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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ceptzine Dec 13. 2016

파주출판도시 산책

conceptzine vol.37

책과 예술의 행간을 따라서. 

글&사진 이혜인




12:30  /  명필름아트센터


명필름아트센터는 영화사 명필름이 만든 문화공간이다. 커다란 두 채의 건물이 출판단지 안에서도 유독 돋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승효상 건축가가 만든 곳이었다. 아트센터 앞에는 이곳의 기획실장이라 불리는 골든 리트리버 ‘라라’가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마침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라라와 조금 놀다가 1층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 ‘모음’은 시원시원한 건물의 규모만큼이나 컸는데, 단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영화,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제품을 볼 수 있게끔 꾸며 놓았다. 복도 중간중간에는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해피 엔드> 등 명필름 대표 영화의 자료가 전시되고 있었다. 그것들을 보니 영화를 봤던 옛 시절이 떠올랐는데, 내가 줄곧 명필름의 영화를 보고 자랐다는 걸 알게 됐다. 명필름은 지금도 <건축학개론>, <화장>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도전은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넘어서, 영화관과 공연장 등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일로도 이어져 ‘영화마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영화학교

명필름은 영화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총 10여 명의 신입생을 선발하여, 학비, 기숙사비, 작품 제작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사이트(http://mf-art.kr/)를 통해 문의해보는 것이 좋겠다.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627 / 031-930-6600




13:50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층이 높지 않아도 유려한 곡선과 백색의 공간만으로 건축의 장엄함을 보여준다. 압도적인 느낌이 없는 건 건축가가 외형적인 요소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축가 알바루 시자는 사용자를 배려한 기능을 우선시했고, 그래서 화려하기보다는 모던한 건축이 완성됐다. 인공조명을 가급적 배제하고 자연광의 역할을 돋보이게 한 것 또한 사용자를 위한 배려 중 하나일 것이다. 빛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목적의 공간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창밖으로 보이는 잔디와 나무도 큰 역할을 한다. 



아쉽게도 내가 방문했을 땐 전시가 끝나고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 때문에 여백이 돋보이는 공간이 특히나 넓어 보였는데, 그곳엔 고낙범 작가의 프로이트 작품이 유일하게 남아있었다. 나는 강렬한 색의 그림들을 보면서 조금 묘한 기분을 느꼈다. 여러 시선에 둘러싸여 혼자만 덩그러니 서 있는 느낌. 다시 한 번 조용한 시간에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짐뿐이라 해도 어쩐지 그런 마음을 빌려야 할 것 같았다. 


볕이 좋은 공간

이곳엔 책과 문구류를 살 수 있는 북앤아트숍과 카페가 있다. 창이 크게 나 있어 어느 계절에 와도 시원한 경관을 보며 휴식할 수 있고, ‘열린책들’이 설립한 공간인 만큼 다양한 세계문학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관람요금

성인 5천원, 학생 4천원 / 전시관 개관시간: 목~일요일(봄&가을 10:00~18:00, 겨울10:00~17:00, 여름 10:00~19:00), 카페 및 북앤아트숍 운영시간: 월~일요일 10:00~18:00 /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499-3 / 031-955-4100 




15:20  /  까사밀


내게는 단골 밥집이나 다름없었던 까사밀은 사무실을 옮긴 후부터 어머니가 해주던 고향 음식처럼 그리운 밥집이 되어버렸다. 그 당시 나는 신입인지라 지갑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해서 가격이 저렴한 오늘의 파스타를 즐겨 먹었고, 조금 사치를 부리고 싶을 땐 브런치를 먹었다. 사실 이곳을 자주 찾았던 건, 식사를 한 뒤에 자연스러운 코스처럼 아울렛을 구경하겠다는 흑심 때문이었다. 그때는 사는 것도 없이 구경만 해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공간보다는 그곳에 함께 있었던 동료와의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이국의 음식을 파는 까사밀이 고향의 음식처럼 그리워지게 된 까닭도 사실은 맛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었다. 이번에 갔을 땐 오믈렛 브런치를 먹었다. 혼자여서 그랬을까, 어쩌다 가끔 먹던 메뉴를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시키게 되어서 그랬을까.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 맛있지 않았다. 옛 동료도 보고 싶고 지금의 사무실 식구들도 보고 싶었다. 원래는 맛있었을 음식을 함께 먹고 싶었다. 



까사미아 아울렛

가구를 비롯한 주방용품과 생활소품 등을 볼 수 있는 아울렛은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월마다 진행하는 이벤트가 있으니 사이트에서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영업시간  월~일요일 10:30~20:00(월요일은 격주로 휴무) /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530-7 / 031-8035-6250




16:20  /  문발동 걷기


출판단지의 매력은 독특한 건물과 자연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가보고 싶었던 출판사를 기웃거리고 어느 날은 짙은 녹음을 뽐내는 가로수를 따라 걸었다. 그런 길에는 늘어지게 누워있던 고양이가 있었고 한 쌍의 거위인지 오리인지 모를 동물이 있었다. 나는 그런 시간이 좋아서 딱 한 시간으로 정해져 있던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 사무실로 돌아오곤 했다.




17:00  /  북카페 눈


북카페 눈은 산책길에 발견한 곳이다. 집 앞마당처럼 친근하게 꾸며진 카페 앞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불쑥 들어가게 되었다. 아포가토 라떼를 시키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가 괜스레 변덕이 생겨서 다시 야외로 나왔다. 미칠 듯이 뜨거웠던 해도 잠시 쉬고 있는지 공기가 선선했다. 가끔은 인심 쓰듯 바람도 불었다. 책 읽기 좋은 시간과 공간. 가방에서 출근길에 읽겠다고 사 놓고 몇 장 읽지 읽은 책을 꺼냈다. 조경란 작가의 《식빵 굽는 시간》.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에서 눈이 멈췄다. 지금의 내 나이를 표현한 글이었다. “그때 스물여섯 살. 나는 아직 그런 나이였다. 무얼 해도 막연한 나이. 서른도 아니고 스물둘도 아닌. 중간은 아름답지 않다. 언제나 주변을 서성거릴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서성였던가,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지금 스물여섯 살의 삶 중심에서 아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멋있든, 추하든 주인공이 나인 건 변함 없었다. 무심결에 확인한 휴대폰 화면에 나뭇잎이 반사되어 보였다. 고개를 올리면 나무를 볼 수 있었지만 굳이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우연한 발견으로 지금의 순간을 조금 더 누리고 싶었다. 얼마나 평화로운 시간이었던지, 퇴근 시간 전에 버스를 타야겠다는 다짐도 잊고 카페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만 책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책을 읽읍시다

북카페 눈에는 특가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3천원부터 1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의 책이 있으니 시원한 음료와 함께 독서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영업시간 월~금요일 9:00~19:30, 토~일요일 10:00~19:30 /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532-2 / 031-955-7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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