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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Dec 18. 2021

시대 속의 개인을 담는 일

[아이패드 인물화] 아서 모건(Arthur Morgan)

::아이패드 인물화::

 아서 모건의 새 옷

〈아서 모건의 새옷〉 2021, Digital Painting/ipad Pro/Procreate



1. 아서 모건?

이 그림 속 인물의 이름은 '아서 모건(Arthur Morgan)'입니다. 그런데 실제 인물은 아니고요,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게임의 제목은 '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2)'입니다. 게임의 내용은 1899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급격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휘청이고 있는, 한 갱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아서 모건은 갱단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가족(갱단원)들을  위해서는 싫은 일도 나쁜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이토록 무자비한 속도로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자신은 어떤 사람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또, 사람들에게 무식하고 투박하다고 타박받고 자기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항상 일지를 가지고 다니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놓을 만큼, 사색하고 사고(考)하며 행동하는 이지적(理智的)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2. 아서를 그린 이유

마치 어떤 추락처럼 혹은 숨 막히는 급상승처럼, 급격하게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아서가 살았던 19세기와 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지금의 세상도 참 빠르게 변해갑니다. 그에 따라서 사람들의 시선도 변해가고요. 부디 변하지 않았으면 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때로는 알아보기 힘들 만큼 변해갑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 여전히 생각하는, 나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나이라는 중력 눌리고 현실에 떠밀려 변해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들이 종종 빠른 속도로 마음을 할퀴듯 스치고 지날 때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흩날리고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내가 걸어온 발자욱들을 보고 있자면 그 속에 고인 후회들이, 자신을 흔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시간들을 바라보면서, 한 숨과 함께 전진하던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깊은 마음속에는, 여전히, 새로운 정신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의 꽃이 어리석게도, 어쩌면 지혜롭게도, 천진한 미소로 피어있습니다. 붉은 죽음(Red Dead)과 같았던 삶 속에서도 어쩌면 구원(Redemption)을 바랐을지도 모르는, 아서 모건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런 생각의 흔적들이, 이 그림이 아닐까 합니다.



3. 아서 모건의 새 옷

서부의 황야를 떠나서 추운 겨울의 산을 지나고 동부로 오는 동안, 아서 모건의 옷가지들은 많이 낡아 있습니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서, 마침내 새 옷 한 벌을, 마네킹에 걸려있는 그대로, 사서 입습니다.


그러고 나니 한 껏 기분이 좋아서, 근 처의 사진관으로 가서 새 옷을 산 기념으로, 조금은 남사스럽지만, 사진 한 방을 어색하게 찍어 남깁니다.


새 옷을 사 입고 또 사진을 찍은 것은, 실은 제가 선택하고 한 행동들이니, 그 기분은 모두 저의 것입니다.


게임 속에서 받은 사진은 1899년도(라는 설정)에 찍은 것이기에, 사진이 실제 모습보다 더 어둡고 색이 바랜 느낌입니다. 실제 내 사진을 받은 듯이, 그렇게 조금은 설레는 눈으로 가만히 사진을 봅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arthur morgan


그 사진 속의 쑥스러워하는 아서의 모습이 귀여웠던 나는, 그 모습을 나의 그림으로 담아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산도적놈 같이 뭉툭하게 찍혀 나온 사진과는 달리 이왕이면 좀 더 말쑥한 모습으로, 그리고 천진한 행복이 담겨있는 모습으로 그려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그의 미래가 그렇게 조금은 더 밝았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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