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by 가브리엘의오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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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루를 보내곤 한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가운데, 잠시 멈춰서 나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계속 달리기만 하면, 과연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할 때 생기는 좌절감이 일상에 무겁게 내려 앉기도 한다.


그러나 단 몇 분이라도 자신에게 집중하고,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줄 ‘작은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향이 좋은 차 한 잔을 음미하는 일이다.




처음 차를 마셨을 때, 이것이 특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쓰다”든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든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마트에서 사온 티백을 뜨거운 물에 담가 우려낸 뒤 몇 모금 마시다 식어버린 차를 남겨두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은은한 향의 차를 정성껏 우려 마셨던 순간이 있었다. 차를 잔에 따르는 소리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모습, 그리고 입 안 가득 퍼지는 따뜻한 향기가 어찌나 편안하던지. 그런 짧은 순간이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작을 열기도 한다. “차 마시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내가, 작은 사치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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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리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물의 온도를 적절히 올리는 동안, 좋아하는 향의 찻잎(혹은 티백)을 잔에 미리 넣어둔다. 물이 끓으면 바로 붓기보다는 살짝 온도를 낮춘 뒤 부어야, 차 본연의 맛과 향이 부드럽게 살아난다.

• 홍차: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우리는 것이 좋다. 풍미가 깊고 진하며, 가벼운 디저트와도 잘 어울린다.

• 녹차: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우려야 쓴맛이 적어 깔끔한 맛을 낸다.

• 허브차: 카페인이 없고 향이 다양해, 밤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이처럼 차마다 우리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자신의 혀를 기준으로 나만의 방법을 찾는 과정도 재미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모든 일이 다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차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차가 주는 따뜻함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잔잔한 안도감이 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주의를 기울여,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본다. 그 짧은 순간이야말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작지만 소중한 사치다.


조금 더 즐겁게 차를 마시고 싶다면, 간단한 다과(茶菓)나 과일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 홍차에는 스콘, 비스킷 같은 달콤한 간식이 잘 어울린다.

• 녹차와는 담백한 떡이나 가벼운 과자가 제격이다.

• 허브차는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함께하면 향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차와 다과가 어우러지는 순간, 맛과 향이 서로를 부드럽게 감싸고, 우리의 기분도 한층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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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를 마시는 그 짧은 시간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라는 점이다. 휴대폰 알림을 잠시 꺼두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본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거나, 한 곳을 응시해도 좋다. 차 향을 깊게 들이마시고, 혀끝으로 퍼지는 풍미를 하나하나 느껴보는 것이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행위가 생각보다 큰 활력소가 된다. 복잡했던 머릿속 생각은 잠시 멈춰지고, 더 맑은 기분으로 일상에 돌아갈 수 있다.


익숙한 루틴 속에서, 자신을 위해 정성을 들이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더 가치 있다고 느껴진다. 향긋한 차 한 잔이 전해주는 온기와 향, 그리고 작은 행복은 우리의 하루에 작은 꽃봉오리를 피워내는 것과 같다.


혹시 지금 따뜻한 물을 끓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면, 티백 하나를 꺼내 물에 우려본다. 물이 끓기 전에 불에서 내리고, 잔에 천천히 물을 붓고, 티백도 천천히 넣어본다. 이 ‘천천히 하는 과정’이 비록 인위적일지라도,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그 순간이 여유와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시간에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보면, 10~15초의 차이도 무척 길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우리의 마음속에 오아시스 같은 여유를 만들어준다는 사실, 꼭 기억해두면 좋겠다.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만, 이 작은 차 한 잔이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해줄 수 있다. 우리는 그토록 “잠깐만 쉬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쉬지 못하고 달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차 한 잔과 함께라면, 한 템포 늦춰진 숨결 속에서 다시 걸어갈 힘을 얻을 수 있다.


향긋한 차 한 잔으로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짧은 멈춤. 이 작지만 소중한 순간이, 결국에는 더 나은 하루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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