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정답은 어디에
내 삶에 있어서 언제나 정답은 없었다.
17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공붓벌레가 되고자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틀어박혀 막차를 타기 전까지 공부했을 때가 있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행복의 기준에 있어서 성적순은 아니라고 하지만 17년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성취를 했었던 시즌이며 무엇보다 늦게까지 일 하고 온 엄마에게
"공부하느라 좀 늦었어요. 먼저 주무세요."
라고 말하는 아들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효자노릇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을 잡은 것도 잠시, 2학기가 시작될 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전학을 가게 되었고, 깨져버린 흐름으로 공부의 재미는 물론 그로 인한 목표도 어느 순간 상실해 버렸다.
20살. 대학생 시절 전공과목 중 3D 그래픽을 다루는 수업이 있었다. 처음으로 특정 과목에 흥미를 느끼며 국내 최정상 3D디자이너가 되고자 다짐하며 1년간 죽어라 독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마저도 군대를 다녀온 3년 뒤, 3D과목은 사라져 있었고, 두 번째 상실을 느꼈던 순간이다. 엄마가 돈가스를 사준다며 치과를 데려갔던 그날처럼 언제나 내 인생에 있어서 내가 생각한 정답은 없었던 것 같다.
20대. 그렇게 정답이 없는 인생을 살다 보니 20대의 리바이에게 있어서 올드보이 오대수의 대사가 공감이 되었던 날들이 많았다. "내 이름이 왜 오대수냐?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
30대. 이제 정답보다는 정답에 근접한 방향 정도로 타협 보며 나아가고자 한다. 모르면 물어보고, 직접 부딪혀보며 마음 한편에는 이런 생각을 갖기로 했다. [머 그럴 수도 있지] 야생에 던져진 것은 아니기에 기댈 수 있는 가족들도 있고, 당장 굶주리며 살아가기에는 다행히 통장 잔고는 넉넉하다. 오늘만 대충 수습해며 살고자 하지만 실상 최대한 정답에 근접한 방향으로 더욱 가고자 한다.
2021년의 리바이는?
그냥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하고자 한다. 그로스해킹에 매력을 느꼈던 것도 어찌 보면 크리에이티브라는 영역에서 충족해 주지 못했던 질문들의 해답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시원하게 등을 긁어준 것처럼 문과의 정상이라 생각했던 영역에 이과의 방법론을 첨부하여 완성체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25살.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충무로 공장 한편에서 편집디자이너라는 명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연력 30년이 넘는 (이름 모를) 기업의 홍보책자를 만들며 지냈을 당시. 지금의 나. 10년 뒤의 리바이라는 사람이 그로스해커 라는 당시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직업으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머 여하튼, 인생에 정답은 없다. 머 별수 있겠는가? 최대한 합리적인 길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이말년이 했었던 인터뷰의 말 중에서 "대충 견적 보고 미치세요" 라는 말이 있다. 장차 뭐가 내 앞길의 정답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풀고 싶은 문제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지향하고 찾다보면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하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