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회사에 입사합니다
인생을 바꿀 한 권의 책을 만나고, 몰입하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이외로 심플했으며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개천에서 용 나는 이야기. 정형화된 세상에서 판을 엎은 그런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반) 스토커처럼 열심히 구글링을 하며 그분의 행적을 은밀하고 위대하게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역시 구글링이라는 단어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듯 금방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재능기부센터라는 오프라인 공익광고 모임을 운영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음속으론 당장 찾아가 한번 뵙고 싶었지만 모임에 나갔을 땐 이미 한국이 아닌 미국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였다. 그러나 기다리다 보면 언젠간 뵐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그 모음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짐없이 6개월 동안 출석 도장을 찍었다.
"용훈아 사람도 없는데 술이나 마실까?"
참고로 모임은 언제나 금요일 저녁에 진행되었다. 많은 땐 20명, 적을 땐 당시 운영하고 계신 형님과 단둘이서 진행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형님은 곧잘 술을 사주셨다) 나와 공통된 관심사의 사람들과 처음 만나고, 광고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발표하며 서로의 아이디어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그런 생산적인 자리였다. 아이디어의 피드백이라곤 엄마에게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심어 주었으며 이와 같은 (꿀 같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였나? 생각의 틀이 깨지기 시작하며 나의 고정 관점이 변하기 시작했던 때가..
누군가는 말한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아이디어는 별로인 것 같아요"
누구나 본인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의 피드백이 오고 간다면 현재보다 나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며 그로 인하여 어제보다 나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천재 한 명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런 천재가 아니기에 오고 가는 언쟁 속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
여하튼 6개월 활동 뒤의 추운 겨울날. 당시 재능기부센터에서는 연말 큰 모임이 있었는데 소문에 의하면 그분이 한국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전해 들었다.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었기에 당시 뇌를 쥐어짜며 광고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포트폴리오가 되어 6개월이 지나고, 처음으로 나의 생각들을 공유해 드릴 수 있었다.
용훈씨 저 한번 뵐수 있을까요?
그리고 일주일 뒤.. 그토록 원하던 광고쟁이란 타이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