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그립지 않느냐고 누가 물으면
눈썹을 동그랗게 모으면서
그냥 매운 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 너머로 보이는 둥글넓적한 산을 응시하면서
내 나라에는 참 맛있는 것이 많아요
그곳에는 당신이 산다
반나절이 기울어진 이곳에선 훤칠한 곡선의 지평선 너머 그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햇빛이 드는 지하철 선로라던지
상자 안에 들어찬 반들거리는 도넛이라던지
도심에서 산으로 이어진 길 끝 닭도리탕만 파는 식당이라던지
벚꽃이나 살구꽃이 박힌 사진이라던지
십 년을 묵은 그런 것들은 이미 이곳에 있다
얕은 바닷물과 갯벌에서 동그라미가 퍼져 나와 어둑한 인사동 골목까지 차 올랐을 때
그때의 체온도 여기 있다
수십 개의 산을 넘었어도
가방에서 꺼내지 않은 것들은
얌전히 자기 자리에 박혀 있다
그곳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 나는 무서운 꿈을 꾼다 말을 하고 싶어도 입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 꿈
한껏 웃으며 잠든 날에도 어김없이 꿈을 꾼다 나는 어금니를 굳게 붙이고 잠드는 벌을 달게 받는다
내 나라는 가방을 정리해도 갈 수 없는 섬이다
그곳이 그립지 않냐고 누군가 물으면
그냥 그렇게 대답한다
나는 돌아갈 나라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