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보내는 마음가짐
불면증에 시달려 한동안 새벽2시전엔 잠을 못 들었음에도 안대 하나로 늦잠 늘어지게 잘수 있는 날이 있다. 빨래거리를 세탁기에 밀어넣고 커피 한잔 뽑아 쇼파에 턱 걸터앉아 세탁기 덜덜 돌아가는 소리에 괜히 기분이 안정되는 날이 있다.
먹을게 고작 양상추와 블루베리 뿐인 냉장고를 착착 정리하면서도 뿌듯한 날이 있다. 설겆이 거리가 잔뜩 쌓여있어도 거품 풀풀 날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겆이를 할 때가 있다.
구깃해진 이불을 페브리즈 샥샥 뿌려가며 팡팡 털어내는 맛이 신날 때가 있다.
부쩍 많아진 새치머리를 어렵게 거울로 비춰보며 아예 흰머리로 염색하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하는 날이 있다.
인구주택총조사 한다고 급방문한 아주머니가 프렌즈팝에 미쳐있다며 수다를 쏟아놓아도 다 받아줄때가 있다.
10월의 끝이면서 11월의 시작지점인 오늘 같은 휴일이 꿀맛일 때가 있다. 마냥 게으르고 퍼져있어도 기분이 남달리 좋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