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 열린 또 한번의 파티
포스터만 보아도 음악이 들리는 듯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맘마미아1에서 소피가 엄마의 일기장을 들고 불렀던 'Honey Honey'의 내용이 2시간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젊은 도나가 소피의 세 아빠를 처음 만나고 그리스에 정착해서 호텔을 가꾸는 1979년과, 소피가 엄마의 호텔을 다시 정리하여 개장하는 2018년이 교차된다. 어느새 세상을 떠난 도나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재개장하는 호텔의 파티에 참석한다. 맘마미아1이 2008년에 개봉하였으니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원래의 배우들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어느새 흐른 시간도 실감이 났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성장'이었다. 젊은 도나, 소피, 이미 나이가 든 도나의 친구들과 세 남자들 모두 점점 더 성장하고 있었다. 세 남자를 동시에 만난 이력 때문인지 젊은 도나는 왠지 본능에 충실할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의외의 모습이 있었다. 도나는 여행을 하다가 반해버린 그리스의 한 섬에서 다 쓰러져 가는 집을 개조해 호텔을 운영할 결심을 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임신한 아이를 혼자 낳아서 길러낸다. 소피는 엄마가 남긴 호텔을 다시 일으켜서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 한다. 맘마미아1에서는 마냥 천진난만하고 밝은 소피였는데 이번에는 호텔을 책임지는 성숙한 모습이었다. 도나의 이름만 들어도 눈물을 터뜨리던 로지는 어느새 덤덤하게 도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타냐는 소피에게 엄마처럼 충고를 해주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세 남자들도 소피의 아버지로서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릴 때에는 부모님이 완성된 어른인 줄 알았다. 모든 걸 다 알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자라면서 부모님도 계속 성장해나가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나이가 되어도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았다. 20대 중반에 학교를 졸업하면서 친구가 말하길, 30살이 되어도 불안하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라고 했는데 나는 30살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친구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완전해질 그 날을 기대하기보다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완성되었다는 것은 변화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더 이상 나아질 것도 없기 때문이다. 청춘은 단순히 나이가 젊은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 아니라 계속해서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성장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점에서 젊은 도나와 소피, 중년이 된 도나의 친구들 모두 청춘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무거워질 맘마미아가 아니었다. 여전히 넘버들은 신났고 안무도 뛰어났다. 기존의 맘마미아1에서 들을 수 없었던 ABBA의 노래들도 다수 추가되었다. 낯선 곡들도 많았는데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서 어색하지 않았다. 맘마미아1에서 좋아했던 넘버들이 몇 곡 빠진 것은 아쉬웠지만 새로운 노래를 듣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내가 도나였어도 정착하고 싶었을 아름다운 섬의 풍경도 한몫했다. 영화에서는 그리스로 나오지만 사실은 크로아티아의 비스 섬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토리의 개연성과 인과관계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건 맘마미아1에서도 있던 문제이기는 했으나 워낙 뮤지컬이나 영화로 익숙한 내용이라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맘마미아2의 경우 그보다는 낯선 스토리라서 중간중간이 빠진듯한 내용에 어딘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무조건 밝은 노래로 마무리하는 점이 온전히 영화 속 내용에 빠져들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맘마미아2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받을 수 있었던 2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는 기분이 들었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들도 모두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영화가 담고 있는 성장과 가족애에 대한 메시지에 훈훈함을 느꼈다.
오래된 ABBA의 노래를 지금 들어도 좋은 것처럼 맘마미아 또한 언제 보아도 좋은 영화다. 10년이 되었어도 맘마미아1이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듯이 맘마미아2도 앞으로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완성된 것만 같았던 맘마미아1을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화시킨 속편 그 자체가 성장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미 익숙한 맘마미아1의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