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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h Nov 02. 2023

두군 두근 커피챗

올해 1월, 링크드인으로 DM이 왔다.

평소에 헤드헌터 리쿠르터들의 일촌 수락을 열어두는 편이라 이런저런 DM이 온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열어봤고 또 그렇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OO 안드로이드 팀 매니저 포지션 관심 있으실까요? 링크드인에는 간략한 내용만 있어서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팀장직을 오래 하셔서 제안드리고 싶은데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지원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 관심 있는 경우 네트워킹 차원에서 이야기 나눠도 좋으니 회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존에는 개발자 포지션으로 연락 오던 회사에서 매니저 포지션으로 DM이 왔다.

문득 내가 채용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매니저일까?

조직장이 무엇을 잘해야 하는 사람인지 잘 정의되지 않는 시점이라 가벼운 마음에 커피챗을 하겠다고 회신했다.


가능한 날짜를 서로 조율하고 일정이 잡혔다.

음? 그런데 나 뭐 준비해야 하지????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연초라 바빠죽겠는데...)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질문이나 왕창해 보고 와야겠다 싶어서 사전 질문을 왕창 적어 보냈다.

- 개발 조직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 팀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 시니어 엔지니어의 비율은?

- 시니어 엔지니어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 개발자는 (그곳에서) 어떤 성장을 할 수 있을까요?

- 다른 모바일 팀(사내의 다른 서비스) 간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30분 정도 예정된 커피챗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구랑 커피챗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연락 주신 인사팀과 커피챗하는 줄 알았다.)


안녕하세요 OOOO 매니저 OOO입니다.

......


아!!? 인사팀이 아니라 3차 조직장과 하는 커피챗이었다. L7에 해당하는 조직장과의 커피챗

사실 이때 잠깐 좀 긴장을 했던 거 같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자기소개를 하고, 준비했던 주제에 대해서 정말 편하게 진행하였다.


처음에 조직의 구성, 프로젝트의 종류, 진행되는 규모 등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했다.

몇몇 서비스는 플러터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Q. 개발 조직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1. 비즈니스 얼라인먼트

    기술, 솔루션 과제도 비즈니스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2. 비즈니스 서포트를 위한 준비

    당장 운영 문제가 없지만 미래에 대한 대비

    롱텀 로드맵 (규모의 확대가 된다면?)

    미래의 버틀렉에 대한 대비


조직의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비즈니스를 얘기해서 잠깐 놀랐다.

조직의 성장, 서비스의 성장을 기반으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아니 어쩜 비즈니스 성과가 무엇인지 정의를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KPI 이런 건 기획에서 정의하고 우린 그걸 위해서 개발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니었던가?

커피챗을 통해서 왜 비즈니스 목표에 맞춰서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했다.


현재 팀의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정해서 어린아이인하 거나 탑/다운 전략에 대해서도 수용이 아닌 더 좋은 방법으로 역제안을 한다던가. 필요한 인력이나 리소스를 비니지스 관점으로 풀어서 데이터와 함께 제안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를 난감하게 했다.



팀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1. 팀 빌딩

2. 프로세스 개선

3. 엔지니어링 엑설런스 (기술 문화)

4. 채용

5. 구성원 성장


추가로 시니어 매니저는 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서포터를 찾아야 하고

비즈니스 지속가능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조직을 운영하면서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 이 부분이었던 거 같다.

함께하는 조직문화,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그리고 조직원들의 성장...


이 커피챗 시간을 통해서 나의 조직장에게 "어떤 조직장이 잘하는 조직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상위리더가 고민하고 있는 시의 적절한 고민을 잘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 주는 조직장"이라는 아주 나이스한 답변을 얻었다.


조직 운영방식에 살짝 자신감을 얻었지만, 시니어 매니저로의 역할을 할 기회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긴 했다.



이 외에도 시니어매니저의 비율, 그들에게 요구되는 역할등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굉장히 명확하게 답변을 해주셔서 나도 모르게 그런데 "OOO님은 조직장 중에서 잘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 회사 조직장 들은 다 그 정도 하나요?"라는 조금은 무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조직장이 되고 나서 스스로 배우고 깨우쳐야 하는 분분들이 많았고, 또 조직마다 상황이 달라서 뾰족한 솔루션을 구하기도 힘들었는데 커피챗을 통해서 다른 회사의 (잘하는) 조직장의 생각을 무료로 교육받은 느낌이었다.

예정된 30분이 아니라 1시간 반동안 대화를 하게 되었고, 평소에 별로 호감은 아니었던 기업에 호감을 느끼는 개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몇 번의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채용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하지만 조금의 여지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만약 내가 이직을 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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