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를 한 번은 너무 만나고 싶었다. 너의 얼굴을 보고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 너를 향해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고민하고 거울 앞에서 연습했다. 자연스러운 미소는 오른쪽 왼쪽 얼굴 근육을 이만큼 당겨야 나오는구나, 몸이 학습될 때까지 반복해서 거울 속 나를 보며 웃었다. 안녕? 안녕. 어, 안녕? 안녕.. 다른 버전의 안녕을 연습했다. 손을 흔들지, 머리를 넘길지, 가방끈을 잡을지, 고민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은 듯 너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얼어버려서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굴지 않도록,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을 지어 너의 눈에 내가 우습지 않도록.
너를 우연히 만났다. 아니, 이번이 아니어도 어디선가 당연히 너를 마주쳤겠지. 우리는 원래 같은 공동체 소속이었으니까. 네가 내 앞에 있었다. 네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지도 않았는데 주위 공기가 온통 네 체향으로 가득해서 내 머릿속에 너의 모습이 그려졌다. 인사를 잊었다. 나는 너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너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너에게 제대로 웃어 보이지도 못하고 준비했던 인사도 건네지 못했다. 내가 두 눈으로 본 것인지 머릿속으로 그린 것인지 헷갈리는 흐릿한 너의 모습은,
너무 작았다.
마음이 아팠다. 네가 멋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네가 여전히 큰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의 얼굴을 살피지도 못하고, 너의 눈을 마주하지도 못하고, 너의 표정을 보지도 못했다. 너 때문에 흔들리는 내 마음 탓이 아니었다. 내 기억과 다른 너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차라리 너를 마주보고 싶지 않았다. 결국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말 한마디 섞지 못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하늘은 높고 맑았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마지막 한 장 남겨두었던 너의 사진을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