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열정을 현실로 가져와 일터에서 발휘했다. 온 힘 다해 성실히 일하는 직원을 마다할 주인은 없었다. 나는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내 심장에 불덩이가 있는 듯, 꿈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어디에 뱉어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기자로 일하며 야근이고, 밤샘이고, 원하는 책이 나올 때까지. 원하는 글이 나올 때까지 쓰고, 교정 보고, 책 레이아웃을 기획해 잡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한 월간지의 편집장이 됐다. 열정으로 꿈의 장소를 이동해 갔다.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원했던 어렸을 때의 꿈과 한 단계 가까워진 셈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꽃 피길 원한다. 활짝. 지금 내 꿈·열정이 꽃피울 시기가 왔음을 감지한다. 그동안 쌓아왔던 시간. 성인의 역할·책임.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바랐던 꿈. 꿈을 그리는 자가 돼 꿈을 작성하는 글쟁이. 


 아직 설익은 밥을 익힐 때 시간이 걸리듯. 이제 처음 꺼내 놓은 꿈 이야기. 그 시작은 미약하나 끝이 창대할 것이다. 어른이 되기까지 아프지만 버려야 할 것들. 이상과 맞지 않은 현실. 현실 속에서 몸부림치는 내 모습이 한없이 작아질 때, 그림으로 그렸던 꿈을 글로 옮기고, 글로 이동한 꿈을 입으로 전달했다. 말로 꿈을 내뱉고, 꿈을 그리고 피어난다. 


 <피어나다 2 (Bloom up2)>로 제8회 한성백제미술대상전서 2009년 9월에 특선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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