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 1.
11:30 p.m.
이제 30분 뒤면 루이라는 이름과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누워 땅과 공기와 소리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30분 동안 그가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찬미다. 낭떠러지에 서서 절망감과 적막함을 보기 좋게 다듬으며 불안감에 휩싸이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행위다. 루이는 자신이 어떻게 사라지고 잊힐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직감으로 자신이 곧 이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이 아니랄 것을 안다. 주변엔 아무도 없고, 누구 하나 그를 돌봐줄 사람도 전무하다. 그를 위한 기록도 없으며, 방은 누군가의 뱃속이라도 된 것처럼 고요히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11:45 p.m.
루이는 몸에 힘을 몰아내며 그가 세상의 빛을 거부한 채 눈 위로 요를 덮는 시간 동안 여러 사색들이 떠오르는 것을 어렴풋이, 희미하게나마 느낀다. 그는 본디 작가였던 것 같다. 허접한 글솜씨로 누군가를 홀려보려고 했던 것도 같다. 큰 꿈을 안고 노력했지만 3류처럼 살던 루이에게 특별했던 순간이 있었나? 그는 매일 빛과 열망으로 가득찬 미래를 그렸음에도 남들의 특별한 순간을 조망하고 그것에 마지못해 박수 치는 씁쓸한 삶이었던 것처럼 보인다.그리고 그는 나름 행복한 가면을 쓰고 열렬한 개척자들의 앞에서 무미건조한 감정을 즈려밟고 있었다. 루이는 지금 그렇게 살아온 안타까운 인생에 끝을 맺을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11:55 p.m.
루이는 자신의 기억이 조금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변덕스럽고 아이스러운 생각에 다시 몸을 맡긴다. 그는 확실하게 괜찮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뛰어나진 않지만 누군가에겐 성실하고, 총애받는 사람이었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 절정은 아니었지만 작은 미소로도 나쁘지 않은 순간을 맞이했던 기억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성인은 아니지만 주변에 그를 찾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루이의 삶에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나? 지금, 그는 다시 어둠 속으로 자신의 기억을 집어넣지 않으려고 뒤척여본다.
11:59 p.m.
루이는 이곳이 동물의 뱃속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동물의 창자 안에 푸근하게 누워있는 것 같다. 평생 동안 맡아본 적 없는 내음과 소리가 요동친다. 모든 것이 커다랗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루이는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영혼은 어린아이가 말과 생각의 정당성을 얻는 시기로 돌아가 그의 육체에 전율을 선사한다...
12:00 a.m.
이제 30분 뒤면 쟈크라는 이름과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