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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an 25. 2021

S3#91 우크라이나 친구 만나기

19.08.04(일) 한식 대첩

  '발릭 오늘은 내가 요리를 해줄게'

 카우치 서핑으로 알게 된 발리의 레퍼런스에는 요리를 잘한다고 칭찬일색이었다. 잘생기고 몸 좋은 친구가 천성이 그런지 요리를 하고 대접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래도 한국인이 양심이 있지, 정말 비루한 실력이지만 이전 집 두 군데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그래도 발릭에게 요리를 해주기로 한다.

 보통 세계여행이나 유럽여행을 하면 요리실력이 는다고 한다. 유럽은 호스텔이 주방시설이 잘 되어있고 외식물가가 비싸서 그런 건데, 나는 우크라이나에 와서야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내 요리는 정말 나도 헛구역질하면서 먹을 정도로 맛이 심각하게 없다.

 키예프에서 처음으로 간장과 후추 고춧가루 같은 식자재를 구입해본다. 이후에도 보면 세계어 딜 가도 중국식의 간장이나 일본식 간장 그리고 고춧가루는 살 수 있다. 그 외에도 후추와 소금 설탕은 주방이 있다면 어디나 있기 때문에 사지 않아도 돼서 한국요리를 하기 위해 간장과 고춧가루를 들고 다녔다. 우크라이나에서 산 후추는 2021년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집에서까지 아직 남아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부터 열심히 지지고 볶아서 밥을 만들었다. 제육볶음이었는데, 한식은 정말 힘들다. 다진 마늘을 만드는 게 소리도 요란하고 정말 오래 걸린다. 사과를 넣어서 연하게 한다는 레시피를 따르느라 정말 주방을 개판을 만들어서 제육을 완성했는데, 역시나 맛은 없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친구를 본 적이 없는데, 발릭은 괜찮다고 해서 적당한 맵기로 해서 제육을 완성해본다. 발릭은 고맙게도 엄지를 치켜들었지만, 이것을 한식이라고 기억할 이 친구가 정말 딱했다..

 


발릭의 집 옆으로는 키예프 동물원이 있다. 그러니까 에버랜드 동물원 담장에 붙은 집이라고 보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린과 코끼리가 보이는 특이한 풍경이다. 그리고 유럽 쪽을 여행하며 배운 건데, 집에서도 라임을 사서 슬라이스로 자른 뒤 물에 타서 먹는다. 뭔가 비타민도 채우는 것 같고 좋은 느낌이다. 여유롭게 쉬다가 혼자서 한식을 먹으러 나간다.

 처음으로 발리의 집에서부터 전철역을 가는데, 꽤 멀다. 역을 못 찾아 조금 헤맸다. 지하철과 같은 시설들은 소련의 부흥기 때  지어진 걸로 알고 잇는데, 방공호의 역할을 겸하고 있고 정말 정말 땅 속 깊이 역이 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는 매우 빠름 속도인지 타면 항상 휘청인다. 이걸 노약자는 어떻게 타나 생각이 들 정도이다.

  리비드 스카라는 역으로 가서 우크라이나 친구들과 한식당에 가기로 했다. 짬뽕을 먹기로 했고, 두 친구를 만나 아리랑이라는 한식당으로 간다. 가격은 하나에 팔천 원에서 만원 정도 하는데 맛은 보장한다. 이틀에 한 번꼴로 나의 못 먹을 음식을 먹다가 한 번씩 힐링을 하러 가곤 했다.



발릭의 집에서 보이는 키예프 풍경
밑을 내려다보면 동물원
아파트의 놀이터 많이 낡았다

 

 약간 맵지 않게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했고, 냉정하게 맛만 따진다면 해외 한식당에서 짬뽕은 맛이 있었던 적이 별로 없다. 그래도 여행 중에 한국신 면발을 먹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시켜먹는다. 친구들은 잡채밥인가 탕수육덮밥인가와 무언가를 먹었다. 언제나처럼 친구들이 매워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껄껄 거리며 음식을 먹고 나선다.

 나이 얘기를 하면서 서로 놀래곤 하는데, 한 친구는 고등학생이었고 한 친구는 24살에 댄스 스튜디오를 한다고 했다. 한국말이 서툴러 영어를 섞어서 말했는데, 거의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사실 한 30분만 말해도 큰 벽이 느껴진다. 

 밥을 먹고 나와서 이 곳에 있는 큰 마트인 오션플라자에서 중국 라면을 샀다. 빨간색으로 된 라면은 제법 맵기까지 해서 신라면이 없을 때는 이걸 먹어도 꽤나 속을 달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걸을 수 있는 데까지 함께 걸었다. 그렇게 콘트라코바 스퀘어로 가서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걸으면서 봤던 멋진 풍경들

 

'카메라만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애초에 와볼 수 있었던 곳!'

 이전에 아나스타샤와 함께 걸었던 길 중에서 봤던 길이다. 좌우로 노천에 바와 식당들이 있는 거리가 있었는데, 다음에 꼭 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지만 8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껍다. 워낙 노천에서 마시는 맥주를 사랑하는 터라 친구들에게도 밖에서 마시자고 간 청을 해서 밖에 앉았고 날이 너무 차서 담요를 덮고 마셨다. 원래는 여름에도 더운데 이상기후라고 했다. 고등학생이라는 친구는 커피를 마셨고 나와 성인이었던 친구랑만 맥주를 마신다.

 그곳에 미니소가 있어서 간단한 물건들도 사고, 그 옆으로는 버스킹도 있어서 공연을 보면서 그날의 우크라이나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고등학생이었던 친구는 오래 있지 못해 들어가고 그 자리에서 다른 친구와 맥주를 한 잔씩 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거의 대화가 제대로 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야기를 계속 나눈다.

 그리고는 지하철이 끊기기 전까지 머물다 집으로 돌아왔다. 러시아권의 치안에 대해서 나도 상당히 두려워했었다. 스킨헤드라던지 극단적인 인종차별 범죄가 단순히 조롱을 넘어서 진짜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걱정했지만, 이 날도 밤늦게 까지 시내에서 술을 마시고 지하철을 이용해 늦은 정말 불 하나 없는 길을 걸어서 발릭의 집으로 갔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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