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첫 회사입니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는데 용훈님이 영웅이 되어 나타났네요"
2020년 굿닥을 퇴사하고, 펫프렌즈 라는 반려동물 커머스의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입사했다. 대표님께서 리더회의때 위 말씀을 해주셨는데 입사 직후 회사의 마케팅 전략을 리뉴얼 하며 퍼포먼스 마케팅을 개선하고, CRM 및 오가닉 유입을 극대화 하여 당시 광고선전비를 30%까지 줄였지만 되려 매출은 20% 더 성장시켰다. 그리고 회사는 1년 뒤 1,500억에 M&A가 되었다.
사람의 성장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 의하면 마지막 5단계에는 자아실현의 욕구(Self-actualization)가 나오는데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극도로 발휘하려는 욕구라 한다. 그 어떤 누구도 제 3자의 경험치를 떠먹여 주지 않는다. 본인의 성장을 위해선 자아실현의 욕구를 발현하여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다만 누구에게나 경험치 0% 의 꼬꼬마 시절은 존재한다. 정주영도 쌀가게 배달부 시절이 있었고, 실리콘밸리의 리더들도 차고에서의 시작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현재 나스닥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나 또한 꼬꼬마 시절부터 시작하여 2곳의 회사에서 CMO라는 타이틀을 달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현재 100개가 넘는 기업을 컨설팅 했고, 그 중 70개 정도의 서비스는 유료로 돈을 받으며 성장에 기여를 해 드리고 있다.
위를 보며 나아가고자 했고, 자아실현의 욕구에 기대어 성장했던 그 시절이 현재의 내가 되었다.
다만 돌이켜보면 특별하지도 않았으며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냥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던, 그냥 광고를 좋아하고, 인사이트 찾는 것을 즐겼기에 지금이 있는것 같으며 이후 나오는 이야기는 그런 평범한 나의 이야기다.
때는 기름때가 묻어나는 서울 충무로, 2010년의 어느 날.
오늘도 하루 종일 윤활유 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 인쇄기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으며 그 소리는 내 귀에는 작은 보청기를 달아야 할 정도로 달팽이관을 따라 뇌 속을 울리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크게 한다. 공장장님은 언제나 기계소리에 목소리가 파묻히지 않도록 우렁차게 말씀하신다.
"야야 이거 오늘까지 나가야 한담서! 그런데 그렇게 시안만 만들고, 밍기적 거려야 쓰것냐?"
당시 내 나이 25살, 누구나 지나가는 반 오십이지만 그냥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오늘도 시안을 몇 개씩이나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메일에 첨부된 클라이언트의 지시사항대로 제작물이 만들어질 뿐.. 그 안에 내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날도 역시
"디자이너님 죄송한데 그냥 처음 요청한 사항으로 할게요."
편집 디자이너로 다니던 공장과 50m 거리에 있던, 명절에 당당히 자랑하고 싶은 대기업 사원의 한 마디였다. 딱히 말에 영혼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날도 역시
나의 아이디어는 작은 수첩 속에 잠이 들었다.
그렇게 동기부여가 상실되던 중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몇 년 뒤 분명 지금의 삶을 만족하다 공장장님의 고함소리에 보청기를 맞추러 갈 태세였다. 당시 나의 학벌과 경험으로는 (가슴 한편 희망하던) 종합광고대행사는 물론 '갑을병정'의 '을'인 회사조차 절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자 용훈아. 카트라이더로 비유했을 때 넌 부스터도 아이템도 없어. 남들은 PC방 유료카 라고 한다면 넌 그냥 연습용 차량이야. 하지만 지름길을 찾고, 그 지름길을 부딪히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실력만 있다면 분명 결과가 달라질 거야."
무슨 패기였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상황에도 오글거린다. 다만 남들보다 뒤처졌기에 지름길을 찾기 위한 작은 도전들을 시작했다. 정확한 답도 없었기에 닥치는 대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주일에 한 개씩 광고를 만들기로 나와 약속했다. 그러다 운 좋게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았다.
회사 안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밖에서 만들며 나만의 지름길을 만들었다. 상도 타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생각하니 몇 개월은 흥겨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과연 이게 맞을까?" 닥치는 대로 했지만 전략도 없었고, 방향을 잃은 난파선 같았다.
혹시 원피스에 나오는 루피라는 캐릭터를 아는가? (뽀로로 루피 말고) 실리보단 꿈을 위해 명분에 움직이는 전형적인 ENFP 성향으로 오로지 원피스라는 목표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이다. 어릴 적 만화책을 보며 동기부여를 얻은 나에게 인생의 전략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이거다 싶은 건 무작정 도전해 보기로 했고, 마음 한편 이런 다짐을 새기며
두고 보자. 언제가 내 광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짐은 불과 몇 달 뒤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현재_
2024년의 어디쯤. 오늘도 파트너사의 데이터를 뜯어보며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나름의 방법론을 활용하며 솔루션을 찾아 나선다. 방법은 어딘가에 있다. 다만 아직 내가 찾지 못했을 뿐. 어딘가 숨어 있는 방법을 뇌 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며 오늘도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긴다.
그곳에 내 아이디어는 없었다. 하지만 답은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