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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간 김용훈 Jan 10. 2021

그곳에 내 아이디어는 없었다

하지만 답은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2010년의 어디쯤. 오늘도 하루 종일 윤활유 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 인쇄기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으며 그 소리는 내 귀에는 작은 보청기를 달아야 할 정도로 달팽이관을 따라 뇌 속을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목소리를 크게 한다. 공장장님은 언제나 기계소리에 목소리가 파묻히지 않도록 우렁차게 말씀하신다.


"야야 이거 오늘까지 나가야 한담서! 그런데 그렇게 시안만 만들고, 밍기적 거려야 쓰것냐?"


그냥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오늘도 시안을 몇 개씩이나 준비했다. 하지만 언제나 결과는 메일에 첨부된 클라이언트의 지시사항대로 제작물이 만들어질 뿐. 그 안에 내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쳐갈 때쯤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필요했다. 하지 않으면 지금의 삶을 만족하며 언젠가 공장장님의 고함소리에 보청기를 맞추러 가야 할 것 만 같았다. 당시 나의 경험과 기술로는 (가고 싶었던) 종합광고대행사는 물론 '갑을병정'의 '을'인 회사조차 절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생각을 곧 실행에 옮겼다. 


"생각해 보자 용훈아. 카트라이더로 비유했을 때 넌 부스터도 아이템도 없어. 남들은 PC방 유료카 라고 한다면 넌 그냥 연습용 차량이야. 하지만 지름길을 찾고, 그 지름길을 부딪히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실력만 있다면 분명 결과가 달라질 거야."


그리하여 지름길을 찾기 위한 작은 도전들을 시작했다. 정확한 답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닥치는 대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연관있는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주일에 한개씩 광고도 만들며 좋은 작품으로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았다.


가운데 혼자 후드티 입고 있는 사람이 '나'


회사 안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밖에서 만들어 나가며 나만의 지름길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확한 방법도 몰랐기에 방향을 잃은 난파선 같았다. 그래도 머 어쩌겠는가, 어차피 잃을 것도 없었으며 이거다 싶은 건 무작정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마음 한편에는 이런 다짐를 가슴에 새기고



두고보자. 언제가 내 광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짐은 불과 얼마뒤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2021년의 어디쯤. 오늘도 전날의 데이터를 뜯어보며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개인적으로 정의한) 그로스해킹 방법론을 활용하며 솔루션을 생각한다. 어딘가 숨어 있는 아직 내가 찾지 못한 아이디어를 뇌 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며 오늘도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긴다.



그곳에 내 아이디어는 없었다. 하지만 답은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특별하지도 않았으며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의 시작. 참고로 이 이야기는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던, 그냥 광고를 좋아하고, 인사이트 찾는 것을 즐기던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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