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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간 김용훈 Nov 12. 2017

광고천재에게 배우는 광고의 길

꿈의 무대 뉴욕 타임스퀘어 입성기

"용훈씨 저 이제석 인데요."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재능기부센터(온오프라인 공익광고 모임) 파티 후 다음날이었다. 스카웃 제의를 하려고 이제석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광고에 관심을 갖고 사랑한 지 3년 만에 당시 광고천재라 불리던 이제석 씨 밑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뒤늦게 광고에 관심을 갖은 나는 이노션이 뭔지, 박웅현씨가 누군지, 심지여 오길비를 갈비집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TV와 책으로 인하여 이제석씨를 처음 접했고, 나에게 있어서 그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분에게 먼저 스카웃 제의가 온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자 기회였다. 15분 정도의 짧은 면접을 하고, 그렇게 이제석광고연구소에서의 광고쟁이 인생이 시작되었다.

비전공자도 꿀잼으로 읽은 책


수행의 시작

강남경찰서. 이곳을 온지도 벌써 8번째다.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해가 뜨거나 지기 전 담을 수 있는 최고, 최선의 광고 집행 사진을 찍기 위해 그날도 어김없이 강남경찰서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당시 이제석 대표는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모든 회의 및 의사소통은 메일 및 스카이프로 주고받고 있었다.


“다시 촬영해 오세요.”

그날 찍은 사진도 퇴짜를 맞았다. 일주일 중 4일을 강남경찰서로 출근도장을 찍고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광고 수련의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날의 사진 촬영은 여름에 시작하여 가을쯤 끝이 났다.

강남경찰서의 부엉이 (낮)
밤이 되면 눈에 불이 켜지고, 24시 잠들지 않는 경찰을 의미


그리고 그 맘 때쯤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되었다. 바로 현대자동차에서 그것도 광고의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영등포 아님) 광고를 의뢰한 것이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타임스퀘어의 중심가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었다.(그 위에는 삼성, 코카콜라, HSBC은행 등) 하지만 광고판 앞쪽에는 사람들이 쉬는 단상이 크게 있었으며 심지어 멀리 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첩첩산중으로 광고판 중앙에는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어 반으로 나눠진 광고판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테두리 친 부분에 광고가 들어갈 자리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우리가 현대자동차에 제안한 것은 위치상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단상 앞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광고판은 거대한 영상 송출 매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광고판의 개념을 넘어 거대한 게임기가 되도록 즉 현대자동차라는 회사에 걸맞게 거대한 화면으로 실시간 레이싱 게임을 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광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지금은 많이 일상화된 광고지만 그때 나는 처음으로 디지털 인터렉티브 광고를 접했었고, 매체영역에 대한 광고의 틀을 부셔버린 계기가 되었다.


아이디어가 통과되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게임 프로그래머, 어플 디자이너, 서버 관리자, 근거리 통신망 관련 교수님에서부터 아는 친구의 대학원 형님까지 (후에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빠져 자바스크립트 학원도 다녔지만, 수많은 외계어에 포기..)

우리나라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광고이며 특히 위치의 특성상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전파 등으로 (당시 미국은 우리나라만큼 인터넷 환경이 원활하지 못했다) 인터렉티브 광고를 하기에는 지랄(?) 맞은 곳이었다.

장장 반년의 시행착오 끝에 광고는 집행되었고, 더불어 그 광고판에 나오는 다른 광고 영상과 옥외광고까지 우리가 집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것은 또 다른 고생의 시작이었다.


당시 집행되었던 현대자동차 인터렉티브 광고


며칠 뒤 나는 타임스퀘어 옥외광고의 아이디어. 룰을 깨다라는 컨셉 으로 각자 따로 놀고 있는 광고판을 하나라는 느낌. 즉 두 개의 광고판이 본래 하나였지만 쪼개진 것처럼 연출된 광고를 제작하고 있었다.

본래 하나의 광고판 이라고 생각해 보자


쪼개진 광고판의 재질 느낌을 연구하기 위하여 충무로의 인쇄단지 및 을지로 방산시장, 동대문 원단 상가 등을 뒤지며 연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샘플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모은 약 7가지 정도의 재질 소스를 회사에 가서 보여드렸지만..


"흠. 좋은데 좀 더 연구해 보고 관찰하고 고민해서 찾아보도록 하세요.”


결과는 우선 실패. 그날부터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뜯어보고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박스, 철판, 천장판넬 등등 손에 잡히는 것들을 우선 반으로 찢어보기 시작했다.

“오빠 집에 있는 쓰레기들 언제 치울 거야?”

여자친구에게 구박도 받았지만 나의 관찰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출근 중 반짝이는 재질의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사진인화를 하는 롤지를 감싸는 비닐 이였으며 무작정 그것을 들고 회사로 갔다. 그리고 뜯어진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하여 니퍼로 가위로 조금씩 뜯어가며 작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결과는


“좋네요. 좋아요. 이걸로 가죠.”


성공이었다. 다음날 바로 촬영을 하였고, 타임스퀘어 옥외광고판에 들어가는 원고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타임스퀘어에 걸린 첫 작품


이제석 광고 연구소에서 일한 지 일 년 반 정도가 지나고 광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스킬이 쌓일 때쯤, 디자이너에서 아트디렉터로써의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꼽자면 개인적으로 밀리언 가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디어에서부터 광고주 미팅, 사진 촬영, 시공까지 모든 부분을 담당하며 광고를 제작하였다. 일반적인 옥외광고판에 단순히 광고 이미지를 넣기보단 좀 더 재미있게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았다.

광고판 자체가 머리카락이 되면 어떨까?

라고 시작된 아이디어는 실제로 집행이 되었으며 광고판을 접어 머리카락이 되도록 연출을 하였다.

이런식으로! 머리카락이 되도록!


3년 8개월의 기간 동안 이제석광고연구소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3가지였던 것 같다.


불가능, 도전, 실검 1위

매회 프로젝트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었고, 그 노력을 보상이라도 받듯 나름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마무리되곤 하였다. 언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광고주 미팅을 다녀온 대표 왈


“이번 광고 안이 결정되었습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자동차 이미지를 단순 랩핑으로 처리하면 되는 줄 알았다.

“자동차를 건물에 올려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할지 제안해 보세요.”


역시 쉽게 되는 일은 없었다. 전국의 폐차장을 수소문하고 (다행히 반파된 차량을 발견) 건물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벼운 샌드위치 판넬로(공사장 가림막) 앞면을 덮고, 자동차를 꽂아 넣고 용접을 해 버렸다. 이 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경찰차가 지나간 흔적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하루 종일 철판을 오리고, 접고 구부리며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추석 전날까지 반납하며 작업은 진행되었지만 불가능이라고 생각한 것에 대한 도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부산 경찰서에 놓여(?) 있는 경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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