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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nnun Sep 04. 2019

Ayampe, Ecuador


그 흔한 빵집 하나 없는 작은 마을

아침 6시 45분, 빵장수의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리면 골목은 고소한 빵 냄새로 일렁인다


동전 하나를 내밀면 여덟 개의 빵이 봉지 안에 소복이 담긴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빵을 꺼내고 천을 덮어 구석구석 두드린다

빵장수는 단 한소끔의 온기도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다


나는 한 번도 동전을 버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릴 때 꾸는 꿈들이 그러하듯

어떠어떠한 사람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그저 가난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르헨티나에 살면서 많이 먹게 되었다

메디아루나에 햄이나 치즈를 끼워 끼니를 때우곤 했다

내 한 몸 추스리기에도 벅찼던 그 시절

아무리 물어뜯어도 달콤한 앙꼬는 나오지 않는 밋밋한 빵들을 가끔, 아니 자주 먹었다

어디에나 널려있는 빵들처럼 가난은 항상 목 언저리에 걸려 있었다

나는 그걸 차마 가난이라고 여기지도 못하고 그냥 밋밋한 빵 같은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다


어느 날 큰아이가 무너질 듯 허름한 집을 보며

“저 집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라고 물었다

가난이 무어라고 정의할 수도 없었던 나는

“그냥 돈이 좀 없는 사람들이겠지?” 대답했다


어디에나 널려있는 빨래 같은 가난

누군가에겐 현실을 멱살 잡힐 만큼 두렵고, 누군가에겐 닳아빠진 냄비처럼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는 것


어떤 이들에게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계절의 한 때를 지나듯 태연하게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듯 담담하게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

초조해하거나 근심하는 법도 없이

힘든 순간이 지나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는

야무진 낙관으로


주머니에 수북한 동전은 그들의 가난이다

그리고 익숙한 희망이다

한 푼, 두 푼 그래도 행복할 수 있다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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