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05(월) '빤쓰런'이란
마트 물가가 정말 혜자라서 사둔 식자재를 총동원해 아침을 해 먹는다. 기본 2시간이지만 시장이 반찬이 지를 본인 스스로에게 시전 하며 밥을 맛있게 만드는 효과를 본다. 메뉴는 닭이면 닭볶음 돼지면 제육볶음인데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만 보고 맞추라면 그 누구도 맞추지 못할 맛이다.
오늘은 또 다른 우크라이나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사실 키예프에는 딱히 관광할 거리가 마땅치 않다. 시내를 둘러보거나 체르노빌을 가는 정도인데, 이 친구가 도시 북쪽으로 나가면 예전 대통령의 집이 있는데 보러 가자고 한다. 검색을 해보니 한국인들도 가는 곳인데 대중교통이 뚜렷하게 나와있지 않아 현지인과 가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서 친구를 만난다. 한국어학과를 전공하고 졸업했다는 리아라는 친구와 그 학교 후배와 같이 나왔다. 리아는 한국어교육원에서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좋은데, 말보다는 글을 좀 더 잘 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첫 만남에는 불쾌할 정도로 눈을 안 마주치고 괴팍 스러 울 정도로 이상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조금 있어보니 아마 쑥스러워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리고 외국어로 말한다는 것이, 예를 들면 나도 영어를 쓸 때 그 억양과 엑센트를 살려서 오~ 땡!큐! 오 쏘 나~이쓰~~ 할 때 부담되고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는데, 아마 쓰고 읽는 연습을 많이 했던 친구가 대화를 하려니 막상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이해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같이 왔던 친구는, 한국어를 잘 못했는데 하루 종일 리아가 공부 열심히 하라며 타박을 했다.
Heroiv Dnipra 역에서 만났다. 우리나라로 치면 1호선 소요산 역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리아도 헷갈려서 입구를 한 번 돌아서 탔다.
그곳에서 미니밴을 타고 한 50분 정도를 갔고 리아의 안내를 따라 내렸다. 꿀잠 자느라 번호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러고도 한 20~30분 시골길을 걷고 나면 놀이동산 같은 입구가 나오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입장료는 200 흐리브나였다. 그 안을 둘러볼 수 있게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도 대여를 하는데, 이게 얼마나 큰 건지 하고 놀랐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참 우크라이나가 경제가 힘들 때 여러 가지 부패로 부를 축적해서 살던 대통령의 집이라는데, 그 크기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컸다.
개인이 절대로 가질 수 없을 규모의 동물원이 있고 집안에 찻길이 어마어마하게 나있다. 걷고 걸어도 끝이 없는 이곳을 세 명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구경한다. 내부에는 식당 같은 시설이 마땅치 않으니 아마 오전에 도시락을 싸와서 하루종이 피크닉 겸 놀다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안을 자전거로 둘러보시는 분도 많았고 오르락내리락 구경하고 드니프로 강과 맞닿은 곳도 구경하며 재밌게 하루를 보낸다.
아 그리고 이 대통령은 러시아로 망명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탱크라고 불리는 연희동 대머리 아저씨가 아직도 골프를 치면서 잘 살고 계신데 그래도 여기 대통령은 잘못하고 조르여서 도망이라도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걷다 보니 , 골프장도 나온다. 웨딩촬영도 하는데, 너무 예쁘고 이게 한 사람의 집이었다는 사실이 정말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의 규모다. 그 안에 거위가 있는데 나는 거위가 그렇게 고상하고 고급스러운 동물인지 처음 알았다. 가까이서 보니 너무너무 예쁘다. 그리고 실제 살았던 관저는 더 대박이다. 뭐 정원이 이 정도니 집안은 말할 것도 없이 좋다. 6시가 넘은 시간이라 조금 촉박하게 둘러보고서는 나간다. 다시 고생고생 걸어서 미니밴을 타는 곳까지 간다. 저녁을 어떻게 할지 상의하다가 리아가 월급을 어제 받았다고 한 턱을 쏘겠다고 해서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있게 다시 시내로 가기로 한다. 시내라고 한다면 다시 콘트라트코바 스퀘어긴 하다.
이 곳에서 피자와 맥주를 배불리 먹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