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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Apr 07. 2019

들은 이야기

가족들과 자주 가는 아시아 음식점이 있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다같이 동네 한 바퀴 가볍게 산책한 후 오랜만에 식사를 하러 들렀다. 매장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음식의 차림새나 맛, 내부 분위기와 직원들의 서비스 모든 면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지점이다.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시켜서 금세 나온 것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파티션 너머에서 남자분 둘이 대화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한쪽의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말솜씨에 보험 상품 판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찬찬히 듣다보니 홀서버 파트타이머 면접 중이었다. 면접 합격 시 하게 될 업무, 근무 시간, 휴가, 경조사 휴가, 수당, 주휴수당, 복장 규정 및 허용되는 범위와 예시 등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그 외에도 간단히 평소 성격이나 성향에 대해 질문하고 지원자가 "그런데 일할 땐 잘할 수 있어요" 와 같이 덧붙이면 "아니에요. 다들 그런 면은 갖고 있고 굳이 고치거나 바꾸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라면서 홀서버로서 고객을 대할 때 갖춰야할 최소한의 자세에 대한 지침을 들려줬다. 몇 차례 단기 알바를 해본 경험이 있는 sis는 "와, 주휴수당까지 얘기해주네. 떼먹는 업장들 되게 많은데." 하는 등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심지어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의 패널티 중 피고용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함께 안내해주는데 아니, 저런 얘기까지 다 해주기도 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건데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끝내고 계산대로 가니 폴더 끝에 <취업규칙>이라고 적힌 파일철이 같이 껴있는 게 보였다. 원래도 좋아하던 곳인데 신뢰와 호감이 더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지원자분 너무 많은 설명을 들은 후여서 조금 압도되어서 나가는 느낌이었다. 곰곰이 잘 고민해보고 잘 선택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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