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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색머리 Dec 08. 2016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7.



금요일 저녁이라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각자 저녁을 먹고 친구 집 근처의 바에서 그녀를 만났다. 한 달 만이던가. 바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친구는 그간 쌓아놨던 근황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쉬지 않고 모조리 쏟아냈다.


"... 그래서 며칠 전에 출장에서 돌아와서 이제 막 정신 차렸어. 자, 이제 네 얘기를 해봐."




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유일하게 내 연애 사실과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던 친구였다. 연애가 오래되지도 않았거니와, 워낙 좁고 소문이 무서운 동네라서 그 친구 말고는 어디에도 마음 놓고 내 사적인 이야기를 할 곳이 없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차분하게 그간의 일들을 풀어놓았다. 




내 남자 친구는 전 여자 친구로부터 온 연락을 받고 나 말고 그녀를 선택했어. (이별의 기록 1) 나는 그가 나에게 보여줬던 진심을 의심하지 않았어.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 그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를 안아줬어. 나는 이미 그가 너무 좋아져서 포기할 수가 없었어. 더 이상 그가 나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고, 나에게 온갖 비난의 말을 쏟아내도, 내 손을 탁 쳐내고 한숨을 푹 쉬어도, 나 보란 듯이 끊겠다고 약속했던 담배를 피워대도, 그의 개인적인 문제를 모두 내 탓으로 돌려도, 친구야, 나는 그가 처음 나에게 보여줬던 관심과 마음과 행동을 붙잡고 놓지 못하겠어. 내가 사랑에 빠졌던 그가 이렇게 변한 게 내 탓인 것만 같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싶은데 그는 나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녀는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내 이야기가 끝이 나자 그녀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달고 테이블 위로 내 손을 잡았다. 


"네가 그를 처음 만나게 됐을 때, 나는 네가 같은 음악 취향을 가진 친구를 찾았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생각나. 그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너를 위해서 3시간 떨어진 도시에 함께 핸드폰을 찾으러 가줬던 사실을 나는 잊지 않았어. 네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네 눈에 얼마나 행복이 가득했는지 나는 기억해. 하지만 친구야, 지금 너는 행복해 보이지 않아. 슬퍼 보여. 아파 보이고 힘들어 보여. 

친구야, 너는 자유롭고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너는 길에서 들리는 재즈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이고, 늘 웃는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이고,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서 싸울 줄 아는 용감한 사람이야. 너의 그런 모습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특별한데. 나는 네 행복이 가장 중요해. 네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 네가 잘못한 건 없어. 너는 전에도 지금도 네 최선을 다하고 있어. 너희가 서로 맞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면 그 관계를 포기하고 놓아줄 줄 알아야 해. 상처받으면서 그 관계를 애써 유지하지 마. 너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야."




내가 나에게서 확신을 잃고 있을 때, 친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너무나도 따뜻했고, 힘이 되었다.


전에 써놓은 일기를 옆에 펼쳐놓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날 만큼, 나는 내 곁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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