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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nnun Jan 20. 2019

우리 닮았네요

Casino-Rio grande, Brazil

가로세로 오십미터쯤 되는 주차장은

비가 오는 날 특히 더 붐비곤 했다

바퀴가 두개 혹은 세개 달린 솜사탕 리어카

도너츠를 즉석에서 튀겨내는 날렵한 리어카

좀 더 정교한 요리도구를 장착한 검은 머리 아줌마의 리어카

주전부리 봉지과자를 잔뜩 매단 파란지붕 리어카

고만고만한 리어카들이 비닐천 하나씩을 뒤집어 쓰고는 주차장 구석구석에서 한껏 웅크리고 버텼다

생선축제 거대한 천막까지 날려버렸다는 비바람

오전 열시에 비가 그친다는 예보를 믿고 들렀다가

쏟아지는 비에 허둥지둥 자신의 리어카 밑으로

피해보지만 젖기를 면하지 못한 주인장

창을 따라 흐르는 빗방울 탓에 그는

실제보다 조금 더 젖어보였다

우산을 빌려줄까하는 생각에 미치자

여지없이 당신 생각이 났다

작별인사도 남기지 않고 도망치듯 젊은 산맥을 넘어왔다 그 순간이 영원처럼 얼어붙어 반쪽은 이미 하얗게 그을렀다

시간이 흐른 것일까

비가 그친 것일까

누군가에게 다른 우산을 빌려썼던 것일까

리어카 주인은 작정했다는 듯 주전부리 과자들을 두꺼운 손등으로 툭툭 건들이며 잠을 깨운다

땅은 물을 마신 빵덩어리처럼 몰캉하지만

두개 혹은 세개의 바퀴가 굴러가기에는 충분히 단단해졌다

우산도 없이 비바람을 뚫고 온 주인장은 용감하다그럼에도 여전히 리어카 지붕 모서리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에게는 차갑다

우리 닮았네요

당신은

달지만 입안에서 녹아 사라지는 것들을 판다

나는 존재하지만 곧 잊혀질 것들을 판다

해는 나오지 않았지만 비는 그쳤고

이미 산맥을 넘어왔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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