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온다
둥둥둥둥둥둥
쟁기와 삽을 든 일꾼들처럼 들이닥쳐
머릿속을 해집고 파낸다
많은 것들이
귓바퀴 저편으로 던져 흩어진다
내가 뿌린
두 알의 감자가
굵어져 자라는 동안
행복했고
행복하지 못했다
오랜 세월 당신 앞의 죄인이었던 나는
그러나
두둥둥둥둥둥
맨발로
땅을 짚고 서니
수만 가지 빛깔로 흩어지는
소리가 보인다
눈을 깜박일 수 있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살아있음 앞에서 죄인이다
여러 날의 울음으로도
차마 달아나지 못해
내 안에서 퍼덕이는 심장 앞에
다시금
기다림이라는
이름을 놓는다
둥 둥
북소리가 아기를 재우듯
내 가슴을 토닥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