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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딴지 May 09. 2023

같은 듯 다른 인식

#4 서울교사 강원교사되기

치악산 자락 밑에 있는 내 집은 산의 서쪽에 위치해 해가 늦게 떴다.

저 멀리 평지에 있는 집들은 햇살을 받고 있으나 내 집은 산 그늘에 쭈그리고 있다. 햇살을 늦게 받는 것이 이렇게 커다란 손해라고 느껴지긴 처음이다.

오늘 아침, 집 안 공기는 살을 에였다. 집 밖 영하의 기온이 온 집 안을 얼음장처럼 만들었다.

몸은 와들와들 떨렸고, 몸살 기운이 났다. 어젯밤, 기름 값이 아까워 보일러 안 튼 것이 후회되었다.


모든 것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1교시 부장회의, 난 새 학교의 회의 모습과 방식을 기대와 평가질?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2~3분 늦게 회의실에 들어갔더니 교장 옆자리만 비어 있었고 난 그 자리에 앉았다. 교장이 한마디 한다.

"늦게 오시면 제일 안 좋은 자리만 남습니다"

늦게 온 것을 꼬집는 것인지, 교장과 가까이 앉는 것은 안 좋다는 것을 농으로 말하는 것인지 눈치채기 힘든 분위기였다.

첫날 회의인데 특별한 안건은 없고, 회의는 지루했다. 전달사항도 딱히 없는데 한 시간을 꼬박 잡아먹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수업의 상을 그려볼 겨를도 없이 곧바로 2교시 수업을 들어가야 했다.

어제는 입학식만 하고 아이들을 귀가시켜 수업 대면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한가했다. 그러나

오늘은 완전 북새통이다. 복도에 아이들이 그득하다.


옆자리 기획 교사는 20년 넘게 차이나는 후배다. 그는 수업 18시간, 기획업무, 운동부 업무를 맡았다. 내 업무와 동일했다. 그가 나에게 어떠한 질문을 하지만 바쁨으로 인해 초조해하며 나와 눈도 못 마주치고 나의 답말에 잠깐동안도 집중하지 못했다. 다른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학기가 시작되자 '바쁨'을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수업 시수도 많고, 업무도 많고, 하루 종일 바빴다. 그들에게 여유는 사치였다. 타자 치는 속도는 나의 두세 배였고 마우스는 광클릭이었다.

마음이 깝깝했다.


30년간 익숙한 곳을 버리고 새롭게 둥지를 튼 이곳은 왠지 10년 이상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여유 없는 교직 삶, 형식적인 교육과정.

교사들이 가장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수업 같았다. 도시나 지방이나 비슷한 분위기다.

수업은 못해도 욕을 먹지 않지만 업무를 제 때 못하면 눈치 받기와 욕먹는 분위기.


학생 체력측정(PAPS)을 위해 교육정보부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를 빌렸으면 좋겠다고 기획교사에게 말했다.

기획이 인터폰 통화 후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학교에는 출장용 노트북과 연수용 노트북 밖에 없다는데요!~"

즉, 빌려줄 노트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어떤 교육 기자재도 교육을 위해 마련한 것인데 출장과 연수에 쓸 노트북은 있어도 수업용으로 쓸 것은 없다니?!"


수업용으로 쓰다가 출장이 있거나 연수가 있으면 돌려 쓰면 되는 것이 상식 아닌가?!

'같은 듯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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